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公案)이란 본래 공부안독(公府案牘)의 줄인 말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관청의 법령을 말하는 것이다. 선가(禪家)에서는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제시한 어구나 행동, 제자들과 나눈 대화, 깨달음의 계기가 된 어떤 정황 등을 참선의 모범적인 법도로 삼아 이를 공안이라 말해 왔다. 특히 간화선에 있어서는 이 공안이 풀어야 할 평생의 숙제가 된다. 간화선은 공부의 핵심이 공안 타파에 있다고 말한다.

〈벽암록〉 서문에 보면 “기록을 모아 공안집을 만들고, 기연(機緣)과 경지를 펼쳐 모범적인 법령으로 삼은 것은 세간의 금과옥조(金科玉條)나 청명대월(淸明對月) 등의 책들과 다를 것이 없다. 조사가 공안을 세우고, 총림에 남겨둔 것은 그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고 공안의 의미를 밝혀 놓았다.

공안을 통하여 견성(見性)을 지향하는 것이 간화선의 목표이다. 다시 말하면 공안은 사람을 견성으로 인도하는 특별한 수단이자 방법인 것이다. 또 화두(話頭)라 하는 것은 공안에 제기된 핵심적인 말을 두고 하는 말이다.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ㆍ어(語)ㆍ묵(默)ㆍ동(動)ㆍ정(靜) 등 모든 영역에서 이 화두를 궁구하는 것이 간화(看話)이다. 하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인연에 적용하는 것이 화두공부다.

“온 세상이 한 개의 공안이다”라고 한 말도 전해진다. “고금의 공안을 궁구하여 마음을 밝히고, 대기대용(大機大用)을 얻어 한 치의 아름아리도 없게 되면 망상이 완전히 사라진 안온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공안을 눈앞에서 실현해 드러내 보이는 것을 현성공안(現成公案)이라 한다. 〈종용록〉 45칙에는 “공안을 현성하려면, 다만 자신의 본분가풍(本分家風)을 근거로 해야 하고 자기 본분 밖으로 도모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서암사언(瑞巖師彦: 생몰연대 미상) 선사에 의해 창안된 특별한 공안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 화두다. 암두전활(巖頭全豁:828~887)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암두의 법을 이은 서암 선사가 스스로 ‘주인공아!’ 하고 부르고 스스로 ‘예!’ 하고 자문자답한 일에서 나온 화두다.

〈선문염송설화〉 988칙에 주인공 이야기가 나온다. 현사사비(玄沙師備)가 어떤 스님에게 묻고 스님이 답한 대화가 있다.
“요즈음 어디서 떠났는가?” “서암(瑞巖)에서 떠났습니다.” “서암이 무슨 말을 하던가?” “늘 ‘주인공아’ 하고 불러놓고는 스스로 ‘예’ 하고 대답을 하고 그리고 ‘정신을 차려라. 나중에 남에게 속지 말라.’ 이렇게 합니다.” 그러자 현사가 말하였다.

“하나같이 정혼(精魂)을 놀리니 매우 괴이한 일이로다.”그리고 다시 물었다. “왜 거기에 있지 않고 나왔는가?” “서암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사가 또 물었다. “지금도 대꾸를 하던가?” 그러자 스님이 대답을 못했다.
서암 선사가 스스로 주인공을 부르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주인공’ 공안이 된 것이다. 주인공은 곧 자기가 자기를 부를 때 쓴 말이다.

죽암(竹庵) 스님이 법상에 올라가 법문을 할 적에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여러분은 사대(四大)와 오온(五蘊)의 종결점을 알려면 먼저 주인공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장자를 세우고 말하였다.

“주인공이 간 곳마다 드러나서 거울같이 맑고 허공처럼 넓다. 잘 비추고 잘 포용하나니, 모든 것이 바로 그곳에서 만나고, 일어나건 앉건 함께 웃고 말한다. 오래도록 또렷또렷하여 어둡지 않고 대답할 줄 알며, 고개를 끄덕일 줄도 알고 눈망울은 튀어나오며 머리카락은 너울너울한다. 바람은 호랑이를 따르고 구름은 용을 따른다. 용은 하늘로 오르고 학은 둥지에서 나와 푸른 하늘을 천만 겹을 뚫고 벗어났다. 대중들이여, 벗어난 뒤엔 어디로 갔는가?”

또 주장자를 세우고 말하였다.
“화표주(華表柱: 길거리에 세워 이정표로 쓰는 푯말) 끝에다 말(語)을 남겨둔 뒤로 아직껏 아무 소식이 없구나.” 

서암 선사의 주인공을 두고 운문고(雲門?) 또 이렇게 송(頌)했다.
“서암 선사의 가풍이 주인공을 부르니 지난밤 남산에서 호랑이가 호랑이를 물었다.(昨夜南山 虎咬大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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