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우 하나로 천가(千家)의 밥을 빌며 외로운 몸 만 리를 떠도네. 푸른 눈, 알아주는 이 없으니 흰 구름에게 갈 길을 물어 볼까나?(一鉢千家飯 孤身萬里遊 靑目睹人少 問路白雲頭)”

읽어보면 애틋하게 가슴이 저려오는 시이다. 운수송(雲水頌)으로 알려진 이 시는 포대화상(布袋和尙)이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이 시가 그의 생애를 대변하는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지는 시이다. 운수행각을 하는 수도자의 애환이 엿보인다. 구름처럼 물처럼 정처 없이 떠돌며 유랑으로 일생을 보낸 그도 어쩌면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知己)가 없어 무척이나 외로웠는지 모른다. 구름에게 길을 묻는다는 마지막 구가 세상을 초월한 자의 자유보다 그리움의 향수가 묻어나는 것 같다.

포대화상은 정확한 생몰연대가 알려져 있지 않다. 양나라 때 명주(明州) 봉화(奉化)출신이었다는 것만 밝혀지고 성(姓)도 미상이라 하였다. 다만 〈전등록〉 27권에 의하면 그가 스스로 밝힌 그의 이름이 계차(契此)였다고 한다. 그는 기이한 언행으로 세상을 살아 숱한 일화를 남김 전설적인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몸이 뚱뚱하고 배가 늘어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지팡이 끝에 자루를 메고 다니면서 무엇이던지 보면 달라고 해 그 속에 넣어 담고는 사방을 떠돌아 다녔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씨나 길흉화복에 대한 것을 말해 정확히 맞추기도 했다.

일정한 주처(住處)가 없이 아무 데나 누워 자고 다니며 항상 긴 자루를 메고 다닌다고 해서 때의 사람들이 포대화상이라 불렀으며 또 장정자(長汀子)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가끔 이적을 보이기도 하였다.

눈 속에 누워도 눈에 옷이 젖지 않고 비가 오려고 하면 젖은 짚신을 신고서 길바닥을 뛰어 다니고, 심한 가뭄이 들 때는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저자의 다리 위에서 무릎을 세우고 자니, 사람들이 이것으로 날씨를 짐작했다.

〈전등록〉에는 그가 어떤 스님과 나눈 짤막한 대화가 소개되어 있다.

포대화상이 길모퉁이에 서 있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 여기서 무엇을 하십니까?” 

“누구를 기다리오.” 

“왔습니다. 왔어요.” 

“그대는 그 사람이 아니오.” 

“어떤 것이 그 사람입니까?” 

“내게 돈 한 푼 주시요.”

포대가 노래를 불렀다. “오직 이 마음을 마음이라고 하는 마음만이 부처이니 시방세계에 가장 영특한 물건일세. 가로 세로 묘한 작용 신통한 그놈이니, 온갖 것이 마음의 진실함만 못하다네.(只箇心心心是佛 十方世界最靈物 縱橫妙用可憐生 一切不如心眞實)”

“팔팔하고 자재하면서도 하는 바가 없으니, 한가롭고 한가로운 끝이 출가한 장부일세. 만약 눈앞의 참된 도를 본다고 해도 털끝만큼도 기특하게 여기지 않네.(騰騰自在無所爲 閑閑究竟丈夫兒 若睹目前眞大道 不見纖毫也大奇)”

“만법이 무엇이 남다르고 마음은 무엇이 다르기에, 어찌하여 수고롭게 경전의 뜻을 찾나? 심왕(心王)은 본래 스스로 분별이 끊겼으니, 지혜로운 이는 오직 배울 것 없는 경지만을 밝힌다네.(萬法何殊心何異 何勞更用尋經義 心王本自絶多知 智者只明無學地)”

“범부도 아니요 성인도 아니거니 다시 무엇이라 하리오. 억지로 분별하지 않으면 거룩한 정이 우뚝할 뿐, 값 매길 수 없는 마음구슬이 본래 원만하고 깨끗하거늘 범부는 다른 형상이라 하면서 망령되이 부질없이 부른다네.(非聖非凡復若乎 不强分別聖情孤 無價心珠本圓淨 凡是異相妄空呼)”

“사람이 능히 도를 펴면 도가 분명해지나니, 한량없이 맑고 높음을 도의 정(情)이라 부른다오. 비단을 끌고 고국(故國)의 길에 오르기만 한다면 어디서나 도의 소리 듣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게나.(人能弘道道分明 無量淸高稱道情 携錦若登故國路 莫愁諸處不聞聲)”

포대화상이 입멸 할 때에 반석 위에 단정히 앉아서 게송을 읊었다. 그의 임종게(臨終偈)이다.

“미륵, 참된 미륵이여! 천백억으로 몸을 나누어 때마다 그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건만 그때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더라.(彌勒眞彌勒 分身千百億 時時示時人 時人不自識)”

게송을 마치고 편안히 앉아 떠낫다. 그런데 그 뒤 다른 고을 사람들이 여전히 포대(베자루)를 메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하였다. 이에 사부대중이 다투어 그의 형상을 그렸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