그대가 약왕(藥王)입니다

여하시병(如何是病)고
별기시병(瞥起是病)이니라
여하시약(如何是藥)고
불속시약(不續是藥)이니라

무엇이 병인가?
잠시 일어나는 망념이 바로 병이다.
무엇이 약인가?
망념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약이다.

대중이 여름 석 달 안거 동안에 산문출입을 삼가며 처절하게 정진해 왔는데 이는 중생의 병을 없애는 약을 찾아서 대자유인이 되기 위함이었습니다.

잠시 일어나는 망념을 바로 인식하고 그 망념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바로 화두참선을 하는 방법입니다. 혼침에 빠지지 않고 성성하게 망념을 살피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문득 안개가 걷힐 때 본래 경치가 그대로 드러나듯 본래 구족한 지혜덕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약을 먹고 이러한 효험을 보아야만 다시는 병에 끌려 다니는 일이 생기지 않는 대자유인이 될 것입니다.

석공혜장선사가 출가하기 전에 사냥꾼이 되어 사슴을 쫓아가다가 마조 스님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이 “사슴을 보았습니까?” 하니 마조스님은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사냥꾼입니다.”

“활을 쏠 줄 아는가?”

“잘 쏠 줄 압니다.”

“한 번 쏘아서 몇 마리나 맞추는고?”

“한 번에 한 마리를 맞춥니다.”

“활을 잘 쏘지는 못하는구나.”

“스님은 한 번에 몇 마리나 맞춥니까?”

“나는 한 번 쏘면 한 무리를 맞춘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모두 살아있는 목숨인데 어떻게 한 무리나 쏩니까?”

“그렇다면 어찌 자기를 쏘지는 못하는고?”

“만약 저에게 스스로를 쏘게 한다면 바로 손을 내릴 곳이 없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무량겁의 무명번뇌가 오늘에야 몽땅 없어졌구나.”

하셨고 이 인연으로 석공선사는 출가해서 암자에 급시(給侍)로 머무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선문염송>에 전해옵니다.

본분사를 해결한 사람은 화살 하나로 능히 한 무리의 번뇌망상을 없앨 수 있습니다. 대중이 미혹했을 때 일으키는 생각 생각이 병을 만들었으나 이제 그러한 일이 지속되지 않게 하는 약을 얻었으니 이 어찌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해제를 하고 산문을 나서는 납자들은 선불장에서 익힌 지혜력으로 한 무리의 병을 제거하는 양의(良醫)가 되고, 인천의 스승으로 수행과 교화를 법답게 행하시길 바랍니다.

법신본비식(法身本非食)이요
응화역여연(應化亦如然)이어늘
위장인천익(爲長人天益)하야
자비작복전(慈悲作福田)이로다.

법신은 본래 음식을 먹지 않으시며
응신 화신도 또한 그러하거늘
길이 인천의 이익을 위해
자비로 복전을 지으셨네

부처님께서 그렇게 모범을 보이셨듯이 우리 납자들도 그렇게 수행하고 그렇게 교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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