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FUN+Donation’, 불교 보시문화 변화 이끌까

채식데이기부데이 캠페인의 카카오톡 레시피 제공 모습

부처님오신날을 전후로 불교 각계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따뜻한 자비보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꾸며진 다양한 기부방식이 눈길을 끈다. 기부 전문가들은 최근 사회에서 자리잡은 기부방식을 활용해 기도와 연관된 보시에 머물러 있는 사찰문화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SNS활용 ‘아이연맨’ 높은 호응

음식 레시피·기념 카드 발송도

일선 사찰, 불사·기도보시 국한

“스토리텔링, 애착증진 도입해야”

 

‘즐거운 기부’가 최신 트렌드

자비실천의 방법인 기부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편하며, 또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이른바 즐거움과 기부를 합친 ‘퍼네이션’(Fun+Donation)이 그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을 비롯해 걷기만 하면 기부금이 적립되는 ‘빅워크’, 게임에서 나무를 심으면 실제 나무심기에 동참이 가능한 ‘트리플래닛’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 등 기념일에 기부를 하는 애착형성형 기부도 자리잡고 있다.

불교계는 최근 이러한 퍼네이션 개념을 기부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불교계 기부법인 ‘아름다운 동행’이다.

 

SNS 활용해 즐거움 확산

아름다운동행은 2014년 아이스버킷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아이연탄맨 캠페인을 2015년 초부터 진행하고 있다. 아이연탄맨은 연탄을 지원한 후 아이언맨의 손바닥처럼 연탄모양을 찍어 SNS상에 인증을 하는 캠페인이다. 2015년 797명이 동참해, 83개 가정에 1만 6700장을 전달한데 이어 2016년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캠페인에 참여해 108개 가정에 2만 16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유미란 모금나눔사업팀 팀장은 “봉사를 참여한 분들의 대부분이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반들과 함께 기부에 동참했음을 SNS를 통해 바로 느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조계종성역화추진본부가 진행하는 ‘채식데이 기부데이’ 캠페인도 카카오톡을 활용한 캠페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캠페인 동참자들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 가입하면 매주 목요일 마다 사찰음식 레시피를 받는 것이다. 사찰음식 레시피 제공 후 가입자가 늘어 현재 634명이 가입한 상태다.

 

스포츠대회ㆍ기념일 기부 ‘주목’

여기에 도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부도 도입되고 있다. 조계종 직할교구신도회(회장 이금석)가 지난 4월 18일 개최한 제1회 생명살림 자선골프대회의 경우 1인당 참가비용 30만원에 특별성금 등을 모아 이날 하루만 총 3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연했다. 이를 통해 직할교구신도회는 결식아동 돕기에 나선 상태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진행하는 결혼기념일 후원도 눈길을 끈다. 3월 12일 첫 기부가 탄생했다. 기부자인 한대희 씨는 결혼과 함께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했으며 후원금 100만원도 기부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결혼 등 각종 기념일 후원의 경우 감사문자와 함께 카드를 지속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사찰에 까지는 미치지 않은 상황이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사찰 신도 보시 및 기부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도 92.4%가 사찰 보시금을 납부하지만 그 형태가 불전함과 인등기도비, 신도회비 등으로만 구성돼 있다.

서울 조계사 관계자는 “국화축제에서 신도들의 이름을 단 국화조형물로 기부를 받아 조형물 비용을 충당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불교의 사회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신도들이 적극 참여가능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금아이디어뱅크’ 등을 운영하는 불자 모금전문가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은 “불사모연과 기도보시 등에 국한된 기존 보시문화는 불자수 감소 상황에서 사찰 재정 확보에만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불교계가 다양한 감동이 섞인 스토리텔링과 애착을 증진하는 방식을 도입해 불자들과 일반시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보시ㆍ기부문화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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