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국사 의천연구

무원, 진관 공저|운주사 펴냄|1만 6천원

대각국사 의천 활동 고찰

원효사상 이어 융합 이끌어

고려불교의 새 지평 열어

고려는 장구한 한국불교 역사서 또는 불교국가라 칭할 만큼 불교가 융성했다. 이 책은 고려 문종부터 숙종까지 5대에 이르는 왕의 기록을 중심으로 당대 역사를 살펴보면서,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해동 천태종을 창종한 대각국사 의천의 활동을 고찰했다. 원효의 사상을 이어받아 불교 융합을 이끌었으며, 고려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정초하고 제시한 대각국사 의천의 삶과 사상을 당시의 역사적, 사상적 맥락으로 탐구한 것이다.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정하고 장려했기 때문에 왕실이나 귀족 계층뿐 아니라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널리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가 됐다. 그리고 고려시대에 활약한 승려 중 대각국사 의천(義天)은, 가야를 통해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후 1,900여 년에 이르는 장구한 한국불교 역사서 한 봉우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가 화엄종을 비롯한 교종과 선종을 아우르는 해동 천태종을 개창하고, 최초로 고려속장경을 간행한 것은 한국불교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계에서는 의천이 한국불교서 차지하는 역사적 비중에 비해 구체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문종의 넷째 왕자로서 화엄종으로 출가하고 송나라에 구법 유학해 중국불교와 상호 호혜적인 교류를 통해 고려불교를 새롭게 일신하고 크게 융성시킨 대각국사 의천의 생애와 불교수행 전 과정을 탐구하고, 이와 연관해 고려 문종 시대의 불교사 및 불교사상을 역사적 전개를 따라가면서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의천의 사상에 대해 논하기보다, 그가 편집한 중국과 한국의 불교관계 저술목록인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 3권에 대한 분류 방법을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의천의 불교사상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또는 의천의 〈신편제종교장총록〉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의천의 출가 정신과 불교 학문에 대한 열정을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의천의 출가 정신관과 실천관에 대해 고찰하고, 출가 이후 송나라 구법 활동을 통해서 수집했던 장소(章疏)에 관해 살피고, 다음으로 의천의 〈신편제종교장총록〉 3권의 역사성을 새롭게 고찰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들을 제시한다.

첫째, 의천은 출가 이후 20여 년 간 〈신편제종교장총록〉에 대한 장소를 수집했는데, 그 의미와 중요성을 짚어보고, 특히 의천이 장소를 수집하려던 결정적인 의도가 무엇인가를 고찰했다.

둘째, 의천의 사상이 과연 화엄종인가 천태종인가 하는 점을 고찰했다. 이는 의천이 화엄종으로 출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천태종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의천의 사상에 더욱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의천은 균여의 저서 목록을 장소에 작성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넷째, 의천이 신라의 원효에 대한 장소의 목록을 작성하면서도 일본 승려들의 저서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 여러 관점서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의천은 원효를 지극히 숭상했는데, 사실 의천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우리에게 원효의 존재는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원효를 받들고 원효의 사상을 계승하고자 한 노력과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고려불교의 초기와 중기에 걸쳐 불교전적의 수집과 정리, 그리고 통불교적인 해동 천태종을 창종함으로써 고려불교를 쇄신한, 한국불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대각국사의 생애와 사상을 연구한 이 책이, 선과 교를 아우르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기풍 형성에 일조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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