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선이다

 

심성일 지음|침묵의 향기 펴냄|1만 7500원

이 책은 옛 선사들의 문답과 일화 50편, 게송과 선시들 100편을 재료로 삼아 자기의 본래면목에 눈 뜨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진리는 무엇인지 모르고 찾으면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지만, 바른 안내를 잘 따르면 지금 여기서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불교 정신을 충실히 따르면서 지금 있는 자리서 진리를 알아차리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가리켜 보여 준다. 다양한 영적 전통 및 가르침들과 선(禪)을 공부한 뒤 진리에 눈을 뜬 저자의 직접 경험서 우러나온 지혜와 통찰들이 간결한 문장에 담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달을 가리키는 옛 선사들의 손가락

깨달음의 인연, 깨달음의 노래 모음

이 책은 총 2부로 이뤄져 있다. 1부 ‘깨달음의 인연’은 옛 선사들의 일화와 문답 50편을 소재로 하여 아상(我相) 너머에 있는 본래면목을 알아차리도록 안내한다. 경덕전등록, 오등회원, 총림성사, 조당집, 산암잡록, 연등회요, 종문무고, 대명고승전 외 다양한 문헌들의 기록에서 선정해 소개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선문(禪門)의 일화들이 다수 실려 있어 옛사람들이 먼저 걸어간 마음공부의 길을 참고할 수 있다. 2부 ‘깨달음의 노래’는 선사들의 게송과 선시(禪詩) 100편을 소재로 하여 지금 여기의 진실을 깨달아 자유에 이르도록 안내한다. 지공, 장경, 두순을 비롯한 중국의 옛 스님들, 도오겐, 뎃슈, 도오쿄를 비롯한 일본의 옛 스님들이 남긴 선시들도 적지 않지만, 신라시대의 부설 거사로부터 백운, 나옹 등 고려시대, 소요, 부휴, 서산, 사명, 보월 등 조선시대, 경허, 경봉, 효봉, 설봉, 혜암 등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살았던 수많은 선사들의 게송과 선시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반갑다.

저자의 언어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불교의 정신을 충실히 따른다. 이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서 본성을 보게 하고, 지금 여기에 있는 해탈과 하나 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의 본래면목은 수행을 통해 닦아서 이루는 것이 아니며, 이미 늘 여기에 있지만 간과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선지식은 그것을 가리킬 뿐이며, 우리의 할 일이란 그것을 알아차리고, 진실이 아닌 모든 개념과 견해를 비우는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문답을 선문답(禪問答) 같다고 말한다. 그처럼 선문답은 세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이나 대답이지만, 선사는 이런 대화를 통해 분명히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 하나의 예로, 책에 소개된 〈총림성사〉 속 일화를 보자.

범치령이라는 사람이 내한 벼슬을 하다가 지방 태수로 나가는 길에 민 화상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던 중 탄식하며 말했다. “늘그막에 벼슬살이를 하느라 이 일을 알기가 점점 멀어집니다.” 그러자 민 화상이 곧장 “내한!” 하고 불렀다. 범공이 “예.”하고 대답하자 민 화상이 말했다. “멀지 않군요” 범치령은 벼슬살이, 즉 세간살이에 시달리다 보니 마음공부에 전념하기가 어려웠고, 수행을 등한히 하다 보니 자신이 도(道)에서 멀어졌다고 느꼈다. 수행을 중시하는 부류의 스승이라면 열심히 수행하라고 조언했을 법하지만, 진실에 눈을 뜬 선지식이었던 민 화상은 직지인심, 즉 곧바로 마음을 가리켜 보여 준다.

민 화상은 이 짧은 문답을 통해 결코 자신과 떨어져 있지 않은 ‘그것’을 분명히 알려 주었지만, 여느 선문답들과 마찬가지로 공부가 깊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공부 선배의 도움말이며, 일례로 지은이는 여기에서 이렇게 힌트를 준다.

“‘예’ ‘마른 똥막대기’ ‘여기서 홍도까지 나흘 걸린다’는 말만 보면 그 길이나 내용이 다릅니다. 말의 길이나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그 모든 말들은 말이 아닌 엄연한 사실, 결코 멀리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본래면목을 곧장 가리키고 있습니다. 모든 말과 생각,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알아지는 모든 현상들이 바로 지금 어디에서 출몰하고 있습니까?” 이 책에 실린 150편의 글은 모든 것이 나오고 돌아가는 근원이자 바탕인 ‘달’을 가리키는 150개의 친절한 손가락이다. 옛 선사들이 남긴 글과 어우러진 지은이의 간곡한 도움말들은 자기의 진실에 관심이 있는 구도자라면 어렵지 않게 자신의 본래면목을 눈치 채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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