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란 무엇인가

이중표 지음|불광 펴냄|1만 6천원

불교 초심자들에게 지평이 되어준 〈불교란 무엇인가〉가 재복간됐다. 이 책은 원래 평생을 불교연구에 매진한 이중표 전남대 교수가 1995년 BBS불교방송서 교리강좌를 진행하면서 집필한 원고를 바탕으로 2012년 출간됐다.

‘무아’는 ‘연기(緣起)하는 나’…무아 깨쳐야 법신 이뤄

시대상으로 보는 고대 인도와 오늘날 우리와도 비교

어렵게만 느껴지는 불교를 현대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이 책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모두 아우르는 세밀한 구성과 신앙적 측면까지 고려해 저술된 불교개론서로 불자와 일반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전 출판사의 경영악화로 안타깝게도 절판 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교란 무엇인가〉를 찾는 독자들의 요청과 불교 입문서의 필요성을 느낀 불광출판사는 이중표 교수와 협의해 이 책을 다시 펴냈다.

제목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란 무엇인가〉는 불교 본질에 대한 현시대적 물음의 답변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교에 관한 궁금증에 답함과 동시에 일반 불자들도 교리를 심화시킬 수 있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대중 눈높이에 맞춰 쉬운 우리말과 예시로 불교 교리를 담백하게 설명한 부분이 특히 돋보인다. 불교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를 만들고자 한 이중표 교수의 노고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이중표 교수는 ‘삼귀의는 불교의 출발점이고 사홍서원은 불교의 결론’이라고 말한다. 모든 법회가 삼귀의로 시작해서 사홍서원으로 끝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삼귀의와 사홍서원을 사이에 두고 불교의 모든 교리가 관통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르침은 〈불교란 무엇인가〉의 기준점이 된다.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는 삶은 인간 본연의 참모습이고, 사홍서원은 자리이타적 삶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풀어서 설명한다.

“불교에는 삼귀의와 사홍서원이 있습니다. 삼귀의는 부처님(佛)·부처님의 가르침(法)·승단(僧), 이 세 가지 보물(三寶)에 의지해 살아가겠다는 맹세입니다. 부처님은 번뇌를 극복하고 해탈을 성취한 성자입니다. 열반에 이르는 방법을 중생에게 차별 없이 가르치셨고, 그 가르침대로 실천한 많은 이들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괴로움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의지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삼보에 의지해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중생은 비로소 속세를 벗어나게 됩니다. 마음속에 자비심이 일고 ‘너와 나’의 분별을 여의게 됩니다. 그래서 네 가지 큰 서원(四弘誓願)을 세웁니다. 가없는 중생을 구제하고, 다함이 없는 번뇌를 끊고, 무량한 법문을 배우고, 무상의 불도를 성취하고자 합니다.” 이 관점을 기준삼아 불교에 접근해야만 바르게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욕탐(欲貪)과 원(願)이 있다. 욕탐은 세간의 마음이고, 원은 출세간의 마음이다. 세간은 중생이 몸담고 있는 속세이고, 출세간은 열반의 세계이다. 이 욕탐과 원은 인간의 의욕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이중표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욕탐은 어리석은 마음이 거짓된 허구를 만들어 그 허상을 맹목적으로 쫓는 욕망을 말한다. 잡을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이러한 욕탐에는 만족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번뇌를 일으키고 고통을 준다. 원은 이 욕탐서 벗어나려는 마음상태를 의미한다. 부처와 같은 법신(法身)을 이루기 위한 자들이 원을 세운다. 이 원을 세우는 힘이 원력(願力)이고, 원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아(無我)를 깨쳐야 한다고 이중표 교수는 말한다. ‘무아’는 ‘연기(緣起)하는 나’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것을 깨달아 체득한다면 그것이 바로 법신이라고 책은 알려준다.

〈불교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교리만 담은 책이 아니다. 불법승 삼보로 시작해 사성제, 팔정도, 12연기, 중도를 포함한 불교의 주요 교리뿐만 아니라, 불교가 탄생한 당시 인도의 사회적 배경, 사상적으로 경쟁한 바라문교와 자이나교 등과의 관계를 자세히 서술해 불교를 이해하는 데 넓은 안목을 제시한다.

저자는 비록 2,500년 전의 일이지만 정치· 경제·사회가 혼란하고 삿된 종교가 판치던 당시 상황이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혼란한 시기에 교세를 확장하는 불교에 위기감을 느낀 다른 종교들은 끊임없이 사상적으로 불교에 도전해왔다. 이러한 논쟁의 과정 속에서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은 빛을 발했고, 많은 바라문교도들을 불교도로 만들어 불교의 교세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고 책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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