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고국인 아일랜드로 돌아가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존 리 씨가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학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선교일치’에 매료돼 한국에서 무려 6년 반을 거주하며 한국불교만을 공부한 그이기에 주위로부터 들려오는 안타까움이 크다.

존 리 씨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겪은 전세금 사기다. 그가 보수 많은 직업을 택하지 않고 불교를 추구하다보니 돈을 많이 모으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전세금 사기로 인한 부채를 갚는데 많은 세월을 보낸 것이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 같은 이유만으로 꼭 그를 도와야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국불교계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그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내용에 있다.

존 리 씨의 연구주제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현대 한국선의 확대’다. 일반적으로 한국불교계의 해외포교는 영어를 기반으로 한 획일적인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유럽에 정착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는 파리 길상사와 폴란드 우봉사, 헝가리 원광사 등을 방문해 현장연구를 수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불교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한국불교계가 이 같은 고민을 얼마나 깊이 해봤는지 반성할 일이다. 어쩌면 이는 우리의 당면과제를 외국인 학자에게 떠맡긴 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국불교계는 푸른 눈의 불교학자가 겪는 고충을 보다 넓은 마음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이미 하버드대 출신 현각 스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존 리 씨의 기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후원자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불교를 사랑하는 외국인학자의 꿈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움의 손길이 닿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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