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Q&A - 불자들은 몰랐던 佛紀에 관한 진실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이 밝았다. 부처님 자비가 온누리에 펼쳐진 이날, 많은 이들은 저마다 자비실천의 각오를 다지며 새로운 서원을 세울 것이다. 많은 불자들이 불기를 무심코 사용하지만 이에 대한 오류가 많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팩트체크를 통해 불기에 대한 논란을 짚어본다. 노덕현 기자

 

■불기2561년 부처님오신날, 탄생 2561년?

틀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표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처님께서 탄생하신지 2561년이 되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불기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의 줄임말로 부처님이 열반한 해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즉,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 입멸한지 2561년 만에 맞는 부처님오신날이란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80세까지 사셨다고 기록이 전하고 있으니 부처님 탄생으로는 2641년이 맞다.

 

■부처님 입멸시점 2561년인가

아니다. 사실 부처님의 탄생이나 열반 연도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역사적 실재 인물로서의 부처님이 출생하고 입멸한 연월일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가르침을 문자로 기록하지 않고 암송하는 인도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간과 공간 개념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도인들의 사유구조에서 역사연대 기록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후대 학자들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전하는 전기나 설화 등으로 부처님 출생과 입멸 시기를 추측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부처님의 입멸 시점은 각 나라마다 달랐다. 스리랑카에 전해오는 BC543년 설과, 태국과 미얀마에 전해오는 BC544년 설, 중성점기(우팔리 존자가 1차 결집후 안거, 해제 후 찍은 점의 기록)에 의한 BC485년 설, 가이거의 BC483년 설, 막스뮬러의 477년 설, 일본불교학자 우이 하쿠쥬의 BC386년 설, 나카무라 하지메의 BC383년 설 등 부처님 입멸과 관련된 설도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부처님 입멸 2500년을 기념해 열린 1956년 WFB세계불교도대회에서 남방불기 기준 중 태국과 미얀마의 BC544년 설로 통합을 결의한 바 있다. 즉, 서기를 불기로 변환할 때는 544년을 더하면 된다. 즉, 2017+544=2561년이다.

 

■부처님은 4월 초파일 탄생하셨나

그렇다면 부처님은 음력 4월 초파일에 탄생하셨을까? 각 나라마다 부처님오신날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 탄생일인 부처님오신날을 음력 4월 8일, 즉 사월 초파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북방불교계는 음력 4월 8일 부처님 탄생일을 기한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연다. 여기에 성도절, 열반절은 날짜가 달라 별도로 기념한다.

북방불교계 중 일본의 경우 음력이 아니라 양력으로 부처님오신날을 기린다. 하나마츠리(花祭)라고 불리는데 양력 4월 8일에 펼쳐진다. 일본은 1873년부터 그레고리력이 적용되어 모든 행사는 양력으로 치른다.

남방불교계의 경우 탄생, 성도, 열반일을 하나로 묶어 음력 4월 15일 웨삭데이를 지낸다. ‘웨삭(Vesak)’은 빨리어 ‘위사카(visakha)’에서 유래했다. 남방불교 전통에 의하면 부처님은 위사카달의 보름날에 탄생ㆍ성도ㆍ열반했다고 한다.

 

■남방불교 웨삭데이는 모두 같다?

현재는 맞다. ‘웨삭’의 유래인 위사카(visakha)는 사용되는 음력에 따라 달랐다. 태음력을 토대로 한 인도력의 한 달은 ‘흑분’과 ‘백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흑분은 흑월이라고도 하는데,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하는 음력 16일부터 30일까지를 말한다. 백분은 달이 차기 시작하는 1일부터 15일까지다. 인도력에서는 흑분의 며칠날, 백분의 며칠날로 날을 헤아린다. 이 중 백분의 15일이 만월(purnima) 날로 붓다 만월 날이라고 하며 ‘위사카 제’라고도 한다. 위사카 달은 인도력 절기상 둘째달에 해당하지만 네 번째 음력달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남방불교국가에서 음력 4월 15일이 어떻게 부처님 탄생일로 정해 졌을까. 이는 1956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 확정하면서부터다. 부처님 탄생일이 서로 달라 일어나는 혼돈을 막고 공통된 기념일을 제정하기 위해 열린 이 대회에서 양력 5월 15일을 공통으로 기념하는 부처님 탄신일로 결정했다. 하지만 양력과 보름달이 뜬 날과의 괴리에 1998년 세계불교도대회에서 양력 5월 보름달이 뜬 날(음력 4월 15일)이 웨삭데이로 확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9년 UN에서도 북방불교국가들의 행사일인 음력 4월 8일을 채택하지 않고, 음력 4월 15일을 ‘유엔 웨삭데이’로 지정하였다.

 

■2561년, 문제는 없나

2007년 한국불교계는 불기 표기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불기 표기가 세계불교도대회에서 합의된 연도보다 1년 빠르다는 지적이 한국불교 학계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기에 544년을 더하는 반면, 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은 이보다 1년 늦은 543년을 더한다는 것이었다. 태국에서 올해는 불기 2560년인 것이다.

이에 조계종 중앙종회는 불기 사용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우리나라만 불기 계산이 틀리다는 지적에 의해 연구를 진행했지만 불교국가 중 12개국이 우리나라와 동일한 불기를 사용하고 있고, 부처님이 해탈한 기원전 544년을 원년(元年)이냐 주년(週年)이냐로 보는 차이에 따라서도 연도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들어 불기 계산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불기 계산을 변경할시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본래 불기 산정의 기원은 부처님이 입멸한 해 즉, 기원전 544년 우기철이 되자 승단 행자들이 모여 안거를 보내고 나서 처음으로 안거를 마치면서 한 해씩 헤아린 일에서 비롯됐다. 불기 1년은 ‘부처님 없이 하안거를 보낸 첫 해’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으로 서기인 그레고리력과 동시에 불기가 바뀌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불기 계산은 WFB 합의사항, 남방불교계와 달리 동안거가 있어 하안거만을 기준 삼기 힘든 북방불교계의 상황, 서기 사용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식불기만 쓰나

현재는 그렇다. 하지만 ‘불기 2955년’이라고 새겨진 고성 건봉사의 돌솟대와 ‘불기 2972년’이라고 쓰여진 예산 수덕사 경내 현판, ‘불기 2963년’이라고 쓰여진 범어사 천왕문 초석 등 사찰 곳곳에서는 500년 가까이 앞선 북방불기 표기를 볼 수 있다.

사찰에 있는 근 500년 앞선 불기는 1966년 이전 세워진 불교건축물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불기로 1966년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WFB 불기를 도입키로 하기 전 사용된 북방불기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당초 현재 공식 불기보다 훨씬 연대가 앞선 기원전 10세기를 열반 연도로 보는 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북방불기와 남방불기는 483년이 차이가 난다. 즉 불기 2963년 건립된 것으로 쓰여진 범어사 천왕문 초석은 남방불기로는 2480년, 서기로는 483년에 544년을 더한 연도를 뺀 1936년에 세워진 것이다.

2007년 조계종 불교계산 특위 실무위원으로 연구조사를 담당한 조준호 고려대 철학연구소 교수는 “사실 열반일을 기리는 것보다 불교의 출발인 성도일을 기리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불기 기준도 성도일로 삼는 것을 고려해 볼 만 하다”며 “현재 불기는 WFB 등에서 정해졌지만 각국이 다른 상황이다. 불교 주도권을 둔 미묘한 상황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계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국제적 연대가 중요해진 지금, 한국불교계가 불기와 부처님오신날 행사 등을 정하는데 영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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