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종 법성사, 비로자나불상 도록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 발간

포동리 절터 북쪽 산록 경사면에서 발견된 석조비로자나불상은 2013년 4월 횡성군 갑천의 웅성사 대웅전 뒤편 야산으로 옮겨졌다.


포항 서정리 마을회관 앞, 방치된 듯 우두커니 불상 하나가 서있다. 여기저기 결실되고 얼굴도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닳은 모습이지만, 왼손의 둘째손가락을 오른손이 포근히 감싼 지권인(智拳印) 형태로 보아 비로자나불임을 알 수 있다. 수년의 세월에도 가만히 모은 두 손에서 뻗쳐 나오는 진리의 빛은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절터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일대가 자비 광명의 물결로 넘쳐흐른다.

전국 산야에 흩어진 비로자나불을 7년의 세월 동안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끝에, 한권의 사진집으로 완성됐다. 단순한 도록이라고 칭하긴 어딘가 부족하다.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이 어려웠던 우리나라 비로자나불상을 집대성한 장엄불사다.
 

7년간 157기 비로자나불상 촬영
상하권 800쪽… 사진작가 정태호
포항 서정리사지 비로자나불상 외
방치된 문화재급 불상 대거 수록


대한불교관음종 영축산 법성사(주지 법명)는 전국 157기의 비로자나불상을 엮은 도록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을 발간했다. 상ㆍ하권 총 800페이지로, 정태호 사진작가와 이숙희 불교미술사학자가 각각 사진과 해설을 담아냈다.

정태호 사진작가(스페이스포토스튜디오 실장)는 이번 도록 출간까지 7년에 걸쳐 발품 팔며 1,800여 장의 비로자나불 사진을 찍었다. 전국 8도에 다닌 곳 만해도 150곳이 훌쩍 넘는다.

서정리 마을회관 앞 방치된 서정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정 작가는 “불교의 진리를 조각이란 조형물로 표현한 ‘법신불’을 한 장 사진으로 대변하기가 참 어려웠다”면서 “그토록 오랜 세월 묵묵히 앞만 쳐다보고 계시는 비로자나부처님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들려주려 했는지 의문을 풀어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수록된 작품들은 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 박물관 소장품 뿐 아니라 조성 연대 및 연원 미상의 것들도 상당수다. 포항 서정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세월에 따라 깎이고 부서져 비로자나불임을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든 것도 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곳곳에 방치된 비로자나불의 가치와 미를 새로 보는 계기로 의미가 깊다.

정 작가는 “아주 추운 겨울 서정리사지를 찾았는데 불상이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마을입구 시멘트 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불두는 없어지고 대신하는 돌에는 녹색스프레이로 얼굴모양을 그려 놓았는데 얼마나 답답하던지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횡성 포동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도 파손이 심해 형상을 알아보기 어렵다. 머리는 거의 파손되고 얼굴에는 콧등만 확인된다. 목에는 머리와 불신을 이어 붙인 시멘트 흔적이 두툼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팔의 위치를 통해 지권인을 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횡성 자연휴양림 내 저고리골 상류에 위치한 경작지 일대에 해당되는 포동리 절터에서 발견돼 2013년 횡성군 갑천에 위치한 용성사 대웅전 뒤편 야산에 옮겨졌다.

남양주 수종사 석탑서 발견된 금동비로자나불좌상.

이밖에도 남양주 수종사 팔각오층석탑서 발견된 조선시대의 금동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1788호)은 대표작으로 꼽힌다. 대좌 밑바닥에 새겨진 ‘1628년(인조 6)에 인목대비 김씨가 발원해 조성했다’는 명문을 통해 왕실서 발원해 17세기 전반에 조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를 약간 숙이고 움츠린 자세로, 네모난 얼굴에 상체가 크고 유난히하체가 빈약하게 처리돼 불안정한 비율이 인상적이다.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발간은 2005년 열반한 법성사 회주 법성 보살의 유지를 받들기 위한 것이다. 법성사 주지 법명 스님은 “한평생 비로자나불의 법을 펴고 중생제도를 해 오신 법성 보살님의 바람을 이제야 이루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비로자나불에 대해 알게 되고 법신불에 귀의해 말법시대를 살아가는데 귀의처가 되길 바란다. 또 전국 산천에 흩어져 오랜 세월 방치돼 비바람에 마멸되어 가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갖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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