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대 이사장 지선 스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6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각성운동은 자기가 사는 사회에 대한, 구체적으로 역사적·사회적 의식이 없는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명인사들 보세요. 자기수행은 없고 학벌주의에 매몰됐습니다. 글 쓸 때 유명한 철학자나 시인을 많이 인용하는데 정작 자기 삶을 보면 민주적이지 못합니다. 요즘 인사청문회만 봐도 범죄자들이 앉아서 심문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결국 국민이 각성해야 제대로 된 민주화가 이뤄집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은 6월 8일 기자간담회서 개인이익에 얽매여 민주화 발전을 저해하는 엘리트인사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던졌다. 지선 스님은 먼저 수행에 전념해야 하는 하안거 기간에 사회 중책을 맡게 된 점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감회가 새롭다고 밝힌 지선 스님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기념사업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사진부터 기념사업회와 동떨어진 인물이 선임됐고, 사업회 또한 잘못 운영된 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민주화)운동의 한 과정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민주화가 한 단체나 권력이 아닌 국민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폭넓게 의견을 수용해 민주화가 발전하도록 정부가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선 스님은 촛불집회로 시작된 탄핵정국과 관련해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처음 정국이 시끄러워졌을 때 외국으로부터 정치까지 선진화되진 않았다는 비아냥이 있었다. 몇 개월 뒤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이어지는 걸 보고 민주주의 희망이 보인다는 칭찬을 듣게 됐다”면서 “수많은 전쟁과 근대의 여러 사건, 비민주적인 일들을 많이 거치면서 성숙된 것이 평화로운 집회를 이끌어냈다.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개인출세나 명예욕을 떠나 민생고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선 스님은 또 민주화와 통일은 둘이 아닌 하나임을 역설했다. 스님은 “통일을 담보하지 않는 민주화, 민주화가 담보되지 않는 통일은 허구다. 한국의 모든 현실적 고통의 근본 원인은 분단에서 시작된다”며 “결국 역사도, 철학도, 예술도 반쪽짜리가 됐다. ‘분단병’을 치료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계속 헌신해야 하고, 정치권에서도 같이 어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선 스님은 이어 온전한 민주화를 위해 종교와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지만 대중에 실망을 주는 현실을 한탄했다. 스님은 “종교와 언론이 깨어있지 못하니 국민들은 생존경쟁에 시달려 각성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정치나 경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종교가 해야 하는데 이익집단화 돼 제 역할을 못했다”고 반성한 뒤 “불교는 중생을 깨우쳐 부처가 되도록 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회가 아닌, 민주시민으로서 상식을 갖추고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선 스님의 이사장 임기는 2020년 6월 4일까지 3년간이다. 스님은 1987년 6.10민주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2007~2010)을 역임하는 등 6월항쟁의 상징적 인물이다. 스님은 1987년 6.10국민대회서 내란음모죄로, 1989년 6월항쟁 도화선인 이철규 열사의 죽음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렀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공동의장 등을 지내며 불교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이에 대한 공로로 관현민주대상(1998), 오월어머니상(2010)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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