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교수, 보조硏·순천대 남도硏 공동 워크숍서 발표

지리산 권역에 전래된 원효 스님<사진> 설화들이 스님이 역점을 둔 ‘화엄 신앙’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종수 순천대 HK 교수는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보조사상연구원(원장 김호성)과 순천대 남도문화연구소(소장 남호현)가 개최한 공동 하계 워크숍 학술 세미나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지리산권 화엄사 등 4곳만 관계
설화 전래 사찰들 화엄종과 관련
원효-의상 간 라이벌 구조 특징
민중 설화선 원효가 우위를 점해
“국내 학승 우월성 드러낼 의도”

이 교수는 ‘지리산권 원효설화의 특징과 문화사적 의미’ 발제에서 지리산권 원효 설화의 내용과 특징을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원효 설화 전승 사찰은 남한에만 56개소이다. 이중 원효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은 40개소, 수행처는 7개소, 중창 사찰 5개소, 주석처 3개소, 오도처 1개소로 분류된다.

이를 다시 지역으로 나눠보면, 지리산 권역의 원효 관련 사찰은 전남 구례 화엄사, 사성암과 경남 산청 율곡사와 정취암에 한정됐다. 이 교수는 이들 4곳 사찰에 전해지는 원효 설화의 내용과 특징들을 분석했다.

화엄사의 경우 원효와 의상의 문답이 설화로 전해지는데, 이 안에서는 ‘문수보살 상주설법처’, ‘민족’과 같은 용어가 나온다. 이 같은 용어를 통해 전근대 시기 원형이 만들어진 후 근대까지 계속 덧붙여지며 설화가 구성돼 왔음을 추정했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까지도 오대산이 문수보살 상주처로 널리 신앙되고 있어 지리산에도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믿음이 정착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또한 민족이라는 용어는 근대의 산물로, 민족을 운운하는 내용은 근대 이후 삽입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성암 전승 설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3곳의 전승 설화는 원효와 의상 스님을 경쟁 구도로 설정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리산권 원효 설화에 등장하는 원효와 의상은 고려시대 이후 두 스님을 경쟁 관계로 보고자 했던 당대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중국 최고 고승보다 도력이 높았다고 알려진 의상 스님을 원효 스님보다 도력을 낮게 설정함으로서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 학승의 우월성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지리산 권역서 전승되는 설화의 설정은 원효와 의상의 사상에 근간이 된 ‘화엄’과 연결된다고 봤다. 

특히 고려 화엄종의 수장이었던 대각국사 의천이 원효와 의상을 높이 평가해 각각 ‘화쟁국사’와 ‘원교국사’로 추증해 비문을 세운 뒤 원효도 화엄종 개창의 주요 스승으로 인식됐음을 주목했다.

이 교수는 “고려 화엄종의 수장이었던 의천이 원효를 재평가함에 따라 원효는 다시 불교사상사의 전면에 재등장했다”면서 “화엄 신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원효와 의상은 라이벌로 여겨져 왔고, 그런 인식들이 설화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계승이었던 원효가 지계승이었던 의상보다 민중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졌고, 그의 전기에 나타나는 기행으로 인해 의상보다 도력 높은 승려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밖에도 학술세미나에서는 김호성 보조사상연구원장(동국대 교수)이 ‘원효의 징성가에 대해’를 발표했으며, 논평자로는 석연경(시인, 청암대), 김춘호(원광대)가 참여했다.

‘남도문화에서 원효의 재발견’을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는 순천대에서의 학술 세미나를 비롯해 송광사, 불일암 순례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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