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난타의 지옥 구경

부처님은 고향 가비라성을 방문한 걸음에 이복동생 난타를 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부처님이 발우를 들고 아난과 함께 난타의 집으로 걸식을 나섰습니다. 마침 난타는 집에 있었고, 예쁘기로 이름난 난타의 부인 손타라는 눈썹 사이에 향을 바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난타가 나가서 부처님을 맞이하려고 하자, 부인 손타라가 말했습니다.

“내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와야 해요!” 난타가 그러겠다고 말하고 문밖을 나갔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난타는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 발우를 받아서 음식을 담아다 올렸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발우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할 수 없이 부처님을 모시고 온 아난에게 드리려고 했습니다. 아난도 받지 않자, 다시 부처님께 드리려 했습니다. 부처님은 발우를 든 난타를, 부처님이 머무시는 냐그로다 숲, 냐그로다 정사로 이끄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삭발을 맡은 제자를 시켜 난타의 머리를 깎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난타가 반항을 하기 때문에 머리를 깎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에 부처님이 아난을 데리고 나타나셨습니다. 부처님이 두려운 난타는 머리를 깎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억지로 비구 스님이 되기는 했지만 난타의 생각은 언제나 부인 손타라의 예쁜 모습에만 가 있었습니다.

‘예쁜 손타라가 화장을 하면서 말했지.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오라고. 그런데 그만 부처님 위엄에 눌려 마음에 없는 머리를 깎고 말았어.’

생각만 해도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머리를 깎은 뒤에도 집으로 달려가 손타라를 만나고 싶었으나, 부처님이 항상 데리고 다니시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습니다. 부처님이 제자를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시고, 난타 혼자서 정사를 지키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은 난타의 마음을 아시고, 몇 개의 병에 물을 채우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쉬운 숙제를 주고 떠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난타에게는 그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물을 채운 병이 저절로 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모든 병에 물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대로 두고, 손타라를 보러 가자”하고 문을 모두 닫고 떠나려하는데 닫은 문이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문을 닫으면 큰 문이 열리고, 동쪽 문을 닫으면 서쪽 문이 열립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대로 두고, 손타라를 보러 가자”하고 정사를 나섰습니다. 부처님이 오시는 길을 피해서 다른 길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아시고 난타가 가는 길로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난타는 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그러자 나무의 신이 허공에 나무를 뽑아 올렸습니다. 난타의 모습이 들키고 만 것입니다.

“너는 부인을 잊지 못하는구나.” 부처님은 난타를 데리고 정사로 오셨다가, 아나파산 위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산중에 늙은 애꾸눈 원숭이가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원숭이를 가리키며 물으셨습니다.

“손타라의 모습을 저 원숭이에게 견줄 수는 없지?”
“세상에서 손타라처럼 예쁜 모습은 없습니다. 애꾸눈 원숭이에 견주시다니요?”

난타는 부처님 말씀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난타를 이끌고 도리천으로 가셨습니다. 하늘나라 도리천은 우리 세상이 있는 염부제에서 팔만 유순 높이가 되는 수미산 꼭대기에 있습니다. 그 먼 곳도 부처님 걸음으로는 한 걸음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난타에게 도리천의 33개 궁전을 보여주고, 한복판의 궁전 선견성(善見城)을 보여주셨습니다. 표현이 안될 만큼 화려한 궁전이었습니다.

다시 하늘나라의 여자, 천녀(天女)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말로는 표현이 안 될만치 예뻤습니다. 손타라와 예쁘기를 견주면 손타라는 애꾸눈 원숭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의 비유는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궁전마다 궁전의 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곳은 왕의 자리가 비어 있고 5백 명 천녀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궁금해진 난타가 물어보았습니다. 천녀들이 대답했습니다.

“부처님께는 난타라는 아우님이 있어요. 출가한 인연으로 목숨이 다하면 이 하늘 궁전의 왕이 되실 겁니다. 빈 자리 여기는 그 분이 오실 곳입니다.” 그러자 난타는 “내가 바로 난타요”하고 그 자리에 가서 앉으려했습니다.

“여기는 하늘나라예요. 인간 세상에서 인연이 끝나야 오실 수 있어요.” 천녀들이 말렸습니다. 난타는 하늘나라에 자기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아주 기뻤습니다.

다음으로 부처님은, 난타를 데리고 지옥으로 가셨습니다. 아우성이 넘치는 화탕지옥에는 죄인들이 끓는 물속에 삶아지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끓고 있는 화탕 한 곳이 비어 있었습니다. 난타가 옥졸에게 물었습니다. “이 끓는 화탕은 어째서 비어 있지요?”

옥졸이 말했습나다. “부처님의 동생에 난타라는 말썽장이가 있지요. 비구가 되었지만 부인이 보고 싶어 계를 어기려한답니다. 그 죄로 지옥에 떨어지면 죄를 다스리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 거예요.”

그 말에 깜짝 놀란 난타가 부처님께 합장을 하며 빌었습니다. “부처님! 저는 천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저 화탕지옥만 면하게 해 주십시오!”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도를 닦은 난타는 이레 만에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법원주림(法苑珠林)제22권 입도편 인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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