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硏, 실상사 건칠불상 3D-CT통해 확인

실상사 건칠불좌상 3D-CT촬영서 확인된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 사진 왼쪽이 정면, 오른쪽이 측면의 모습이다.

남원 실상사 건칠불상 조사과정서 은(銀)으로 사경된 고려시대 대반야경이 발견됐다. 특히 이번 발견은 비파괴 기법인 3D-CT 촬영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문화재 조사 방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3D-CT 촬영 국내선 첫 시도
불두서 은니대반야경 발견해
이장제와 妻, 시주자로 기록

절첩형 대반야경 국내 4점뿐
국가지정문화재 가치 충분해

조계종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과 남원 실상사(주지 응묵)는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과 보광전 건칠보살입상의 제작기법과 보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D-CT 촬영을 실시했으며, 불상 머리 안에서 뽕나무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사경한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을 발견했다”고 5월 24일 밝혔다.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 3D-CT 촬영 결과 불두서 은니 사경 대반야경이 확인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 성모병원의 협조로 지난해 남원 실상사 건칠불상과 건칠보살상에 대해 3D-CT촬영을 실시했다. 조사 도중 건칠불상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에 조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 1첩을 발견했다. 이 불상에 대해서는 2005년도에 X-선 조사를 통해 머리 복장물을 확인했지만,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어 의문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 3D-CT 촬영을 통해 접힌 책에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이 관찰되어, 금니 또는 은니로 쓰인 경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결국 불교문화재연구소와 실상사는 접힌 채 오랜 기간 불상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보존 상태가 염려돼 유물 수습을 진행했다.

실상사 건칠불상의 불복장에서 수습된 사경은 상지에 은니로 쓴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이며, 전체 600권 중 권제396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이 경전의 권말제 다음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선친의 명복과 집안의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시주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를 통해 조성 시기가 고려시대 사경임이 밝혀졌다.

상지에 <대반야경>을 은니로 사경해 절첩장 형태로 장황한 경전은 현재 국내에는 4점만 남아 있어 희소가치가 매우 크다. 이중 실상사 사경과 가장 유사한 것은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3첩으로 현재 보물(959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사경을 감정한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국가지정 문화재급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하고 있는 비파괴 기법을 활용한 문화재 조사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3년부터 문화재에 대한 비파괴 광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남원 실상사의 건칠불상과 건칠보살상에 대한 3D-CT촬영은 국내서는 처음 시도된 사례다.

실상상 건칠불좌상에서 발견·수습된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

특히 이번 조사결과는 개금으로 변형되어진 불상을 표면의 개금층을 제거하지 않고, 비파괴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이용해 원형을 찾아내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실제 조사 결과, 금박층 아래에서 제작 당시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두 상이 동일한 양식으로 조성된 삼존불상임이 추가로 밝혀졌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 제작기법과 보존방안을 연구할 때 표면의 정보만으로 적절한 해답을 이끌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근 의료계에서 사용하던 3D-CT를 문화재 조사에 활용했다”면서 “3D-CT는 수리 또는 복원 작업 이전에 문화재의 원형과 보존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리 범위나 복원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문화재의 원형 훼손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실상사 건칠불상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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