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승의 날’ 제정 어디까지 왔나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을 기리는 국가 및 단체 행사들이 6월 내내 이뤄진다. 6월 6일은 현충일이고,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 있다. 하지만, 정작 임진왜란 등 국가적 환란에 맞선 의승들을 기리는 기념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조계종은 ‘호국의승의 날’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본지는 호국의 달을 맞아 ‘호국의승의 날’ 제정과 의승군의 활동을 살펴봤다.
 

Q. ‘호국의승의 날’ 어떻게 시작됐나
조계종은 2014년 6월 25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위원장으로 한 ‘호국의승의 날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매년 10월 15일을 ‘호국의승의 날’로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서명운동을 1년동안 전개해 6만 3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호국의승의날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어야 합니다〉는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종단 산하 불교사회연구소는 2011년 8월 호국불교 1차 학술세미나를 시작으로 승장 및 의승군 활동과 관련된 기초자료를 조사·발굴해 〈한국 호국불교 자료집〉·〈한국호국불교의 재조명〉 등 자료집을 펴냈다.


Q. 왜 10월 15일인가
이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1789년 봄, 정조는 해남 대흥사 내 제향시성인 표충사 사액을 기념하기 위해 예조정랑 정기환을 보내 서산대사 제향을 봉행토록 했다. 같은 해 8월 27일 표충사에서 본격적인 춘추 향사가 봉행되기 시작했다.

추진위는 “1789년 8월 27일은 국가가 처음으로 ‘호국의승’에 대한 제향을 봉행한 날이라는 점에서 ‘호국의승의 날’로 충분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해당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0월 15일”이라고 설명했다.
 

Q. ‘호국의승의 날’을 왜 제정해야 하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호국불교 자료집〉에 따르면 조선시대 승장·총섭·승통으로 활동한 스님의 수는 768명에 달한다.

특히 임진왜란에서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서산 대사는 사명·처영·영규 대사 등과 5000여 승군을 모집해 왜군과 맞섰다. 서산 대사는 평양성 전투에 참여했고, 처영 대사는 권율과 함께 행주산성 전투서 승리했다. 사명 대사는 노원평 전투에서 승리해 한성 탈환의 큰 역할을 했다. 전라좌수영 의승수군의 활약도 매우 두드러졌다. 임진왜란 이후 조정은 남한산성, 북한산성의 축조·수비를 승군에게 맡겼고, 왕조실록 사고지를 모두 사찰 경내에 조성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영·정조 대에는 밀양 표충사와 해남 대흥사에 사액을 내리고 호국의승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향을 봉행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국가 제향의 맥은 끊어졌고, 현재 개별 사찰들에서만 추모재를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의승의 날’ 제정 추진해
1년 동안 6만 3000명 서명 동참

조선시대 승장·총섭·승통 768명
임란때는 관군·의병과 전투 참여
국가 차원 제향 일제 이후 끊어져
현재 개별 사찰서 추모제 봉행해

지난해 추진위 기념일 제정 요구
정부 “국민적 공감 필요해” 난색

 

Q. 기념일 제정 어디까지 왔나
현재 한국에는 5개의 국경일과 45개의 국가기념일 공식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기념일이란 대통령령 6615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1973년 시행)’에 따라 제정·주관하는 기념일을 말한다. 국가기념일에 대한 규정은 시행령으로 돼 있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톨령 선언으로 결정하게 된다.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주관부처가 정해지고, 이후 부처의 예산확보를 통해 각종 기념식과 행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추진위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자치부에 ‘호국의승의 날’ 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들 정부 부처들은 ‘호국의승의 날’ 제정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와 행자부가 제정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의병의 날’과 중복 △종교편향이다. 두 가지 문제를 넘을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이야기했다. 즉, 의승군은 크게 의병에 포함되며, 특정종교 기념일을 만들 경우 다른 종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Q. 의승의 날, 의병의 날과 중복되나
추진위 측은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한다.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 의병의 날, 순국선열의 날 등은 모두 순국선열을 추념하는 것이고, 이는 내용의 중복이 아닌 ‘과거’를 기념하는 기념일의 공통된 특성이라는 것이다. ‘호국의승의 날’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 볼 것을 추진위는 주장한다.

기념일 행사 역시 이순신 탄신일은 해군, 현충일은 국가보훈처, 의병의 날은 의령군에서 주관하고 있어 호국의승의 날은 시가와 주체 면에서 기존 기념일과 중복되지 않는다는 게 추진위의 입장이다.

        
Q. 의승의 날, 종교편향 요소 있는가
이런 시각에 대해서도 조계종과 추진위는 반박했다. 가톨릭의 순교자 추모나 천도교의 동학농민운동 희생자 선양은 각 종교를 지키기 위해 ‘순교’한 것으로 이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종교편향이 성립되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국’한 의승군들을 기념하는 것이 종교편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역사상 등장하는 수많은 의승들은 ‘불살생’이라는 계율을 어기면서까지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헌신했다”며 “이들의 희생은 편향적인 ‘종교적’ 목적과 가치에 기반한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유교 국가인 조선 조정도 이들의 노력을 인정해 국가 차원의 제향을 봉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Q. 기념일 제정위한 조계종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한 달이 지난 상황이고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기념일 제정 사업은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다. 내각 구성이 완료되면, 기념일 제정을 위한 실무 협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주현 조계종 대외협력실 팀장은 “행자부 측에서 호국의승, 호국불교 기념일에 대한 국민공감대 형성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다. 이미 종단 차원의 연구 자료가 많이 축적됐고, 서명운동 등을 통해 국민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며 “내각 구성이 완료돼 정국이 안정되면 실무 협의를 진행하려 한다. 또한 국회 교문위의 의원들과도 접촉해 ‘호국의승의 날’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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