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100살 비구스님의 전생

왕사성에 복증(福增)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100살의 할아버지였습니다. 100살이라면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나이입니다. 그러나 복증 할아버지는 주책 바가지여서 존경은 커녕 남의 놀림감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출가를 하면 공덕이 크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부처님을 찾아가니 마침 부처님이 계시지 않아서, 제자들에게 자기의 뜻을 말해보았습니다. 제자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속이 상한 그는 할아버지답지 않게 정사의 큰문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마침 부처님이 정사로 들어오시다가 복증 할아버지를 보셨습니다. “그 나이에 출가를 하시겠다니 참으로 장하십니다.”

부처님은 복증 할아버지를 크게 칭찬하시고, 신통제일의 목련 존자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출가시켜서, 가르치도록 일러주셨습니다.

복증 할아버지는 100살에 비구스님이 된 것이 매우 기뻤습니다. 그러나 복증 비구는 마음에 맞지 않는다며 주책없이 젊은 스님들과 자주 다투었습니다. 어느 날은 젊은 스님과 다툰 뒤, 분을 참지 못해서 강물에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자살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신통제일 목련 존자가 이걸 모를 리 없지요. 목련은 신통력으로 복증 비구를 강에서 건져 언덕에 올려놓았습니다. 목련은 주책없는 이 노인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하다가 그의 전생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나를 스승으로 잘 배워야 합니다. 도를 얻는 길을 가르쳐 드리죠. 내 옷자락을 잡으세요.”

스승 목련은 자기 옷자락을 복증 비구가 잡게 한 다음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죄를 짓고 그 죄값으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경시켰습니다. 

그 모두를 지나서 높다란 산 앞에 이르렀습니다. 뼈로 된 산이었습니다.  스승 목련은 복증 비구를 데리고 뼈의 산에 올랐습니다. “높지요? 이 뼈의 산은 복증 비구의 전생의 뼈무더기입니다.”

복증은 너무 놀라서 불쑥, 머리털이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승님. 지금 저의 심장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이 뼈산이 저의 전생의 뼈무더기라면 그 내력을 말씀해 주십시오.”

스승 목련이 말했습니다. “오랜 세월 전에 복증 당신은 큰 나라의 왕이었지요. 그런데 놀이를 너무 즐기는 주책없는 왕이었어요.” 스승 목련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어느 날 주착없는 왕이 주사위놀이를 벌였는데 왕의 편이 이기고 있었습니다. 승리에 도취된 왕이 소리치고 있는 그때에 송사가 들어왔습니다. “대왕 마마. 살인죄를 저지른 죄인 하나를 붙잡아 왔습니다. 재판을 열어주십시오”라고 신하가 와서 여쭈었습니다.

놀이에 정신이 팔린 왕이 말했습니다. “지금 주사위놀이에서 내 편이 이기고 있소. 자리를 떠날 수 없으니, 신하들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살인자라면 사형에 처해야겠지.”    

명령을 받은 우두머리 신하는 아래 신하를 모아서 의논하고, 잡혀 온 사람을 사형에 처한 다음, 왕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잘했소. 살인자라면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지.” 놀이에 빠진 왕은 신하의 보고를 받으면서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진짜 살인자가 잡혀왔습니다. 애매한 사람을 살인의 죄를 씌워 죽인 것이었습니다. “이런! 죄 없는 사람을 죽였군!”

왕은 크게 뉘우치며 며칠 밤을 고민에 빠졌습니다. 놀이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애매한 사람을 죽였다. 백성의 어버이가 돼야할 왕이 살인을 했다. 나 혼자만 지옥에 가야 할 판이다!”

번민을 하던 왕은 왕의 자리를 버리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지키고, 열심히 수도를 했습니다. 그 갚음으로 겨우 지옥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지옥은 면했지만 그는, 바다의 큰 물고기 마가라의 몸을 받았습니다. 몸길이가 7백유순에 이르렀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섬의 크기였습니다. 온갖 물고기가 마가라의 몸을 물어뜯었습니다. 가려움을 견딜 수 없어서 마가라는 바닷가의 큰 산에다 몸을 문질렀습니다. 피가 흘러서 바다를 더럽히게 되었습니다.

큰 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습니다. 바다에는 산 같은 파도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가라는 파도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파도에 휩쓸려 오는 물고기를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5백 상인을 태운 큰 배가 파도에 휩쓸려 마가라의 입으로 밀려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배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배가 마가라의 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요. 모두 부처님 명호를 부르시오! 부처님께 구원을 청하시오!” 그러자 일제히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무 관세음보살이라니?’ 마가라는 놀라며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마가라가 입을 닫았다. 우리는 살았다”고 하며 상인들이 기뻐했습니다. 배에 탔던 500명이 생명을 구했습니다.

스승 목련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다시 이 뼈의 산을 보시오. 7백 유순 마가라의 뼈무더기요. 마가라는 500명의 생명을 구해준 공덕으로 왕사성 복증 장자의 몸을 받았지요, 100세의 수명을 누리는 것도 마가라 물고기 때의 공덕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제 비구가 되셨으니, 자질구레한 일에는 마음을 두지 말고 큰 도를 이루어 부처가 되세요.”

“예, 예!” 대답한 100살의 복증 비구는, 지난 잘못을 깨닫고 열심히 도를 닦았습니다. 주책바가지 성품도 말짱하게 가시고, 얼마 뒤 곧 아라한과를 이루었습니다. 
〈법원주림(法苑珠林), 사녀편(士女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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