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면 해제가 아니다

기괴암굴사자서(奇怪岩崫獅子棲)하고 청수심곡교룡거(淸水深谷蛟龍居)로다. 사미용수능발취(獅眉龍鬚能拔取)하고 취저롱금요사인(吹笛弄琴了事人)이로다.

기괴한 바위굴에는 사자가 머물고 맑은 물 깊은 계곡에는 교룡이 살고 있다. 사자의 눈썹과 용의 수염을 능히 뽑고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희롱해야 일 마친 사람이로다.

금일 해제일이니 삼신산 풍경을 환견요철마(還見了徹麼)아
약아요철자(若也了徹者) 인댄 且道一句來(차도일구래) 하라
나개시진면목(那箇是眞面目)고? 양구(良久)에 일할(一喝) 운(云)
춘개화추성실(春開花秋成實)하고 하녹음동백설(夏綠陰冬白雪)하니
여시만법(如是萬法)이 시수가풍(是誰家風)인고? 회마(會麼)아
약야불회(若也不會)인댄 문하해제(云何解制)리요 청제대중(請諸大衆)하노니
일념반조(一念反照)하야 즉하료철대사(即下了徹大事)어다.

오늘은 해제날이니 삼신산 풍경을 도리어 투철히 보았는가?

만약 투철히 본자일진댄 한마디 일러보라. 어느 것이 진면목인고?

봄에는 꽃피고 가을에는 열매 맺고 여름에는 녹음 짙고 겨울에는 흰 눈 오니 이와 같은 만법이 누구의 가풍인고? 알겠는가?

만약 또한 알지 못했을진댄 이를 어찌 해제라 하리요.

모든 대중에게 청하노니 한 생각 반조해서 즉하에 생사일대사를 요달할 지어다.

산동월부동(山動月不動)하니 시위오자경(是為悟者境)이로다. 침식즉무심(寢食即無心)이요 어묵역무심(語默亦無心)이로다.

산은 움직이는데 달이 움직이지 아니하니 이것이 깨달은 자의 경계로다. 먹고 자는데 곧 무심 하고 말하고 묵묵한데도 또한 무심하도다.。

제각만사상(除却萬思想)하고 긴파승두간(緊把繩頭看)하라. 반조착안시(反照着眼時)에 요득생사필(了得生死畢)하리다.

만 가지 생각을 제하고 긴하게 화두를 잡아 간하라. 반조 착안할 때에 생사 마침을 요달해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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