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부산 홍법사 동림청소년연구소 소장

김경숙 동림청소년연구소장은 아이들과 함께 살다시피한다. 어려서부터 사찰서 뛰어놀기 좋아한 그녀가 이제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사찰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 수행 확산… “안거 문화 정착 노력”

어린이 포교 새장 열다
홍법사 어린이기도 주도해
부산 어린이 하안거 始發點
음악교육 이용해 포교 나서
콩쿠르 입상 등 성과 내기도

뼛속까지 불제자
어려서 사찰서 놀며 자라
초5 때 여름성경학교 보며
“사찰에서 저렇게 해봐야지”
대학 진학 후 포교 발원

佛道 부산에서는 여름이면 아이들의 독특한 모임이 시작된다. 바로 어린이 하안거다. 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심산) 회원 사찰들이 합심해 여는 이 안거에는 사찰 어린이들이 대거 동참한다.

8월 여름 방학 기간 가운데 21일을 정해 수행기간으로 삼았으며,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하루 동안 감사할 내용을 찾아 부처님께 편지 쓰듯 일기를 쓰고 하루를 돌아본다. 어린이 안거 주제는 ‘감사’다. 감사를 통해 만족을 알고 물질이 넘치는 이 세상 속에서 참된 인성과 가치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어린이 안거를 준비하는 동안 조계종부산연합회 회원 스님들이 귀 기울여 조언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경숙(48) 동림청소년연구소 소장이다.

어린이 포교는 대부분 사찰에서 법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외의 활동은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김경숙 소장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어린이 수행을 뚝심있게 진행해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열정은 전염된다. 신행 포교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돌진한 김 소장의 열정이 부산 곳곳에 전염됐다.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관심을 보인다. 인성교육이 함께하는 어린이 수행으로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자라길 기원한다.

어린이 포교는 전쟁통 속 마음수행
7월 23일 부산 두구동 홍법사 어린이 법회 현장을 방문했다. 김경숙 소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 소장은 동림어린이합창단을 지도하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힘찬 합창을 하기도 잠시 아이들은 제각기 하고 싶은 말과 행동으로 소란이다.

팔에 끼고 있던 팔찌를 깨물어 터트린 아이, 친구를 일러주는 어린이, 핸드폰 만지는 아이 심지어 농구공까지 마구 날아다닌다.

통제는 어려워 보였다. 통제를 하려니 목소리가 올라가고 안 하려니 정신이 없다. 아이들 틈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김 소장은 당혹스러워 하는 기자를 향해 웃으며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래요?”라고 일침이다.

사실 홍법사를 찾아가기 전 홍법사 어린이들은 차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 소장은 웃으며 말했다.

“어린이 포교는 쉽지 않아요. 그러니 많은 사찰에서 어린이 포교를 어렵게 생각하고 접근을 못하죠. 하루에 수십 번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는 어린이를 만나면서 저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게 됩니다. 어쩌면 전쟁터 같은 극한의 수행 현장일지도 모릅니다.”

김 소장은 하루에 수십 번 자신을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그 속에서 포기 하지 않고 어린이들을 위해 고심하고 이끌어 낸 결과물이 ‘어린이 안거 수행’이라는 것이다.

어린이 포교, 부처님 법이 답이다
홍법사가 창건 된 후 김 소장이 어린이 포교를 담당하며 재능 기부봉사가 시도됐다. 김 소장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음악에 남다른 재능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플룻을 배웠다. 음악을 배우고 싶은 어린이에게 기회를 주고 사찰에서 쉬게 했으며 법회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일에 동참했다.

김 소장이 처음 어린이 포교를 하고자 했을 때 주지 심산 스님은 “준비가 다 된 후엔 늦다. 준비를 마침 언제 포교하느냐? 준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김 소장은 망설임 없이 어린이 포교에 뛰어 들었다.

처음 플룻 수업을 담당했던 김 소장은 어머니들의 반대 목소리도 들어야 했다. 무료수업이었지만 악기인 플롯이 45만원을 넘는 고가였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자세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어머니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무료수업이니 언제 어떻게 없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수업을 이어오면서 신뢰를 쌓았습니다. 어머니들과의 작은 약속도 지키려고 노력했구요.”

동림 어린이법회 자모들 사이에서 김 소장의 정성은 유명하다. 김 소장은 일요일 법회 후 오전에 총 3시간 씩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이들에게 직접 전화해 연습량을 점검한다. 발표회가 있는 날에는 학원 혹은 집에까지 아이들을 불러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주변에서는 이해를 못해도 전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고 싶었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합니다.”

동림어린이합창단은 2016년 연꽃노래잔치에서 합창 최우수, 중창 우수, 독창 우수와 2017년에는 중창 부분 최우수를 수상하며 실력을 드러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열린 전국 찬불율동제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김 소장은 음악을 가르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음악보다 포교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놀이와 흥미 위주의 수업 만으로는 포교에는 한계가 있어요. 진짜 보석, 삶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특히 아이들 때는 인격이 형성되는데 이 시기 부처님 가르침을 접한다면 바르게 자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런 길로 이끌어야지만 포교라 생각합니다.”

김 소장은 아이들 대신 어머니들부터 불자로 만들었다. 2015년 11월, 50명의 자모들이 김 소장의 권유로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여기서 더 나가 김 소장은 아이들도 기도를 해보자고 했다. 하루 중 짧은 시간이라도 부처님과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불자로써 자긍심과 사찰 신도라는 소속감을 심어주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많아봐야 아이들이 5명 정도가 동참할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어린이법회 아이들부터 음악반까지 동참하면서 늘었습니다.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와 관세음보살 42진언수 사불을 하며 발원문을 외웠어요. 이듬해 하안거에서는 좀 더 용기를 냈습니다. 매일 108배 수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많은 자모들은 어려운 일이라며 안된다고 말렸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할 수 있다고 나섰죠.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컸고 그 가능성은 믿어주는 것 만큼 성장했습니다.”

현재 어린이 안거 수행은 각 가정을 수행 공동체로 이끌고 있다. 매일 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108배를 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은 친구가 집에 놀러 와도 함께 절을 했고 친척이 와도 노는 것이 아니라 권선해 함께 절을 했다. 그 기록은 고스란히 밴드를 통해 공유했고 서로 자극 받았다.

“하루 2시간 이상씩 아이들이 올린 수행 일기를 보며 하루를 보내요. 답글을 달고 격려하고 칭찬하죠. 그렇게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힘을 얻고 도전 받으며 용기를 내더군요. 사실 가장 좋은 건 저였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감동을 받고 수행 일기를 보며 벅찬 환희심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각 90일 씩 3번의 안거를 보낸 후 김 소장은 1000일 수행을 시작했다.

김 소장은 어린이 수행을 위해 눈높이에 맞게 수행집도 기획했다. 홍법사에서는 적극 후원했다. 〈동림 하안거 수행집〉, 〈동림 동안거 수행집〉이 안거 때 마다 제작됐다. 이후 이 어린이 수행집은 조계종부산연합회의 어린이 하안거 수행집의 모태가 됐다.

안거마다 주제도 정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1000일 수행은 ‘감사’를 주제로 진행된다. 이를 위한 책자 〈내 안의 감사향기〉도 제작된 상태다.

김 소장은 어린이 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불자들이 동참 할 수 있는 수행집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수행집의 아이디어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찰나에 떠오르는 문제 해결 방안들을 구체화한 것이다.

올해 하안거 수행 주제인 ‘내 안의 감사향기’만도 그렇다. 김 소장은 실제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감사’와 ‘만족’이며 이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삽니다. 하지만 행복할까요? 불행할까요? 아이들은 순간의 만족을 위해 더 요구하고 또 시간이 지나 자랄수록 더 큰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것들이 채워진다고 진짜 행복해질까요? 아이들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만족’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으로 변화시키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할 줄 알 때 주변을 돌아보며 인연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압니다.”

김경숙 소장의 지도로 동림어린이합창단은 각종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목표는 포교 기틀 닦기
매년 어린이 수행집 펴내
인성교육 접목한 주제 설정
부모교육 비롯 가족포교 진행
“스쳐간 인연도 불자 씨앗”
 

숙명 같이 찾아온 불자로의 삶
어릴 적 신행 생활과 어린이 포교에 대한 계기를 물었다. 그러자 김 소장은 ‘숙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태어날 때 당시부터 불연이 있었던 김 소장에게 불교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김 소장의 이모할머니는 김해 덕운암 혜원 스님이다. 김 소장의 아버지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혜원 스님을 어머니처럼 따랐다.

“어릴 때 방학만 되면 사찰에서 지냈지요. 전 사찰이 너무 좋았어요. 법당에 들어가 스님 모습을 자주 흉내 내기도 했어요.”

어릴 적 김 소장은 법당에 들어가 목탁을 치고 경전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부처님께 기도 올리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 진학 후 기도를 하다가 갑자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발원한 것이 어린이 포교의 계기가 됐다.

“지금도 이상해요. 어떻게 그런 발원을 했는지요. 이후 기도를 하며 포교 방법을 모르겠으니 일러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지요. 그리고 그 후 꿈에 어느 비구 스님께서 절 안에 있는 큰 나무 옆에 서서 저에게 작은 책을 나눠 주시더군요. 그 책을 받아 들며 너무 작다 여겼는데 펼치자 산 아래 마을까지 경전이 펼쳐졌어요. 부처님이 저에게 보여준 기도 가피라 생각합니다. 저는 힘이 필요 할 때 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 잡고 있습니다.”

어릴 때 잠시 교회에 나간 경험도 지금의 김 소장에게 큰 도움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잠시 교회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했습니다. 북치고 노래하며 동네를 돌고 아이들을 모으더군요. 그 때 교회 합창단을 보고 왜 사찰에선 조용히 하라고만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나도 나중에 사찰에서 지도교사를 하면 꼭 바꿔야지란 결심을 했습니다.”

어린이 포교에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소장은 망설임 없이 ‘인력 부족’이라고 답했다.

“교사가 부족합니다. 부처님을 사랑하기에 천진불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 모습 그 자체로 안아주고 받아주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신심과 실력이 있는 교사가 절실합니다. 어린이 포교는 곧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불교의 미래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어 김 소장은 교육 방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요즘은 한 가정에 아이 한명 혹은 두 명입니다. 부족함 없이 자라고 바라는 것은 즉시 손에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 예로 핸드폰을 한번 보세요. 어른들이 사용하는 것 보다 더 좋아요. 참을성을 키우고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며 부모 교육까지 함께 시킬 수 있는 곳이 사찰이어야 합니다. 이젠 머리수를 세는 포교 보다는 세상을 이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홍법사 경내를 걸었다. 경내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 자리를 잡고 여름을 지내고 있었다. 갑자기 김 소장의 말이 떠올랐다.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려 알 수 없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이 됩니다. 이곳을 스쳐 갔던 아이들이여도 그 마음에는 불심이 자리 잡고 성장 할 것이라 믿어요. 어디에 자리를 잡고 성장 할지 모르지만 그 인연 속에서 불심의 씨앗이 성장해 꽃을 피울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홍법사에서 어린이 수행을 지도하는 김경숙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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