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계종 교육원, 제1회 학인 설법대회

대상을 수상한 해인사 승가대학 금후 스님이 설법을 시연하고 있다. 스님은 자신의 출가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내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출가부터 지금까지 속세의 습관 때문에 끊임없는 고비가 옵니다. 그때 그때 고비를 극복하게 되고, 그런 경험이 반복돼 지혜가 생겼습니다. 이 지혜는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해인사 승가대학 금후 스님>

조계사 앞마당이 법(法)으로 채워졌다. 사자좌에 오르신 덕 높으신 오늘의 스승님은 갈색 동정이 인상적인 학인 스님들이다. 20~30대 젊은 스님들의 설법은 무언가 달랐을까. 결론은 달랐다.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제1회 학인 설법대회 전경. 사진은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이 마지막 총평을 하는 모습.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6월 1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특설무대서 개최한 제1회 학인설법대회는 미래의 부루나 존자들의 설법 능력을 경연하는 법의 현장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안거 중인 종립선원을 제외한 17개 종단기본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학인 39팀(사미 24명, 사미니 16명)이 참여했으며, 오전 예선을 거쳐 12팀이 본선에 올라 자웅을 겨뤘다.

본선에서 경연을 펼친 참가자들은 현대에 맞는 설법을 보였다. 파워포인트(PPT)과 동영상은 기본이었다. 아예 대중가요 ‘네박자’를 개사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청암사 승가대학의 명정 스님은 개사곡에 맞춰 ‘번뇌즉보리’를 설했다.

운문사 승가대학 도안 스님이 '꺽어진 고목에서 나를 만나리'를 주제로 설법을 하고 있다. 스님은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해 영어 법문을 준비한 학인도 눈길을 끌었다. 운문사 승가대학 선경 스님은 ‘행복하십니까’를 주제로 영어 법문을 펼쳤다. 반대로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은 유창한 한국말로 “본래성품은 생각 이전에 있다. 경상을 때라거나 손가를 드는 선사에게 대해 들을 때 대중들이 본래성품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선(禪)의 요체를 설명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법문들은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의 영관 스님은 자신이 어떻게 불교를 만났는지를 재치있게 풀어냈다.

해인사 승가대학 금후 스님이 대상을 받고 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수학 중인 금후 스님은 “가족 친지는 물론 친구, 선후배까지 모두에게 소문내고 온 출가길에 물러설 수 없었다. 3천배를 하라고 했다가 일이 많으니 270배만 하고 일을 하라고 했던 선배 행자, 매일 울부짖게 해준 윗반 스님까지 그 ‘덕분’에 출가 사문의 길을 간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덕분에, 덕분에 부족한 자질을 가지고도 출가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자만과 착각을 없애고,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이해하며,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저는 연기를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시간여 진행된 본선 이후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은 총평에서 설법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설정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이 아무리 훌륭해도 설법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최근 한국불교가 위축된 것은 부처님의 법문과 진리를 전하지 않는데 서 비롯된다”며 “이 같은 설법대회는 좋은 사례이고, 한달에 2~3번 이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제1회 학인 설법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해인사 승가대학 금후 스님과 학장, 학감, 도반 스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설법대회 참가자들도 설법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영관 스님(동국대 서울캠)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도반 스님과 밤새워 토론하고, 공부했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또한 법문을 하시는 스님들에게 존경심이 생겼다”며 “교육원에서 다음 경연은 연극대회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연 끝에 최종 우승인 대상은 자신의 출가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금후 스님(해인사)이 차지했다. 스님은 이번에 처음 도입된 청중평가단의 공감지수에서 98.8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금후 스님은 “실수 많았고, 많이 떨었는데 대상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대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지난 출가 과정을 거품없이 써봤더니 재미가 있었다. 이를 잘 살렸던 것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대회 참가자들이 사홍서원을 하고 있다.

최우수상에는 영관(동국대 서울캠)·세광(동학사) 스님이, 우수상에는 휴정(운문사)·선경(운문사) 스님이, 장려상에는 도안(운문사)·현수(중앙승가대) 스님이 각각 수상했다.

한편, 조계종 교육원은 학인들의 전법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염불 시연·외국어 스피치·토론 대회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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