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수불 스님이 먼저 도움 요청”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7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이 출마를 만류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대중공양비 제공 보도 관련 긴급기자회견서
수불 스님 “20년 전부터 해오던 일, 오해 없길”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후보자로 예상되는 수불 스님이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선거개입을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수불 스님이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7월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의 만남서 나눈 대화를 풀어냈다. 수불 스님은 “자승 스님이 나에게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이번 선거는 단일후보를 추대해 치르고, 다음에 나오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상당히 불쾌했다. 총무원장이 얘기할 부분도 아니고, 반드시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불 스님은 “물러나는 원장이 깨끗하게 마음을 비우고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모두 다 박수치고 환영하지 않을 종도가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불 스님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선거와 관련해 중립을 지켜야하는 종단 수장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불 스님 주장에 대해 조계종 홍보국장 효신 스님은 “수불 스님이 먼저 총무원장스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원장스님은 그럴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초 기자회견은 <법보신문>이 이날 보도한 ‘총무원장 유력후보 A스님 금품살포 의혹’ 기사와 관련된 입장표명에 대한 것이었다.

수불 스님은 기자회견서 “내가 A스님이다. 하지만 승가의 전통처럼 이어져온 대중공양을 문제 삼는다면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몇몇 교구에서 공양금을 문제 삼아 기득권과 뜻을 함께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불법 선거로 몰아가기 위한 작태”라며 “소납은 지난 20년 이상 안거철마다 대중공양과 산중공양을 해왔다. 총무원장 선거를 기회로 문제 삼는 건 향후 후보자격을 원천 봉쇄하려는 종단 기득권층 작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자승 스님이 선거 중립만 지켜준다면 좋겠다. 뜻있는 사부대중이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종단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 단 한 표가 나온다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총무원장 선거 후보자로 나설 뜻을 전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선거법 제38조 ‘선거일 기준 1년 이내 재산상 이익을 어떠한 명목으로도 제공할 수 없다’는 선거운동금지 조항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그럼 군포교기금도 매달 내고 있는데 내지 말라는 것이냐. 동국대에도 지난해와 올해 기금을 냈고, 앞으로도 낼 건데 어떻게 볼 것이냐”고 되물었다.

교구 국장단과 소임자들에게 제공한 대중보시금의 선거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자승 스님이 잘 아실 것 같다. 나에게 한 얘기가 있지만 특정인물 인신공격 같아 이 자리를 빌려 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중공양 과정서 선거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어리석은 소리를 내가 왜 하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스님 의지와 다르게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의혹을 풀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이번 철에는 신도들이 대중공양 다녀오라고 많이 도움을 주셨다. 신도를 팔거나 걸고 넘어가려는 입장서 말하는 게 아니다. 선거에 나가는 의미로 받아들여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합천 해인사서 열린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수불 스님 대중공양과 관련해 △본사주지를 포함한 종무원의 지위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행위 배척 △입후보 관련 인물이 제공하는 일체의 공양금과 선물 거절 △종단 위상에 걸맞은 선거문화 조성 앞장 등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냈다.

결의문은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이 준비해 공유했으며,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은 받은 공양금이 있다면 제공자에게 돌려주자고 입장을 밝혔다.

수불 스님과의 질의응답

1. 35대 총무원장 선거 공식 출마선언인가
(출마할) 예정이다.

2. 선거법에 어떠한 명목으로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 군포교기금을 매달 내고 있는데 내지 말라는 것인가. 동국대에도 금년에도, 작년에도 냈고 앞으로도 낼 것이다.

3. 1년 이내 보시한 대중공양 내역을 공개할 수 있나
그런 것까지 공개하라는 것도 우습지 않나. 많이 내고 적게 내고를 비교할 건가.

4. 대중공양 과정서 총무원장 선거 관련 발언 있었나
한 적 없다. 어리석은 소리를 내가 왜 하겠나.

5. 교구 국장단과 소임자들에게도 대중보시금을 낸 걸로 알고 있다. 선거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보지 않나
내 생각에는 원장스님이 잘 아실 것 같다.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칠지. 원장스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하진 않겠다. 특정인물 인신공격 느낌이 들어서.

6. 취지가 대중공양이어도 그와 다르게 영향력 있기 때문에 선거법 정해졌다고 생각지 않나
그건 중앙선관위나 일반대중이 깊이 생각해서 입장을 얘기할 것이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한들 씨가 먹히겠나. 종단이 어지럽고 시끄러워지는 건 원치 않는다. 금품선거 하려는 마음도 없다.

7. 스님의 의지와 다르게 비칠 수 있지 않은지
의혹을 풀려고 오늘 기자회견을 했다.

8. 선거법 자체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질문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말장난하듯이 얘기하면 안 된다.

9. 총무원장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말은 맞다. 내가 유리한 쪽으로 얘기하진 않겠다. 종단 역사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정상적 사고를 통해 입장정리가 돼야 한다. 비정상적으로 뒤에서 음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10. 선거와 관련해 입후보 자격박탈 등 감지한 사례 있나
종단이 언제부터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선거법 위반이니 아니니 하는 입장 가져왔는진 알 수 없다. 나도 여러 공직을 맡고 있고, 교구장을 지낸 사람이다. 앞뒤 구별도 못하고 정신 넋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겠나.

11. 앞으로도 대중공양을 할 계획인가
내일 불국사 대중공양 간다고 얘기해놨다.

12. 총무원장의 선거 개입을 넘어 외압일 수도 있지 않나
상당히 불쾌했다. 원장스님이 얘기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대 중립을 취해야 한다.

13. 후보자격이 박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 얘기할 부분이다.

14. 현 총무원장의 지지나 지원을 거부한다는 얘기로 받아들여도 되나
민감한 부분이기에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생각해보지 않아 판단하기 곤란하다. 거부한다고 하면 그 입장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입장대로 뭐가 올 것 같다. 흐름 따라서 지켜보겠다.

15. 그동안 선거에 대해 많은 이들이 돈 선거가 없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어떻게 보나?
맞는 얘기다.

16. 그런 부분들이 대부분 대중공양비 형태로 지원돼왔는데
그렇다면 과거까지 다 얘기해서 입장정리를 해야 청정승가가 되든 말든 하지 않겠나. 아니면 과거는 묻어두더라도 지금부터 잘한다고 한다든지.

17. 누구든지 대중공양형태 금품 살포 문제없다고 생각하나
난 그런 생각으로 하지 않았다. 선거에 나갈 예정이지만 나가서도 돈 쓸 마음이 없다.

18.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대중공양금 받은 몇몇 본사들이 되돌려주겠다고 한다면
그럼 받는다. 그러나 총무원장 선거 나가는 것처럼 착각해서 오해하면 안 된다. 그런 어리석은 교구장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19. 대중공양비 금액 지금까지 대략 어느 정도로 봐야 하나
파악해보면 얼마 했는지 알지 않겠나. 이번 철에는 신도들이 대중공양 다녀오라고 많이 주셨다. 신도님들이 주신 걸 올렸다. 내 신도를 일부러 팔고 걸고 넘어가려는 입장에서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