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Start Up] 2 - 현황과 가능성

세계가 스타트업 열풍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HW, SW는 물론이고 커머스, 컨텐츠,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했지만 아직 자금조달 이전의 단계의 신생 벤처기업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다. 최근에는 IoT 등 IT에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 열풍에서 한국불교로 눈을 돌려보자. 너무나 조용한 산사로 다시 들어온 느낌이다. 불교의 유무형 자산과 가치 등에 기반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황무지 그 자체다. 사회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접목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교계는 아직 인식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 시대 부처님께서 다시 오신다면 어떤 일을 하실까. 당대에 생각지 못한 혁신적 아이디어로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지 않았을까.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 스타트업을 고찰해 보았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불교는 스타트업 불모지

자금 지원 전무

사찰 활용 미약

네트워크 구축해야

 

기지개 켜는 불교 산업ㆍ시장

현재 불교계 비즈니스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져가고 있다. 불교계 대표 박람회인 국제불교박람회 참가업체 통계를 보면 2013년 176개 업체, 2014년 242개 업체, 2015년 259개 업체, 2016년 287개 업체, 올해는 역대 최대인 총 318개 업체가 참여했다.

국제불교박람회 조직위원회 측은 “해외를 비롯해 최다 업체가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불교계 산업과 문화 저변이 확대되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불자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불교계인 사람과사회적경제본부 창업아카데미의 3년간 수강생 추이를 보면 2011년 40명을 시작으로 2012년 81명, 2013년 72명, 2014년 73명, 2015년 70명, 2016년 301명 등 지금까지 아카데미 11기에 걸쳐 총 360여 명이 배출됐다. 스님들도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2014년 10명을 시작으로 2015년 10명, 2016년 7명, 2017년 6명 등이 창업아카데미를 수강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 드물어

하지만 불교계 비즈니스 시장이 커지고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혁신적인 스타트업 기업의 출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국제불교박람회에 참가한 국내 단체나 업체 202곳 중 스타트업 기업으로 분류 가능한 업체는 불교교구 제작업체 무아, 세라믹 불구 가공업체 세라믹 랩 루멘, 명상용품사이트 젠힐링샵, 디지털 상품 출원 만다라하우스, 법복 유통업체 아리랑의봄 등 9개 정도에 불과했으며 이 중 IT분야는 다나와 마인드디자인 등 단 2곳 이었다. 참가비 등의 조건이 있는 박람회에 스타트업 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박람회를 주관한 마인드디자인의 김혜다 팀장은 “참가업체를 연도별로 분류하거나 스타트업 기업을 따로 분류하진 않지만 손에 헤아릴 만큼 몇 개 업체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교 스타트업 저변 부족이 원인

불교계 스타트업 기업이 적은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아직 불교를 활용한 창업에 대한 불교계 저변이 좁기 때문이다.

불교계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스타트업을 진행했던 한 창업가는 익명을 요구하며 “마치 마른 황무지에 밭을 일구는 느낌이었다. 당초 기획보다 수요가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공방 중개를 하는 이 업체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박주언 사람과사회적경제본부장도 “신도조직이나 사찰을 활용하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한 분들이 막상 판로 등이 막혀 고배를 마시기 일쑤”라며 “개인이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조합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ㆍ인적 네트워크 지원 필요

사회에서는 스타트업의 성공확률을 1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 지원이다. 창업진흥원의 ‘2015년 창업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창업 장애요인으로는 자금 확보가 68.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재기에 대한 두려움이 27.9%, 지식 및 경험 부족이 2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에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전무하다. 2012년부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대출을 지원하는 ‘마이크로크레딧’을 운영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로 일반 창업자가 지원을 받기엔 어려움이 있다. 사람과사회경제본부가 2012년부터 교육을 진행한 이후 사회적기업 15곳이 만들어 지는 등 불교계 창업이 대부분 사회적 기업 형태를 띄는 이유도 사회적기업이 불교 가치를 발현하기 적합하기도 하지만 정부예산 지원을 비롯해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스타트업 기업의 기획자와 개발자 등을 묶는 ‘팀빌딩’을 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구글의 경우 명상관련 전문가 모임인 Gpause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으며, 여기서 만난 많은 이들이 함께 명상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고 있다.

불교계 IT기업인 다나를 창업한 최대종 대표는 “사찰을 다니며 IT교육을 해나가면서 시장을 개척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오히려 개척만 한다면 외부와 같이 경쟁이 심하지 않다. 외부에서도 한 분야를 일군 것에 대한 평가가 높다”며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에게 불교계 창업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추천하고 있다. 불교계도 이런 움직임에 맞춰 창업투자나 사람들이 교류하는 자리라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님과 불교공부를 하려는 이들을 맺어주는 붓다클래스를 운영 중인 강민지 공동대표도 “이 시대에 기존 종교 콘텐츠들은 마치 화성의 공기처럼 적응하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불교는 이미 2500년 전 독창적인 사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변화의 주역이다. 사업으로 불교를 전파하는 일은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보다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에 불교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불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서 진행되는 마애불 사진집 출간 펀딩 화면

스타트업 도우미,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창업의 평균 소요자금 규모는 2억4900만원이다. 현재 중소기업청에서만 34개의 창업ㆍ벤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크라우드펀딩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투자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다수로부터 소액을 모은다는 뜻이다.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업체는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인크 등이 있다.

최근 명상 앱(App)을 만든 ‘마보’(대표 유정은)는 크라우드펀딩으로 1,4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 당초 목표액의 723%였다.

불교에는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설판(設辦)’이 존재했다. 수익자 부담 대중모연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불교에 있는 개념인 것이다. 최근에는 불교계 한 언론이 책을 이 설판을 통해 출간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는 배종훈 작가의 불교미술프로젝트와 류태열 작가의 마애불 사진작품집 출간이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는 미국불교를 다룬 다큐 ‘Seeking Heartwood’를 비롯한 다양한 펀딩이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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