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정토종 제2조 선도대사

선도 대사 진영

선도화상은 아미타불의 화신이시니, 대신통과 대지혜가 있으시다… 그분께서 보여주신 전수(專修)염불의 이익은 다함이 없다. ‘전수란 몸으로는 오로지 아미타불을 예배하고, 입으로는 오로지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마음으로는 오로지 아미타불을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한다면 서방에 왕생함에 있어서, 만 명 가운데 한 사람도 빠지지 않는다. - 〈증광문초〉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5월 1일 새벽 4시, 중국 항저우 동천목산(東天目山) 미타촌의 노인 염불당에서 84세의 노 보살이 선 채로 왕생(立亡)하는 이적이 나타났다. 이 보살은 이날 임종을 미리 대중에게 알리고 염불하던 중 돌연 “서방삼성(西方三聖: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께서 오셨다!”며 “나는 서서 왕생할 것이다”라고 예고한 뒤 15분간 염불한 후 서서 극락세계로 갔다. 이 보살은 동천목산에서 수행한지 5년 동안 이미 두 차례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고, 이 말법시대에 사람들이 정토에 대한 믿음을 갖게끔 이런 불사를 보인 것이다.

 

20세에 〈관무량수경〉보고 발심
천리길 찾아가 도작 선사 친견
30년 잠자지 않고 용맹정진
세수 69세에 스스로 정토 성불

 

범부도 선 채로 왕생하는 염불법
오늘날, 고승들도 좌선하며 입적하기 어려운 이 말법시대에 평범한 범부 보살이 선 채로 입적하는 정진력을 보인 것은, 염불행자는 물론 모든 불자들에게 환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선종의 견성한 도인들도 하기 힘든 좌탈입망(坐脫立亡)을 정토를 닦는 평범한 노인들이 쉽게 해내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따른 자력과 타력(他力: 가피력)이 둘이 아닌 불력(佛力)수행의 오묘함에 힘입은 것이다.

위에서 인광 대사가 〈증광문초〉에서 설했듯이, 전수염불을 하는 수행자가 6도 윤회를 벗어나 극락정토에 왕생할 확률은 매우 높다.

반면, 여러 잡수(雜修)로 염불하는 이들은 왕생하기가 어렵다. 잡수란 갖가지 법문을 겸하여 닦아 그 공덕을 회향하여 왕생극락 하는 것으로, 마음이 전일(專一)하지 않은 까닭에 천 명 중에 서너 명으로 왕생한 자가 드물다. 따라서 정토경전을 수지독송하고 한결같이 전수염불하는 범부는 선종의 고승들처럼 갈 때를 미리 알고 생사에 자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범부도 생사해탈이 가능한 전수염불을 널리 설한 정토종의 대성자가 바로 선도(善導) 대사다. 훗날 직계 스승인 담란 대사와 도작 선사를 제치고 정토종 제2조로 추존된 대사는 ‘아미타불의 화신’이라 불릴 정도로 정토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隋)나라 대업(大業) 9년(613)에 탄생해 당(唐)나라 영륭(永隆) 2년(681)에 69세로 왕생한 선도 대사의 속성은 주씨(朱氏)이며, 산동성(山東省) 임치현(臨淄縣) 사람이다. 어릴 때 출가하여 삼론종의 거장인 밀주(密州)의 명승(明勝) 법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법화경〉 〈유마경〉 등의 대승경전을 깊이 연구했다.

도작 선사 문하에서 정토의 진수를 깨닫다
20세가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대사는 묘개율사(妙開律師)와 함께 〈관무량수경(관경)〉을 보고서 탄식하듯 말했다.
“다른 수행법은 진부하고 궁벽하여 성취하기가 어렵고, 오직 이 관문(觀門)만이 반드시 생사를 초월한다.”
〈관경〉은 수당 초기에 가장 환영받은 경전 중 하나로서, 정토종 뿐만 아니라 불교계 전체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기에 이 경전을 강연하거나 독송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후 선도 대사는 도작 선사가 산서성 태원에서 정토종의 종풍을 드날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천리를 멀다 않고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대사의 방문에 대해 도작 선사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였으니, 눈앞에 있는 저 청년이 장차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을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미타불의 본원과 〈관경〉의 참뜻에 대해 철저하게 설해 주었다.

〈관경〉의 참뜻은 반드시 〈무량수경〉에 의거하여 해석해야만 비로소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즉 13관의 관불삼매(觀佛三昧)는 보조수행이며, 오직 믿음과 발원으로 칭명하는 염불삼매 만이 모든 삼매 가운데 으뜸이라는 것이다. 선도 대사는 도작 선사의 지도하에 모든 의심이 얼음 녹듯이 사라졌다.

〈관경〉에 귀의하여 염불삼매 증득
이후 선도 대사의 염불정진에 대해서는 〈신수왕생전(新修往生傳)〉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나중에 종남산 오진사(悟?寺)에 은거하셨는데, 몇 해 지나지 않아 피로를 잊고 관상(觀想)을 하여 이미 매우 깊고 미묘한 성취를 이루셨다. 문득 삼매 가운데서 극락의 보배누각과 연못과 금으로 된 좌대들이 뚜렷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선도 대사는 20대의 나이에 삼매를 증득했으니, 고금의 고승들 중 대사보다 뛰어난 이는 드물었다.
염불삼매를 증득한 뒤에도 대사의 정진은 쉼이 없었다. 밤잠도 거르고 머리에 불 붙은 듯이 지극한 정성으로 염불수행에 전력을 다했다. 대사는 언제나 단정히 꿇어 앉아 정성껏 그리고 간절하게 염불을 하되 힘이 다 빠져야만 쉬었다. 법당에서 나와서는 대중과 신도들에게 법문을 설해 모두 크게 발심하도록 하여, 잠시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었다. 그와 같이 지극한 정진을 하며 포교를 하되 무려 30년 동안이나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정진을 한 것이다.

염불할 때마다 입에서 화신불 출현
그와 같은 철두철미한 수행으로 대사는 마침내 염불삼매(念佛三昧)를 크게 증득하고 아미타부처님과 극락세계의 성경(聖境)을 수차례나 친견하며 천안(天眼)까지 열려서, 사람들이 왕생하고 못할 것까지도 알게 되었다.

대사는 또한 불가사의한 신력(神力)도 드러냈다. 밤으로 염불을 하게 되면 밝은 광명이 입으로부터 나와서 온 방안을 밝게 비췄다. 당나라 고종(高宗) 황제까지 그러한 사실을 전해 듣고는 그 절 이름을 광명사(光明寺)라고 지어 줄 정도였다.

그리고 대사가 부처님 명호(名號)를 부를 때마다 입에서는 화신불(化身佛)이 출현했다. 이는 오직 숙세(宿世) 선근(善根)이 깊고 신심이 지극한 자에 한해서만 보였다. 제자들 중에 대사의 입에서 나오는 부처님을 친견한 자가 적지 않았다.

선도대사가 염불삼매를 증득한 종남산 오진사.

전수염불법, 불상이 방광으로 증명
선도 대사가 서경사(西京寺)라는 절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금강 법사와 염불의 우열을 겨룬 적이 있었다. 이때 대사는 이렇게 발원했다.

“세존께서는 하루나 이레, 한 번이나 열 번 아미타불을 염불하면 반드시 정토에 왕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중생을 속이는 게 아니라 진실이라면 곧 이 법당 안의 두 불상이 광명을 놓을 것입니다. 만약 이 염불법이 헛되어 정토에 왕생하지 못하고 중생을 속이고 현혹케 하는 것이라면 선도는 이 자리에서 곧바로 지옥으로 떨어져 오랜 시간 고통을 받으며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여의장(如意杖)으로 법당 안의 불상을 가리키자 불상이 모두 광명을 놓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선도 대사의 명성은 더욱 세상에 알려져 마침내 ‘아미타불의 화현(化現)’이라는 칭송까지 듣게 되었다. 대사의 교화를 입어 염불수행을 하는 이들도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늘어났다. 그 중에는 크게 발심하여 신명(身命)을 바쳐 사신(捨身)공양까지 올리면서 왕생극락을 발원한 이들이 무려 백여 명이나 나왔다.

육신을 부처님께 공양하며 왕생하다
서기 681년 대사의 세수 69세에 이르자, 이제는 교화를 거의 다 마쳤으며 연세도 많아지고 하여 곧 열반할 때가 되었다.

하루는 대중을 모아 놓고는 절 앞의 버드나무에 올라가서 서쪽을 향해 예배드리고는 합장하며 발원하였다.

“이 몸 바쳐 석가모니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겠사오며, 이 목숨 바쳐 아미타부처님 전에 귀의코저 하옵나니,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옵서는 저의 뜻을 받아 주옵소서. 오직 원컨대 이 인연 공덕으로 아미타부처님께옵서 대자대비로 이 몸을 섭수(攝受)하시어 극락세계 세존님 전으로 접인(接引)하옵소서.”

말씀을 마친 대사께서 ‘아미타불’을 열 번 지성껏 부르시고(十念) 나서 그 몸을 던져 명(命)을 마치시니, 그 순간 공중에서는 아름다운 천악(天樂)이 울려퍼지고 몸에서는 밝은 광명이 찬란하게 빛나며 그윽한 향취(香臭)가 온 도량에 가득 풍겼다.

극락정토에 왕생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아미타불’만을 부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선도 대사의 전수염불법은 날마다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중생에게 커다란 희망이었다. 대사께서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토에 왕생했으면 그곳에서 혼자 행복을 누리고 즐기는 대신 다시 사바세계로 되돌아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을 강조했다. 회향발원심이야말로 동체대비심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생에 자력으로 생사해탈할 자신이 없는 구도자라면 반드시 정토법문을 공부해서, 업을 지닌 채 윤회를 벗어나 극락정토의 보살 대중으로서 성불공부를 지어가는 기연을 맺으시길 발원한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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