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명의 시작… 불교, 변화를 준비하라

# 2037년 5월 어느 주말 아침 6시,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스마트 홈에 설정한 알람인 사찰 범종 소리로 눈을 떴다.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 혈당을 체크한다.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 간단히 세면을 하는 A씨에게 인공지능 ‘금강’이 오늘 스케줄과 함께 입고 나갈 옷 코디, 건강 상태를 조언해 준다.

화장실서 볼 일을 마친 A씨는 거실로 이동했다. 자신이 다니는 사찰의 아침 수행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니 곧바로 가상현실에 접속된다. 주위는 이내 자신의 거실이 아닌 사찰 법당이 된다. 지도법사인 인공지능 무명 스님의 친절한 수행지도가 이뤄진다. 수행을 마친 후에는 간단한 일상생활 상담도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극명한 ‘明暗’
노동시간 줄며 정신 가치 추구
불교 수행, 활용 가능성 높아
빈곤층 보시 강조한 초기불교
기업 제어 법제화 이론 제공

이는 4차 산업기술이 완전히 자리매김했을 20년 뒤 한 불자의 일상과 신행 생활에 대한 예상도다.

지금 인간은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간단한 사물인터넷 기술은 가정에 적용되고 있으며, 의료·법률업계에는 자연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도입돼 진단과 판례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보험 가입 상담이 가능한 인공지능 챗봇(채팅하는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일까. 어원의 시작은 2011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제시된 ‘인더스트리 4.0’이다. 독일 정부는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것을 역설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부터다. 이를 언급한 주요한 인물이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은 과거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혁명이라고 말한 4차 산업의 특징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처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기술이 발전해 대중화되면 인간은 이제 더 이상 단순·반복적 노동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며 근무시간이 줄고, 노동의 목적도 자기 표현과 실현으로 변화할 여지가 크다. 또한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위한 디지털 기술들은 공유경제 영역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 시간이 줄고, 자신을 위한 시간들이 늘어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불교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삶의 성찰과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성찰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노동 환경과 생활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문화와 정신수행이 더 큰 가치를 얻게 될 것”이라며 “정신·마음 수행 분야는 불교가 선도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4차 산업에 대한 논의 중 가장 필요한 부분은 ‘불교가 어떻게 대응하고 이를 포교에 활용하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산업 기술이 핑크빛 미래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이 가져올 인지적 혼란과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 양극화 등은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이면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기술이 발전했을 경우 10년 안에 전체 직업의 30%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기업 아마존닷컴은 로봇과 드론 등을 이용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배송 실적을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전 세계직원 30만 명은 실직 위기에 놓였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노조가 4월 29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테이블에 ‘조합원 총고용보장 요구안’을 올린 이유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고용불안 때문이다.

나아가 저임금 노동자마저도 고용할 이유가 없게 된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기업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게 돼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저개발·개발도상국가는 더욱 가난해지거나 선진국에 예속되는 빈곤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4차 산업혁명의 예상되는 폐해에 종교는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윤리와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세계 경제 포럼에 참가한 저스틴 웰비 영국 성공회 대주교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임박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영적인 대응’이며, 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불교학계도 이 같은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4차 산업의 장점과 폐해에 대한 문제의 핵심은 시민들이 재현의 위기에 현혹되지 않고 여실지견하며 권력과 자본에 올바르게 맞서는 것”이라며 “또한 자본의 논리가 4차 산업혁명의 생산과 분배를 관장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법·제도·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우 동국대 교수는 지난 4월 21일에 열린 한국종교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서 발표한 논문 ‘4차 산업혁명과 불교윤리’을 통해 초기불교의 윤리와 욕구관은 더욱 가속화될 기업의 이윤 추구를 제어할 수 있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초기불교에서는 빈궁한 계층에 보시하지 않는 행위는 사회 타락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으며, 인간의 욕구는 중도적으로 제어돼야 함을 강조한다”며 “기업의 제어는 법제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지만, 이 같은 노력과 법제화의 이론적 토대는 불교적 윤리와 욕구에 대한 관점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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