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탄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연재…① 부탄의 국교 - 금강승불교

올해는 한국과 부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양국은 1987년 9월 수교 이후 인적·물적 교류를 이어오며 굳건한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승불교의 전통을 잇는 한국불교계와 금강승불교를 국교로 삼은 부탄은 같은 불제자임에도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에 본지는 한국불자들의 부탄문화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부탄우호협회 산하 부탄문화원 연재를 10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강원에서 수업이 끝난 뒤 스님들이 모여 즉문즉답 토론을 하는 모습. 부탄은 다양한 수행법 외에도 수행자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문화가 발달했다.

보리·보살도 중시한 금강승
대승불교 발전된 한 형태로
개인 근기 맞춘 수행법 발달
부탄서 국민행복 토대로 여겨

금강승불교의 탄생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3개월 뒤 라즈기르에서 두타제일 마하카샤파 존자를 필두로 한 1차 결집이 이루어졌다. 100년 뒤 약 기원전 443년에 발루카마라 사원에서 2차 결집이, 아소카대왕 시절인 기원전 308년경에 파타리푸타에서 3차 결집이 이루어졌는데 이때 상좌부(테라와다) 불교가 형성된다.

아비담마부가 3차 결집에 포함되고, 아소카대왕은 스리랑카·카나라·카르나타카·카시미르·미얀마·아프가니스탄 등으로 대장경을 보내게 되는데 이 전승이 소위 한국에서 소승불교(혹은 남방불교·상좌부불교)라 불리게 된다.

서기 1세기가 지난 무렵부터는 대승사상이 동트기 시작하고 2세기 용수보살의 공성사상을 중심으로 한 입중론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세친보살, 무착보살 등의 위대한 사상가가 출현하여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꽃 피우게 된다. 이 대승불교 사상은 1세기 중국에 전해지고, 4세기에는 고구려에, 6세기에는 일본에 전해지며 정토사상과 선불교가 꽃을 피우게 된다.

8세기 무렵 인도에서는 ‘마하싯다’라고 불리는 기존 승단이나 사원, 사찰에 속하지 않고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수행하는 수행자 집단이 생기기 시작한다. 대비로자나 탄트라, 구햐사마자 탄트라 등의 수행법이 이 시기에 성립되었고, ‘금강승’이라고 불리는 밀교수행법이 널리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보리심과 보살도를 중요시했기에 금강승불교는 대승불교의 발전된 형태로 본다.

경전을 널리 보급하고 외우기보다는 스승에서 제자로 전해지는 구전을 통해 수천 년간 가르침이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히말라야에서는 티송데첸왕이 티베트 전역을 통일하였고, 불교 수용을 위하여 중국의 선불교와 인도의 불교 중에 어떤 것을 택할지 고민을 하던 차였다. 인도 나란다대학 학장이었던 산타락시타와 우디야나국의 왕자이자 밀교수행자였던 파드마삼바바, 중국선불교 대표자 마하연 선사를 초청하여 불교 철학, 수행, 계율 등 다양한 방면에서 뜨거운 대논쟁 후 인도불교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결국 티베트는 자연스럽게, 지금은 ‘티베트불교’라고 더 널리 알려진 금강승불교를 받아들여 꽃을 피우게 된다. 그 후 인도에서는 이슬람에 의해서 불교문명이 사라지지만 인도 후기 불교의 모습은 고스란히 티베트 전역에 퍼지게 된다. 이 금강승불교는 티베트, 부탄, 네팔, 북인도, 몽골,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일부 지역까지 널리 퍼지게 된다.

8대 수행법맥과 부탄
금강승불교는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에서 크게 꽃 피운다. 대승불교를 기반으로 보리심과 보살도를 중시하면서 석가모니의 비밀스러운 가르침인 밀교의 가르침대로 한 생에 깨달음을 얻는, 개개인의 근기에 맞춘 수많은 수행법이 스승과 제자 사이에 구전되고 있다.

금강승불교는 이후 8대 수행법맥으로 나뉘게 되는데 도표를 보자.〈표 참조〉

이 중에서 마르빠까규 전승은 또 다시 12개의 분파로 나뉘는데, 가장 큰 분파가 디꿍까규, 그 다음이 둑빠까규, 까르마까규 순이다. 이 중 부탄은 둑빠까규 전승을 국교로 삼는다. ‘둑’은 용을 뜻하고 ‘빠’는 ~인, ~사람을 뜻하므로 둑빠는 부탄의 종교이자, 부탄을 상징하는 민족이 된다.

8세기경 부탄에 불교를 최초로 전한 파드마삼바바가 전설적인 탁상사원에서 3년 명상을 한 후에 부탄 전역은 닝마법맥이 주를 이루었으나 17세기 티베트의 둑빠까규의 법왕이었던 샵둥나왕남걜이 지금의 부탄 지역으로 와 국가 형태를 만들어 둑빠까규를 국교로 삼게 됐다.

석가모니 부처님에서 부탄으로 이어져 오는 둑빠까규의 법맥은 다음과 같다.

닝마파의 시조 파드마삼바바(왼쪽)와 부탄을 국가 형태로 발전시킨 샵둥나왕남걜.

석가모니로부터 이어져 오는 비밀한 가르침은 법신 그 자체인 지금강불(Dorje Chang)로 이어져 그 가르침은 인도의 위대한 마하싯다였던 띨로빠에게 전해진다. 이후 나란다대학의 학장이었던 나로빠에게 전수되었으며, 이는 티베트의 역경사였던 마르빠에게 전수된다. 한국에서도 십만송으로 유명한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래빠가 바로 마르빠의 수제자이며, 닥뽀지역 의사였던 감뽀빠에게 전수되고, 감뽀빠의 위대한 상수제자 4명 중의 한 명인 팍모두빠로부터 또 다시 8개의 법맥이 갈리는데, 쨩빠갸레 존자가 둑빠까규의 시조가 된다. 그 제자로는 1대 걀왕둑빠(둑빠까규의 법왕, 종정)로 계속 환생에 환생을 거듭하는데, 4대 걀왕둑빠로 인정받은 샵둥나왕남걜은 정치적 이유로 목숨의 위협을 받자 지금의 부탄지역으로 내려와 부탄을 금강승불교국가로 만들고, 총리(둑데씨)와 국사(제켄포)를 임명하고 20개의 주지사(펜롭)을 임명하여 처음으로 부탄을 국가 형태로 만들게 된다. 한편 티베트에서는 걀왕둑빠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서 현재 12대 걀왕둑빠가 둑빠까규의 법왕으로서 인도 라다크와 네팔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는 금강승불교 전승이 없어지고, 티베트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금강승 문화가 전멸했다(최근에는 관광사업 일환으로 다시 복원 중). 일부 문화가 인도 다람살라, 네팔 카트만두 등으로 전해졌으나 그 유구한 전통은 많이 말살되었다. 시킴, 라다크, 무스탕 등 금강승 불교왕국은 인도와 네팔에 의해 흡수되었고, 현재는 부탄왕국만이 유구한 인도의 후기 불교문화와 금강승불교를 천년 이상 지켜오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하겠다.

부탄불교는 대승불교의 발전된 형태인 금강승불교를 국교로 삼는 유일한 나라인 현재의 부탄을 있게 했다. 또 부탄국민과 국가의 근간이념인 국민행복의 기반이 되는 문화이자 생활 그 자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