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화백,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황희, 종이에 수묵 채색, 135×100㎝, 1986. 김호석 작가 제공

초대전 ‘빛 속에 숨다’ 6월 25일까지
한국 작가로는 최초, 전 세계 2번째
38년간 작품 ‘황희’ 등 83점 전시
미물 소재 신작 30점 최초 공개도

성철ㆍ법정 스님과 노무현 前 대통령 초상을 수묵담채로 그려 유명한 한국화가 김호석 화백(60)이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인도 뉴델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 전시관에서 해외 생존 작가가 개인전을 여는 건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 이후 김 화백이 두 번째다.

김호석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지난 38년간 작품생활을 오롯이 드러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화백에 따르면 데뷔한 1979년부터 현재까지 그린 작품을 한 자리에서 전시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없던 일이다.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83점을 선보이며, 이중 최근 4년간 벌, 애벌레, 물고기 등 미물을 소재로 그린 신작 30점은 국내외에서 최초 공개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신작에는 미꾸라지와 그 지나간 흔적을 그린 ‘법의 한가운데’, 여왕벌 한 마리와 뒤집혀있는 수벌들을 그린 ‘한밤의 소’ 등이 포함된다. 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인간들이 평소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의 본질과 생명의 지극함을 고스란히 담아내 인도 현지 관계자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 화백은 작업노트를 통해 “미물은 인간 기억 너머에 이미 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기억이 있다.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미물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가장 미천하다 생각한 것들은 미천한 것이 아니다. 미물들 모두가 여백이다”고 표현했다.

또한 김 화백은 “최근 우리 사회는 보이는데 안 보이고, 뻔히 드러났는데 아무것도 없는 고도의 서술을 보았다”며 “바퀴벌레, 벌, 개미 등 미물을 그리면서 이성적인 것들과 이성을 넘어서려는 표현, 설명을 줄이고 무의식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희망이었지만 어려운 멍에이기도 했다”고 소회했다.

기억은 기억한다, 종이에 수묵 채색, 142x142㎝, 2017. 김호석 작가 제공

이밖에 김 화백의 대표작 중 4개의 눈으로 잘 알려진 ‘황희’(1986)와 손자를 등에 업고 놀아주는 할아버지 모습을 표현한 ‘풀들은 늙지 않는다’(2002) 등도 전시된다.

아드와이타 가다나야크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에서는 내적 에너지와 영성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인도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철학 뿐 아니라 한국과 인도 문화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또한 메그나 비야스 아로라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절대적으로 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 음미하게 하는 한편, 숨겨진 진실에 대한 탐구와 깨달음을 자극한다”며 “개개의 작품들은 꿈의 기억과 연결돼 세상에 반향을 이끄는 일상의 흔적을 찾아간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 ‘빛 속에 숨다’는 6월 25일까지 이어진다.

김호석 화백은 동양화론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전통 초상화의 권위자로서 ‘배채법’을 화면에 실현하는 극히 드문 수묵화가로 평가받는다.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성철 스님, 법정 스님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큰 스님과 노무현 前 대통령의 영정 작업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 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등에 김 화백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본지에 기획연재 '김호석의 화폭 속의 선지식'을 연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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