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사에 특이한 인연을 소재로 한 특이한 화두가 하나 전해진다.

4조 도신 선사와 그의 제자 우두 법융(牛頭法融:594~657) 선사 사이에 있었던 일화에서 생긴 화두다.
특이한 인연이란 보통 제자가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하는데 스승이 제자를 찾아가 깨우쳤다는 것이고, 특이한 화두는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기 전에는 새가 꽃을 물어다 주었는데 가르침을 받고 난 후에는 그런 일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법융 선사가 우두산 유서사(幽棲寺) 남쪽에 별도의 선실을 짓고 깊은 선정을 닦고 있을 때 도신 선사가 소문을 듣고 유서사를 찾아왔다. 도신 선사가 유서사의 한 스님에게 물었다.

“이 절에 도인이 있는가?” 스님이 답하기를 “출가한 스님이라면 누군들 도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도신 선사가 누가 도인이냐고 다시 물었다. 이때 다른 한 스님이 말했다.

“이 산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나융(懶融:법융 선사의 별명)이라는 스님이 있는데 사람을 보아도 일어나지 않고 합장하여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혹 도인이 아닐까요?”

이 말을 듣고 도신 선사가 법융 선사를 찾아갔다.
도신 선사가 좌선하고 있는 법융 선사에게 물었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마음을 관하고 있소.”
“관하는 자는 누구며 마음이란 어떤 물건인가?”
누가 와도 일어나 인사하는 법이 없던 법융 선사가 이때 비로소 일어나 합장하고 도신 선사를  맞이하였다.
법융 선사의 수행처에는 호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를 본 도신 선사가 손을 흔들어 겁먹은 시늉을 했다. 우두 선사가 겁내지 말라 하면서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아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도신 선사가 “지금 무엇을 보았는가?” 하고 물자 법융 선사가 대답을 못하였다. 도신 선사가 돌 위에 불(佛)자를 쓰고 그 위에 앉자 법융 선사가 이를 보고 매우 송구해 하였다. 도신 선사가 “아직 그런 것이 남아 있는가?”하고 묻자 법융 선사가 또 대답을 못하였다. 법융 선사는 도신 선사에게 참된 법을 청하였다.

도신 선사가 말했다.
“백 가지 법문이 모두 마음에 있고, 항하의 모래알 같은 공덕이 모두 마음에 근원이 있다. 온갖 번뇌와 업장이 본래 공적하며, 모든 인과(因果)가 죄다 꿈과 같다. 삼계를 벗어날 것도 없고 깨달음을 구할 것도 없다. 다른 법이 없으니 그대는 그저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라. 관행(觀行)을 하려 하지도 말고 마음을 정화하려고도 하지 말라. 탐욕과 성냄을 일으키지도 말고 근심 걱정도 하지 말라. 선을 짓지도 말고악을 짓지도 말라. 행(行) · 주(住) · 좌(坐) · 와(臥)에 보고 만나는 모든 일이 모두 부처의 미묘한 작용으로 진정 즐거워함도 근심함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라 하는 것이다.”

법융 선사가 다시 물었다.
“관행을 하지 말라 하시면 경계가 일어날 때 어떻게 다스리겠습니까?”
“경계라는 인연은 좋고 나쁨이 없지만 좋고 나쁨이 마음에서 일어나니 마음이 억지로 이름 짓지 않으면 허망한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일어나리오. 다만 마음에 맡기어 자유롭게 하여 더 이상 다스리려 하지 않으면 그것을 변함없는 상주법신(常住法身)이라 한다.”

법융 선사는 이 법문을 듣고 깨달은 후 세상으로 나와 법을 펴기 시작했다.
〈경덕전등록〉에 수록된 〈법융전〉에 의하면 유교의 경전과 역사서를 통달한 법융 선사가 어느 날 〈반야경〉을 보다가 진공의 도리를 깨닫고 감탄하여 유도와 세속의 전적이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출가를 결행하였다고 하였다.
처음 삼론종으로 출가했다가 유서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선정을 닦았다.

도신 선사가 법융 선사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먼저 홍인 대사에게 법을 전했기 때문에 후대에 와서 법융 선사를 도신 선사의 방계(傍系)로 취급하지만 법융 선사의 선법을 우두종(牛頭宗)이라 하였으며, 그 종지의 특색을 무심합도문(無心合道門)이라 하였다.

우두종의 법맥도 6대에 걸쳐 이어진 것으로 나온다. 법융 선사 당시에는 홍인 선사의 법을 동산종 혹은 ‘동산법문(東山法門)’이라 하고 법융 선사의 법을 우두종 혹은 ‘무심법문’이라 하여 최초의 선종의 갈래가 이때부터 생겼다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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