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니스트 지찬 스님 <어라의 라이프 카툰> 발간
<어라, 그런대로…> 후 2번째 발간
2등신 어라, 5등신으로 표현하기도
총 4부…여행지ㆍ혼자노는법 등 담아
5월 26ㆍ27일 부산서 북콘서트 열어
‘만화 그리는 스님’ 지찬 스님이 두 번째 책 <어라의 라이프 카툰>으로 돌아왔다. 사실 지찬 스님이란 법명보단 ‘어라 스님’이 더 익숙하다. 스님의 별칭이자 스님이 그리는 만화 캐릭터의 이름이 ‘어라’다. 2등신과 가분수 머리 등 귀여운 생김새로 큰 인기를 끌었던 동자승 어라 스님은 이번 책에서는 조금 진화(?)한 형태의 5등신으로 등장하기도, 또 인형으로 제작돼 사진 속에 담기기도 했다. 자전거도 탔다. 일명 ‘자탄승(자전거를 탄 승려)’이다. 5월 16일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지찬 스님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자전거를 타면 가는 동안의 풍경, 예기치 못한 상황, 만나는 사람 등 모든 것들이 만화의 새로운 소재가 돼요. 걷는 것보단 빠르고 대중교통보단 느리기 때문에 천천히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단 장점이 있죠. 나중엔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누비며 ‘만화 여행기’를 엮고 싶단 생각도 있어요.”
스님의 만화는 곧 스님의 일상이다. ‘어라’란 캐릭터로 스님 본인의 소소한 얘기를 전한다. 인기 드라마나 예능을 즐기는 우리네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사유하는 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님의 시선에 따라 만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책 제목도 원래 <어라, 그렇게 봄>으로 짓고 싶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어떤 사물을 볼 때 시선자체에 머물지 않고 사유와 분별판단이 이뤄지면 더 아름다운 불교적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깊이 보다 보면 ‘봄’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봄(본다는 것)’에 그치지 않으면 시선이 머무는 일상 자체가 수행이 됩니다.”
‘어라’란 캐릭터 이름이 탄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어라’는 불교에서 대상을 그냥 보지 않고 관(觀)한다는 의미의 ‘이뭣고’와 같은 의미다. 지찬 스님은 “내 말버릇 중 하나가 ‘어라?’다. 그 물음은 세상을 궁금해 하며 사유하는 과정에서 던지는 질문”이라면서 “‘이뭣고’와 같은 의미지만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어라’란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스님은 만화를 그리면서도 일상에서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만화를 그리는 과정이 하나의 수행이기도 하지만, 만화는 버릴 수 있어도 수행은 버릴 수 없다는 스님만의 고집이 있다. 지찬 스님은 수행이 밑받침돼야 만화도 불교를 알리는 방편으로서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지찬 스님의 앞으로 꿈은 무엇일까? 카투니스트로서 스님의 계획은 무궁무진하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말할 때 지찬 스님은 꿈 많은 사춘기 소년처럼 눈빛이 반짝거린다. ‘1급 비밀’이라며 털어놓은 스님의 다음 책 주제는 바로 ‘풍수’다.
“풍수를 배울 거예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풍수방향을 알려주고 그 과정을 만화로 그리는 거예요. 생각 만해도 너무 흥미진진하지 않아요? 새로 배우는 것들은 새로운 만화 소재가 되니 제가 배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웃음).”
어라 스님은 오는 5월 26일 오전 11시 부산 대광명사에서 발간 기념 사인회 및 법회, 27일 오후 3시 부산 담앤북스 1층 카페에서 사인회 및 북콘서트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어라의 라이프 카툰>은 4부 구성으로 이뤄진다. 1부는 어라가 혼자 노는 법, 2부는 어라가 다닌 여행지, 3부는 어라가 만난 사람ㆍ고양이ㆍ어린아이에 대한 에피소드, 4부는 깨달음과 명상에 대한 주제다. 담앤북스 288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