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불교

리처드 휴지스 시거 지음 / 장은화 옮김 / 운주사 펴냄 / 3만원

다종교·다문화 사회인 미국서 활기차게 발전하는 미국 불교의 역사와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국 불교에 대한 종합적 안내서이다. 특히 다양한 종교 전통, 즉 각국의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불교 종파들의 정착 및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국 불교의 역사와 특징 체계적 정리

이민자 중심으로 한 불교 정착과정 고찰

불교는 아시아서 발생했고, 당연히 아시아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자본주의의 첨병을 달리는 미국서 불교가 기독교, 유대교와 함께 미국 최대 종교들 가운데 하나로 급성장 한다는 점이다. 또한 유럽국가에서도 불교 신자들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토인비는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동양의 불교가 서양에 유입된 일”을 들었다. 특히 미국은 19세기 말 처음으로 불교가 소개된 이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며 발전해오고 있다. 이는 근래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0위권 목록에 불교 관련 서적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 반증된다. 이 책은 미국의 종교를 전공한 저자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미국 불교의 개략적인 역사와 미국 내서 성장한 주요 불교종파들과 그들의 전통, 그리고 미국 불교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제 1부 ‘종교사적 배경’에서는 아시아와 미국의 종교사와 관련된 배경을 다루었다. 먼저 미국 불교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이어서 전체 불교사에서 핵심적인 사상과 역사적 발전을 간략히 서술했다. 그리고 미국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에 일어난 주요 발전상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면서, 과거 미국의 종교사에서 이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이어 제 2부인 ‘주요 불교 전통’은 이 책의 핵심이며, 여섯 가지 유형의 불교를 선정한 후 각 유형이 미국에 소개될 때 작용한 독특한 세력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근대 일본 불교사와 관련된 배경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데, 그중 정토진종과 선종, 그리고 창가학회가 이민자들의 역동성을 통해서 미국 종교 체계의 일부가 된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또한 아시아의 다른 여러 전통서 나타난 발전상을 선별해서 고찰하고, 미국 내의 티베트 불교의 도입과 특징, 미국 대중문화와의 연계성을 고찰했다.

마지막 제 3부 ‘선별된 쟁점들’에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세 가지의 중요한 발전상을 고찰함으로써 불교의 미국화를 보다 더 상세하게 다룬다. 먼저 양성평등의 이상이 진보적 유대교 및 기독교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불교에서도 표출된 경위를 기술했다. 다음으로는 몇몇 유명인과 유명단체가 사회변화에 헌신하는 진보적 미국 불교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고찰했다. 그리고 미국 불교 공동체 내에서 현재 진행되는 불교 내적 대화와 종교 간 대화를 기술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말의 미국 불교 상황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21세기를 맞이하는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미국 불교를 종합적으로 다룬 고전적인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 출간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을까?

첫째, 이 책은 미국 불교에 관한 학술자료로서 큰 가치가 있다. 미국 불교의 역사, 주요 전통, 주요 의제를 미국 종교사의 관점서 서술한 이 책은 한국어로 된 미국 불교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한국 불교학계와 독자들에게 이전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준다. 둘째, 이 책은 미국의 이민민족 불교에 대한 창의적 관점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미국 불교의 구성요소를 ‘유럽계 미국인 위주의 개종자 공동체’, ‘60년대에 도미한 아시아 이민 공동체’, ‘19세기 중엽의 중국계 및 일본계 이민 4~5세대 후예들’이라는 세 집단으로 구분한 후, 이 중 이민민족 불교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한다.

셋째, 이 책서 기술한 미국 불교의 현황은 한국 불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불교학의 흐름은 철학적, 형이상학적 교학에 경도된 경향이 있으며, 우리의 삶에 불교의 통찰을 적용하고자 하는 응용불교, 실용불교의 연구는 많이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불교 전통이 한자리에 모인 미국사회에서 불교는 탈전통, 탈종교, 사회참여, 일상생활의 수행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한국 불교가 열린 마음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하여 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한국 불교는 미국 불교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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