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에 의해 승가의 위상과 스님들 인권이 유린당한 불교계 대표 사건은 1980년 벌어진 10.27법난이다.

이는 한국불교계 현대사의 치욕이자 신군부 정치적 시나리오에 불교계가 짓밟힌 사건이다. 이 사건은 발생 20여 년이 지나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국가권력 남용사건’으로 규정됐다. 이후 2008년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며 과거사 치유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1947~1954년 제주도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충돌로 빚어진 주민희생 사건인 제주4.3은 불교계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높다. 10.27법난처럼 탄압대상이 불교계에 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4.3 당시 불교계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사찰 법당과 요사채 등이 전소되거나 불상·탱화 등이 훼손되고, 특히 14개 사찰 16명의 스님들이 총살·수장되는 등 반인륜적 피해를 입었다. 제주불교연합과 제주도의회 길상회는 이 같은 문제를 알리고, 불교계 차원서 역사를 조명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제주불교계의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내달부터 4.3피해 사찰순례와 영가 헌다례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회적 공의가 모이지 않으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교계는 뜻을 모아 선대 스님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헤아려 역사를 재조명하고, 추념사업에 나서야 한다. 국가권력의 만행을 후대에 알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때 이 땅의 민주주의가 바로서고, 불교계의 위상 또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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