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페스 포럼, 11~12일 금선사서 토론회

불교와 기독교 학자들의 모임인 레페스 포럼은 7월 11~12일까지 서울 종로 금선사에서 ‘탈종교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을 주제로 제2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2015년이 무슨 해인지 아십니까?”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질문했다. 이내 자답했다. “바로 한국사회에서 무(無)종교인 비율이 유(有)종교인 비율을 인구통계상 처음으로 앞지른 해입니다.”

실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무종교인은 2749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6.1%에 달한다. 2005년 조사 당시 47.1%보다 약 9%로 늘어난 것으로 사실상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 한국 종교계의 가장 큰 화두는 ‘탈종교화’이다.

불교·기독학자 12명 참여해
주요 기성종교 폐단들 지적
“비종교적 인성가진 신자多”
종교 본령과 성찰 복원해야

불교와 기독교 학자들의 모임인 레페스 포럼은 7월 11~12일까지 서울 종로 금선사에서 ‘탈종교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을 주제로 제2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 모임에는 은유와 마음연구소장 명법 스님을 비롯해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원영상 원광대 연구교수, 류제동 성균관대 초빙교수 등 불교학자들이 참여했으며, 기독교 학자로는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탈종교화에 대한 대략적인 개괄은 이도흠 교수가 발제했다. 이 교수는 ‘탈종교시대에서 불교의 재해석과 지향점’을 통해 △탈근대 문화현상 △절대자 믿음에 대한 회의 △신자유주의체재로의 종교 편입 △제 역할 못하는 종교 등이 탈종교 현상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요 교단들이 탈종교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퇴행적이거나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명상과 치유, 수련회 등 종교의례와 수행의 대중화는 대중들에게 종교의 저변을 넓히는 것 같지만, 이는 대중들이 종교를 이지나 상품으로 소비하게 하고 자신들의 고통을 임시방편으로 해소·고착화 한다”면서 “이는 종교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것을 상품화해 시장체재로 편입시킨다”고 설명했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탈종교’가 아닌 ‘탈사회화’에 주목할 것을 제언하며, 현재 종교인들이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의 본래 색깔(宗敎本色)’이 무엇인지라고 역설했다.

정 원장은 “현재 종교계의 탈종교화 대응은 근본주의적 교리와 제도를 강화·성장하거나 ‘종교색’을 빼고 전법·선교하는 것, 두 가지로 정리된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통의 시대에 종교가 해야 할 것은 오히려 ‘종교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종교의 존재 이유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교육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용표 교수는 비종교적 인성을 가진 종교인·신자들이 적지 않음을 지적하며, “특정 종교의 지도자나 성직자들의 의식 구조는 물론 그들의 신자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김 교수는 “종교의 상업화, 물신화, 특정인 우상화, 기복화, 권력화 등과 같은 비종교적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교단적 차원의 겸허한 자기비판과 이를 자초한 종교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는 자신이 시작한 비형식 교회 ‘가나안 교회’ 사례를 소개하며 탈종교화 시대에 필요한 종교교육은 종교 신뢰·영성 회복과 이웃종교간 대화 등임을 강조했다.

한편, 레페스 포럼은 지난해 1월 김천 개운사 훼불사건에 대해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가 주도로 회복 모금 운동을 전개했으나, 이로 인해 손 교수는 해직됐다. 이후 불교와 기독학자들은 종교간 평화를 위해 ‘레페스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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