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Start Up] 1 - 프롤로그

부처님 당시 신흥 상공업자로 등장하여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장자계급은 혁신적이고 중도적인 종교 불교에 열광했다. 당시 기존의 브라만교에 대항하는 혁신적 종교인들을 사문이라고 불렀는데 부처님은 사문 중에서 신흥 상공업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다. 신흥 상공업자들은 오늘날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디지털 기업과 유사하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들은 불교에 호의적이며 회사 내에 명상이 보급되도록 장려하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처님 당시 신흥 상공업자들이 불교에 열광했던 역사적 경험과 유사하다.

 

부처님 재세시 인도경제·산업

4차 산업 초입의 지금과 같아

정법 국가의 기본은 공정·혁신

불교가 창업의 새 롤모델 돼야

 

혁신ㆍ자유의 철학과 깨우침 제공

어떤 불교학자는 신흥 상공업자들의 문화에 부합하는 교리를 제공한 것이 불교가 신흥 상공업자들의 지지를 획득한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2600년 전에 등장했던 혁신적인 종교와 혁신적인 경제계급의 모습은 여러모로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내어야 하는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흥 상공업자들은 불교에 거액을 기부하고 불교의 전파에 헌신하여 불교를 발전시켰고 불교는 이들에게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철학과 깨우침을 제공했다.

부처님 당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오늘날과 흡사한 측면이 있다. 첫째 농업생산성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농업으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자 신흥 상공업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신흥 상공업자란 주로 상업과 공예, 수공업에 종사하는 새로운 경제활동계급이었다. 마치 오늘날 인공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대두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둘째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부를 축적한 새로운 경제계급과 가난한 사람과의 빈부격차 문제가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사실이다. 인도는 당시에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사, 수드라의 4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농업과 상업은 바이사의 임무였다. 바이사 계급 중에 상업, 공예, 수공업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대거 등장하자 브라만과 크샤트리아 계급도 돈 벌이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들 새로운 부자 계급을 불교 경전에서는 장자라고 부르고 있다.

셋째 브라만, 크샤트리아 계급도 돈 많은 수드라 계급에 굽혀야 할 정도로 돈이 사회적 신분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도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든 가치는 돈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과거에는 명문가라고 하면 돈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은 ‘삼성가’ ‘현대가’처럼 오직 부자들에게만 가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당시 인도는 경제의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사유재산제도, 화폐, 금융업이 등장하며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유사한 경제시스템이 구축된다. 부처님은 매우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상업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富는 富를 통해 증대된다”는 기록이 보일 정도로 돈이 돈을 버는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났다. 자본주의는 시장의 승자에게 富를 몰아주는 제도이기에 필연적으로 승자독식과 빈부격차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시장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불교는 승자독식과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불교자본주의적 해법을 담고 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를 개혁할 수 있다.

 

정법국가는 상속자 아닌, 창업자의 나라

부처님은 정법국가를 설하였다. ‘치우치지 않으며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정법국가는 자본주의의 승자독식과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이다. 불교 경전에 담겨 있는 불교자본주의 정신은 천민자본주의를 진정한 시장자본주의로 개혁할 수 있는 해법이다.

경제에 있어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윤리가 제일 중요하다. 시장자본주의의 멘토로 꼽히는 아담 스미스는 유난히 윤리를 강조했다. 아담 스미스는 빵가게 주인은 이기심 때문에 빵을 만든다는 유명한 말을 했지만 윤리가 실종된 시장자본주의는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도덕감정론’이라는 기념비적 명저를 썼다. 시장자본주의가 윤리에 의해 인도되지 않으면 시장자본주의는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다. 시장자본주의는 자유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윤리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 있어야 한다.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도 윤리가 뒷받침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상생이라는 불교 단어야 말로 치우치지 않고 억울한 사람이 없는 정법국가를 상징하는 단어다. 모든 존재가 연기 화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연기의 세계에서 상생은 가장 중요한 자본주의 윤리이다. 상생이 대한민국에 뿌리 내리고 있는가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재벌 체제 하에서 얼마나 성공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상생이라는 불교경제의 윤리가 올바르게 정착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주가가 오르고 GDP가 상승해도 국민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20%는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고 대한민국 경제의 30%는 삼성과 현대가 맡고 있기에 재벌과 대기업의 성장은 국민소득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재벌과 대기업이 성장하여도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는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표현도 있다.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 기업이야 말로 재벌과 대기업에 치우친 대한민국에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역동적 해법이다.

블룸버그의 보도를 보면 세계 500대 부자에 오른 한국 부자는 모두 창업자가 아니고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상속자이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경제가 발전하고 재벌이 있었던 일본도 세계 500대 부자에 오른 5명 모두 창업자였다. 이것만을 놓고 보면 우리의 경제보다 일본의 경제가 더 역동적이다. 2016년에 이르러서야 게임사업자인 권혁빈이 5명의 부자에 포함되었는데 한국에서 번 돈이 아니라 중국에서 번 돈으로 랭킹에 올랐다. 한국에서 창업자가 돈을 번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다. KBS에 보도된 미국 피터슨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2014년 한국 억만장자 중 상속 부자비율은 74.1%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는데 일본 19%, 미국 29%, 67개국 평균이 30%인 것에 비하면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데도 이렇다면 정의, 경쟁, 혁신이 실종된 천민자본주의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상속자의 나라에서 창업자의 나라가 되려면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시장자본주의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한다.

 

21세기 혁신 생태계 바탕에 ‘불교’ 있기를

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신성장기업과 벤처기업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신성장기업과 벤처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인프라와 생태계가 구축되면 신성장기업과 벤처기업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을 일구어내고 경제를 성장시킨다. 부처님 당시에 새롭게 등장한 신흥 상공업자들은 말하자면 신성장기업과 벤처기업처럼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게 도시를 조성하고 생태계를 구축한 군주는 경제가 발전하여 강대국으로 발전해갔다. 대한민국도 스타트업을 통하여 신성장기업과 벤처기업이 육성되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낼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한다면 불교계라도 나서서 불교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불교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면 어떨까?

부처님은 출가자에게는 돈을 만지지도 말고 돈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했지만 재가자들에게는 열심히 돈을 벌라고 하셨다. 부처님은 농업, 상업, 목축업, 금융업, 부동산 임대업 등 다양한 사업을 재가자에게 권고하셨기에 오늘날 다시 이 땅에 오신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권장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불교는 시장자본주의에 지친 현대인에게 새로운 삶의 양식과 문제해결의 처방을 제공해줄 수 있다. 불교의 혁신성, 다양성, 유연성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스타트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철학과 토양을 제공해준다.

불교 스타트업 기업을 통해 불교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불교가 고루하고 현실도피적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 믿으면 가난해진다’라는 말은 친시장, 친자본적인 불교교리에 맞지 않는 모함이다. 부처님 당시에 신흥 상공업자들의 종교였던 불교가 이제 다시 대한민국 경제에서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불교 스타트업 기업도 그 작은 시작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불교 스타트업 기업은 불교교리에 입각한 불교경영의 모범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불교는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 중생의 경제적 고통을 해결하고자 불교경제공동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불교 스타트업의 성공을 통해 21세기 불교경제공동체의 첫걸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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