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논란… “천태종단 개입 불가피”

금강대 종합강의동에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다수 걸려 있다. 이외에도 캠퍼스 곳곳에 이 같은 현수막이 게시됐다.

부당인사 청탁 의혹 불거져
학교 측 “절차 적법” 해명
총장, 직원들에 폭언·욕설도

직원노조 “총장 퇴진” 촉구
천태종 말사에 호소문 보내
총장 해명 없이 ‘묵묵부답’

천태종립 금강대가 현직 총장의 독단적 운영과 직원 인격모독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교내 곳곳에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이와 관련된 대자보가 게시됐지만, 관할 재단인 천태종은 문제 해결에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금강대지부(이하 교직원노조)는 지난 5월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를 비롯해 전국 말사에 ‘부당인사 청탁에 의한 직원 채용’ ‘독단적·폐쇄적 대학 운영’ 등의 내용이 담긴 호소문 300여 통을 발송했다. 본지가 입수한 호소문에 따르면 교직원노조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과제 이행을 위해 신규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서 부당인사 청탁이 발생했다. 채용된 직원은 조건이 월등한 타 경쟁자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지만 총장이 일부 평가자를 회유해 점수를 고쳐 올려줄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교직원노조는 또 “잦은 음주운전, 전체회의 등 공식 석상서 직원들에 대한 총장의 무차별적 언어폭력과 인격 모독도 자행되고 있다”며 종단 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청했다.

교직원노조가 주장한 부당인사 청탁 의혹은 지난 3월 진행된 ‘취업지원관’과 ‘교수학습지원센터(CTL) 연구원’ 채용과정서 불거졌다. 관련 자격증과 업무 경험을 갖춘 지원자가 있었음에도 총장의 압력에 의해 비전문가를 채용했다는 게 교직원노조 주장이다. 교직원노조 측은 “능력 있는 지원자들이 면접평가서 호평을 받았으나 총장이 인사위원들에게 점수를 고쳐 특정 지원자를 뽑을 것을 강요했다. 대학발전자문위원회 교수가 추천한 제자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학교 측은 면접서 지원자 점수 조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금강대 법인 사무처장 도언 스님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특성상 직원이 많지 않아 한 사람이 2~3가지 일을 겸해야 한다. 특히 (D등급을 받은 뒤) 대학구조개혁평가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될 인물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총장의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총장은 인사위원회 평가서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재청권자다. 대학 관례가 그렇다. 협조를 구한 것이지 강요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취업지원관과 CTL연구원이라는 공식 채용분야와는 거리가 먼 결과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채용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위원은 “(회유나 강요가) 없지는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며 말을 아꼈다. 실제로 본지 취재과정서 총장 지시에 따라 A인사위원이 B인사위원을 회유한 정황도 확인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직원성과급제 시행세칙’이 개정되면서 직원평가 결과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돼 ‘총장의 측근 인사 챙기기’ 의혹은 더해졌다. 시행 세칙에는 5년 후 평가자료를 폐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직원노조는 7월 7일 대자보를 통해 “사전 설명이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얼렁뚱땅 처리됐다. 총장은 측근들만 챙겨온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게 두려운가”라고 비판한 뒤 개정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시행세칙 개정은 비밀유지가 잘 지켜지지 않아서다. 직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개선할 용의는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교육자로서 총장의 개인적 품행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본지가 확보한 직원 전체회의 녹취파일 확인 결과 총장은 “X판친 사람들은 일하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내가 때려잡아 죽이고 싶습니다” “뿌리부터 갉아먹는 X새끼들이 있단 말이에요” 등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회의 참석자들은 “그동안 많은 욕설을 듣고 버텨왔다. 총장 취임 후 10명이 넘는 직원이 그만뒀다. 맘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향한 게 대부분이고, 이젠 이골이 날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취재과정서 총장의 잦은 음주운전을 지적하는 복수의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총장의 음주운전에 수차례 동승했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대리를 부르시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적발되지 않았을 뿐, 음주 후 학교인근 관사에 주차하며 낸 사고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고 증언했다.

이에 본지는 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학교 비서실에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비서실 측은 “총장님이 구조개혁평가 준비로 바쁘다. 진상조사가 진행되면 그때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종단 차원의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직원노조는 호소문 배포를 비롯해 수차례 대자보를 게시하고, 총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교직원노조에 따르면 7월 10일 가까스로 총장 면담이 진행됐지만 이 자리서도 총장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10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한편 이와 관련해 최근 천태종 종의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교직원노조와 학교 측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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