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라는 말은 영어의 리더(leader)이다. 민중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leadership)을 발휘할 수 있는 덕망과 남보다 뛰어난 통찰력이 있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친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도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형 인물에 해당한다. 이른바 전문화 시대의 이념적 파벌주위에 빠지면 그 시대 사회를 위한 전체적인 통찰력이 결핍되기가 일쑤다.

보다 넓고 깊은 안목으로 소아(小我)를 넘어선 대아(大我)의 정신으로 인류의 보편의 가치와 사회적 이익을 실현하는데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헌신과 봉사를 하는 것이 그 사회 그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이다.

부처님은 대중을 이끄는 방편으로 네 가지 덕목(德目)을 일러주셨다. ‘첫째 사람들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곳을 잘 파악하여 은혜를 베풀고(布施), 둘째 합당하고 사리에 맞으며 부드럽고 고운 말을 쓰며(愛語), 셋째 스스로의 선행으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며(利行), 넷째 사람들의 근성(根性)을 헤아려 방편을 달리 행하고, 모든 일을 같이 하도록 노력하고 배려하는 것(同事).’ 곧 사섭법(四攝法)은 지도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실천 사항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만일 과거, 현재, 미래의 사문이나 바라문이 사섭법으로 대중을 이끈다면, 어떤 대중도 이끌지 못할 대중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중아함경〉

지도자의 말 한 마디는 솔직담백하여 민중이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이 바르게 정직하게 다스린다는 뜻이 아닌가.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도자는 큰 뜻을 품고 민중을 선도하는 사람이다. 민중을 분파적 갈래로 찢어 놓아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전체를 조화통일 시키기 위해서 힘써야 한다. 총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는 폭넓은 관찰을 하여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국지적 선택의 영역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지혜로운 눈을 가지고 전체를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가 되어 다양한 민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것은 집단 내부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지안 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이른바 연기법칙에 의해서 서로가 존재하며 변증법적인 논리에 의하여 발전하는 것이다. 사상적 이데올로기에 침잠하기 이전에 화쟁의 통로가 어디에 있는 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회를 통합하는 중재자가 되려면 나 자신이 극단적 변견(邊見)에 벗어나야 한다. 중도(中道)로써 양변(兩邊)을 소통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서 정치적 탕평책이 나올 수도 있다.

목하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은 ‘중도적 개혁’이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말들이, 좌파니 우파니 하는 말들이 이미 진부해졌고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쌍차쌍조(雙遮雙照)의 중도 통합논리가 적용되어 양비론(兩非論) 아닌 새로운 정치적 모럴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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