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정치수업

윤성식 지음|불광 펴냄|1만 5천원

양극단 버린 중도 국가

법치 근간한 정법 국가

생존권 보장한 복지 국가

부처님이 가르쳐준 이상적 사회와 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부처님 법(法)으로 만든 세상, 또 그것을 완성해 나가는 정치는 어떤 그림일까? 대한민국의 현실정치를 풀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처님의 지혜는 무엇일까? 이 책 〈부처님의 정치 수업〉은 이런 고민서 출발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현실정치에 대입해 적용하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국가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은 양극단을 버리고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중도(中道)국가다. 법치를 근간으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정법(正法)국가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생존의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복지국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화하는 세상서 끊임없이 최적의 정책을 모색한 혁신국가의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 2015년 〈부처님의 부자 수업〉을 펴내며 경제계와 불교계서 큰 반향을 일으킨 고려대 윤성식 교수〈사진〉다. 그의 전공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일리노이대 회계학 석사, UC버클리대 경영학 박사, 동국대 불교학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경력으로는 텍사스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과거 〈부처님의 부자 수업〉이 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부처님의 지혜와 실천을 현대의 삶에 적용했다면, 〈부처님의 정치 수업〉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정치 문제를 불교의 중도사상과 연기적 세계관에 대입해 해법을 제시한다. 이 두 책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신선함과 정직함이다. 그동안 불교가 회피하고 껄끄럽게 여긴 돈과 정치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경제와 정치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불교계에서는 세속적이라는 편견과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주제이기에 언급을 꺼렸다.

윤성식 교수는 불교학 박사로서, 경제·경영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치혁신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아울러서 불교적 해법을 도출해낼 적임자다. 윤성식 교수의 언어는 전문적이거나 어렵지 않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생활 언어다. 그리고 돌려서 얘기하지 않는 직설의 언어다. 업(業), 공(空), 연기(緣起), 중도(中道) 등의 불교사상을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의 삶에 녹여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론적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는 데 있다. 정치혁신과 재벌개혁을 비롯해, 경제, 복지, 외교, 안보, 행정, 민생, 의료, 교육, 환경, 노동 등 정치와 관련된 정책들이 총 망라돼 있다. 정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다보면 우리 정치가 무엇이 잘못되고 부족한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야 되는지, 정치가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세상을 인식하는 부처님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체득되며 정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게 된다.

〈숫타니파타〉서 “살아 있는 존재는 다 행복하라”고 했다. 행복은 나와 세상의 변화로 가능한 꿈이며, 세상을 가장 쉽고 빠르게 변화시키는 정치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무관심과 정치혐오증서 벗어나 정치의 긍정적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자각이다. 이 책은 불교와 정치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자료와 적절한 사례를 들어 명쾌하게 풀어썼다. 그리고 우리가 처한 정치현실 속에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며 어떤 방법으로 참여할 것인지, 부처님 말씀에 대입해 방법론적으로 제시한다.

디지털 기기와 인간의 융합으로 이뤄진 제 4차 산업혁명은 지진해일처럼 우리를 덮쳐 모든 시스템을 바꿔놓을 것이다. 혁명적 변화 시대에 발맞춰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동안 우리가 힘겹게 이뤄온 눈부신 성장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불교는 계급을 부정하고 여성 출가를 허용한 개혁종교이며, 세계의 각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과 결합해 다양하고 유연하게 변화했다. 이러한 다양성과 유연성은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제행무상의 세계서 다양성과 유연성이야말로 생존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에 다양성과 유연성이 담보된다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걱정보다 기대감으로 맞이할 수 있다.

2,600년 전 부처님 당시에 제기된 정책을 우리 정부는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경전에 나타난 이상국가는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다 보장해주는 수준이다. 현대의 북유럽국가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심지어 〈증일아함경〉에는 부처님이 왕에게 “고독한 이를 위해서는 그 아내를 주선해주며 갖가지로 보시하되…”라고 설한다. 배우자의 주선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생존의 기본권이라도 보장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다.

현실정치에 제시한 불교의 8가지 해법

1. 유연성=불교는 이분법과 흑백논리를 배격하며 집착을 경계하니, 변화에 유연해 진다.

2. 다양성=불교는 정답이 있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조건과 환경에 따라 오직 임시적인 결과만이 존재한다고 믿기에 다양성을 지향한다.

3. 개방성=불교는 각 지역의 전통신앙마저 흡수할 정도로 포용적이며, 타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는다. 따라서 개방성은 포용성을 포함한다.

4. 합리성=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 주장이라고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이치에 맞으면 수용하라고 말씀하신다. 부처님에게 의지하지 말고 오직 진리(法)에 의존하라는 말씀 또한 이성에 부합하는 합리성을 의미한다.

5. 합법성=불교가 추구하는 이상국가는 정법국가이므로 모든 정책은 법치행정에 기초해야 한다. 부처님 또한 나라의 법을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6. 민주성=불교 교단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했으며 반드시 투표하도록 강제했다. 또한 집단적으로 모여 잘못을 반성하고 대화하는 정신으로 교단이 운영됐다. 교단 내에서는 모두가 평등했고 1인 1표를 행사했기에 민주성은 평등성을 포함한다.

7. 혁신성=‘모든 것이 변한다’고 생각하는 불교이기에,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불교적일 수가 없다. 부처님은 계율을 제정할 때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건과 환경에 따라 수정 보완했다.

8. 자비성=불교는 자비의 종교다. 불교경전에 나타난 정부는 자비로운 정부이며, 정부의 정책은 약자의 생존기본권을 보장하는 자비로운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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