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유·명상… ‘정신 문화’를 선도하라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제시되면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정기술이 개발되면서 일어난 문명권의 가장 중요한 변화 양태였다. 불의 사용, 쟁기의 등장 등이 농업혁명의 규정기술이었다면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은 산업혁명을 일으킨 중요한 요소였다.

미래엔 인간 노동 확연히 축소
자신 성찰하는 명상 인구 늘 것
佛法 바르게 배워 응용 노력해야


학계에서는 제1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으로 나타난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석탄과 철강산업, 그리고 면직물 생산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장세를 이룩하였다. 제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20세기 초에 진행된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이다.

공장에 전략이 공급되면서 컨베이어벨트를 사용한 대량생산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제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이다. 이때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IT 기업이 부상하면서 미국이 초일류 강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2015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도래하고 있는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는 다른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자율적 심화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과 이를 탑재한 로봇의 등장은 지구상의 직업구조를 완전히 재편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이 사회 전반을 바꾸어 버린다면 이에 대응하여 불교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현 단계로는 새롭게 도래하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까를 추측하는 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금까지 인간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던 일들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대신하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도래한다면 인류는 삶의 양식에서 매우 혁신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반 국민들은 노동 현장에서 벗어나 문화를 향유하고 정신적 가치가 있는 일에 더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각한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육체적으로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정신적 나태와 일탈을 수반하게 됨으로써 고통의 강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3가지 분야에 대한 연구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문화, 치유상담, 그리고 명상 분야다. 문화는 삶의 양식을 결정하기도 하고, 삶의 과정에서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상적인 의식주와 관련된 문화부터 진선미를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문화는 다양한 양태로 형성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이런 다양한 영역들 중에서 삶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미술과 음악, 향기와 식음료, 건강 증진에 필요한 요가, 그리고 지혜의 증장에 필요한 명상과 수행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인류가 직면할 정신적 고통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을 찾기 위해서는 자가 치유 증진을 위한 상담방법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시의 인도에서 가장 많이 출가한 계층이 왕족과 귀족계층이었다. 평민이나 노예 계급에서 출가자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출가자의 주류는 귀족계급과 장자들이었다. 이것은 삶의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풍요가 지속되면 자신의 정신적 고통과 번뇌 망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적 수행에 관심을 갖는 계층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불교는 정신적으로 자가치유를 증진시키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치유상담, 소통 등의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정신적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지적 욕구와 정신적 갈등은 극대화 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바로 보고 싶어한다. 인류는 스스로 자문해 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누진명, 숙명명, 천안명 등과 같은 삼명(三明)의 지혜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세 가지 지혜를 갖추는 방법은 불교 전통의 명상법에서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스스로 내면의 정신적 혁명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불교의 전통 명상과 각국에서 발전한 수행법을 배우려고 할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2700년 전에 이미 당시의 문화 전통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설법을 하셨고, 그 가르침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정신적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 불교계는 새로운 문화 전통을 만들어가고, 자가 치유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현대인들의 바람을 수용할 수 있는 명상법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깨우친 뒤 이를 응용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농업혁명이 산업혁명을 낳았듯이 산업혁명은 정신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존의 가치관, 삶의 방식, 생활환경 등이 모두 바뀌면서 인류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을 해결하는 종교가 살아남을 수 있고, 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 3000년 전 활발했던 주류 종교가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된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종교는 곧 소멸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은 종교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부터 500년 전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시작된 것처럼.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