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원인 스님 지음|민족사 펴냄|1만 8천원

〈금강경〉은 조계종 소의경전이자, 〈반야심경〉과 더불어 우리나라서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이 책 〈삶의 지혜―선 수행 40년의 원인스님 금강경 요점 강설〉은 부제서도 알 수 있듯, 철저하게 선(禪)의 관점서 금강경을 해설한 책이다. 지금까지 간행된 금강경 해설서들은 교학적 입장에서 금강경을 해석한 것이 대부분이며, 이 책처럼 선의 입장에서 금강경을 해석한 책은 매우 드물다. 또한 장마다 원인 스님이 직접 쓴 서시가 삽입되어, 각 장의 핵심을 함축적이고 아름답게 요약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의 저자 원인 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前 종정인 법전스님 제자로, 해인사 강원을 졸업한 후 40여 년 동안 청암사 수도암서 좌선한 이 시대의 진정한 선승이다. 선(禪) 수행에 반평생을 바친 원인 스님은 수도암 선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1년 동안 선원 대중들에게 선문 제일의 경전인 금강경을 강설했다. 이번에 간행된 이 책은 1년간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금강경을 해설한 이유

금강경의 본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이다. 금강경은 육조혜능 선사가 금강경 첫 4구게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서 깨달은 이후, 선의 사상적 경전이 되었다. 이후 많은 선승들이 금강경에 대한 주석을 달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전통강원의 교과서인 금강경오가해(五家解)이다. 원인 스님의 금강경 강설은 함허 선사의 금강경오가해와 감산대사의 금강경을 참조하고, 구마라습의 금강경을 기본으로 현장법사의 금강경을 대조하면서 금강경 32장의 개요를 강설한 것이다.

공(空)이라는 진리를 체달한 부처님과 제자 수보리의 대화로 구성된 금강경은 반야심경(般若心經)과 더불어 대중에게 널리 독송되지만, 경전의 사상적 깊이 때문에 그 뜻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시중에 나온 금강경 해설서들은 ‘교학적’ 입장에서 금강경을 해석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많은 이들이 금강경을 독송하면서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심오하고 어려운 것으로 오해하거나 금강경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으며, 부처님의 말씀을 그저 소리로만 듣고 넘길 뿐이었다.

원인스님은 이 책의 첫 장인 ‘금강경이란 무엇인가’의 ‘산승이 금강경을 강설하는 이유’서 금강경을 강설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선적(禪的)인 차원서 금강경의 요점만을 강설해 모든 사람에게 불교의 종지를 바르게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둘째, 간결하지만 산승만이 가진 독특한 강설을 통해서 사람들이 금강경을 현실에 적용해 모든 고뇌를 초월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다. 원인 스님이 금강경을 선적인 차원서 강설한 것은, 금강경을 문자와 지식 전달 차원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인 스님에 따르면 금강경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바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강경이라는 가르침이 나왔다는 것이다. 수보리는 “부처님, 저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이 마음을 어떻게 조복받아야 하며,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이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며 진리가 되느냐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도된 가치관으로 일생을 낭비하면서 살아간다. 참된 지혜가 없는 중생들이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득이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야 한다. 인생에 대한 완전한 지혜를 갖는 부처님께서 완전하고 명쾌한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 스님은 대중들이 부처님 가르침(금강경)을 잘 배워 더 이상 망상에 속지 않고 경계에 속지 않는 진정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1년 동안 금강경을 강설했던 것이다. 스님은 “만일 우리가 금강경을 통해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본다면, 내가 곧 일체라 부처와 중생이 차별 없는 절대경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요컨대 원인 스님은 각종 이기주의와 이원적 논리로 인하여 마음병이 깊어진 현대인들을 위한 치료제로 의왕(醫王)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중에서도 금강경의 가르침을 꺼내들었다. 위대한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핵심인 금강경서 우리의 인생이 나아가야 할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완전한 지혜를 찾고자 했다.

 

선의 관점으로 해설한 금강경 사구게

원인 스님은 다음과 같이 금강경 사구게를 번역·해석한다.

원문 :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번역 : 무릇 존재하는 모든 상이란 모두 허망하나니 만약 모든 상을 볼 때 거기 아상을 두지 않으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

 

여기서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에 대한 원인 스님의 해석에 주목해 보자. 다른 번역서에서는 대부분 이 구절을 “모든 상이 상 아닌 줄 보면”이라고 번역한다. 그런데 원인 스님은 이런 번역이 문맥 자체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번역이라고 지적하면서, “상이 상 아닌 줄 보라”고 하면 앞의 상과 뒤에 나오는 상에서 문맥상 모순이 되고 바른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원인 스님은 금강경 전체 문맥의 흐름을 보고 그 흐름과 같이하기 위해 견(見) 자를 먼저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현장 본 사구게를 예로 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스님에 따르면 현장 본의 ‘여시이상비상(如是以相非相)’을 보더라도 구마라습의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은 견(見) 자를 먼저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인 스님은 금강경 사구게의 이 구절을 “모든 경계를 대할 때 아인사상을 두지 않는다면 곧 여래를 본다는 말”로 해석하게 되었다. 이는 금강경 제14장 이상적멸분에 나오는 “일체 상을 떠나면 그것을 여래라고 한다.”는 구절과 연결된다.

모든 상을 보되, 거기 아상이 없으면 곧 부처를 본다는 원인 스님의 해석은 매우 독창적이다. 원인 스님이 금강경서 발견한 최고의 ‘삶의 지혜’는 아상(我相)을 깨는 것이다. 아상을 떠난 말과 행동을 통해 나의 참모습, 나의 참뜻을 깨우치고, 진실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행자가 주의해야 하는 마음

아상을 깨는 것은 수행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사람들은 대개 발심 하고 열심히 수행 하면 저절로 업력의 장애서 벗어나고 아상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아상이 늘어나고 타락하는 경우도 많다. 수행자들이 아상을 갖고 수행하기 때문이다. 원인 스님은 “아상이라는 바탕 위에서 수행을 하는 것은 모래를 삶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 끝내 밥이 될 수 없듯이 결코 정상적인 수행이 될 수 없고 바른 결과를 이룰 수도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열심히 수행을 하면 도의 견처를 얻지만 문제는 여기서 아상을 놓지 못하면 수행이 깊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길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금강경을 강설한 이유

금강경 문자와 지식 전달 차원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바라봄

모든 사람에게 불교의 종지를 바르게 깨우쳐 주기 위해 정리

금강경을 현실에 적용해 모든 고뇌 초월하고 행복한 삶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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