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아니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해진다. 2016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주요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구조의 전체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당장 우리 사회의 당면한 현실로 닥치고 있는 모양새이다. 안팎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눈 앞에 있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대한 사회 논의 확산
혁신적 정보기술이 삶 바꿔

3·4차 産革, 동질·이질 내포
4차 산업혁명은 이전보다도
해당 사회의 인문 역량 주요

한국사회, 과학기술적 접근만
이제는 인문학적 논의 필요해

불교학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한국불교학회가 2017년 12월 ‘불교와 4차 산업’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그 준비의 일환으로 다섯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불교학계 그리고 불교계는 한국사회 혹은 더 나아가 세계사회의 이슈를 선점하고 이끌었던 것이 아니라 쫓아가는데 급급했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한발 빠른 행보라는 점에서 사뭇 기대되는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 지능·사물 인터넷·빅데이터·모바일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과 융합하면서, 개인의 일상으로부터 국가 단위에 이르기까지 삶을 움직이는 프레임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작동하며 나타나는 혁신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주축이 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고, 그 혁명적인 정보통신기술들이 사회전반에 걸친 삶의 프레임을 재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에 담겨 있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정보화 그리고 자동화 생산시스템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 등 이전까지의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측면에서는 동일한 연속선상에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전혀 이질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것은 이들 산업혁명들이 기본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질적이란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산업혁명과 달리 훨씬 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문적 역량을 많이 반영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경제활동에는 첨단기술 못지않게 인문적 사고방식이 중요한 요소로서 기능하고 있고 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그러한 형태의 변화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빅데이터·모바일 등을 매개로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셈이다.

석길암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우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인문(人文)’ 곧 사람의 삶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잊는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시대를 뒤쫓아가는 후발주자가 될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선도하는 자가 되려면, 첨단과학기술 못지않게 인문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제고할 필요가 있다. 불교는 인간 삶의 현실과 그 극복을 이야기하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인간다울까를 말하는, 오래 된 하지만 늘 새로운 사유체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역사 속에 기본적인 인문정신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우리 삶의 현실로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담아낼 많은 인문적 콘텐츠를 내장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이제 하드웨어 못지않은 소프트웨어를 챙길 시점이다.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는 우리 역사속의 인문정신, 불교문화의 사유전통에서 조금도 벗어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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