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폐해 넘은 정신적 진보 함께 이뤄져야”

요즘 세계 산업의 주제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눈을 뜨면 4차 산업기술에 대한 언론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인류는 1, 2, 3차 산업혁명을 겪었다. 이전 산업혁명은 “이것이 산업혁명”이라는 규정과 정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현상을 산업혁명으로 구분·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미리 명명하고 예측하고 있다.

초지능·초연결·예측가능성 등
4차 산업기술이 보여줄 특징
기존 법·윤리 충돌 여지 많아


2차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그동안 인간이 할 수 없었던 일을 기계가 대신함으로써 여러 일들이 가능해지며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발전하니 귀족이나 즐기던 문화가 일반인들에게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소위 접할 수 없던 것들을 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보편화 되면서 시작됐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의 생산성 증가를 체험한 세대다. 나의 경우 1983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의 로봇 그룹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로봇 설계도를 만드는 데 자와 연필이 필요했다. 일본 출장에서 만난 샤프펜슬은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선을 일정한 굵기로 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10년이 지나니 연필이 필요가 없어졌다. 모니터와 컴퓨터만으로 설계와 기안서 작성들이 가능해졌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된 것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특징은 무엇일까. 기계와 같은 물리적인 실체, 인간과 동물이라는 생명학적 존재, 디지털이 융합이 4차 산업의 본질이다. 특징으로는 △초지능성 △초연결성 △예측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4차 산업기술들이 바로 인공지능·사물인터넷·3D 프린트·에너지 저장기술 등이다. 자율주행 차량, 로봇, 스마트 공장들은 현재 구체적으로 가시화 된 산업제품들이다.

초지능성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딥러닝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화제였다. 결과는 이세돌이 1승 3패로 패했다. 이후 알파고는 60번 대국을 진행했고 전부 승리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바로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알고리즘을 설정하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규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4차산업 초지능성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에 대한 것이다.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과 연관이 돼 있다. 과거 인터넷은 2명만 주고 받았지만, 지금은 120억 명의 대상에게 정보 교환이 가능해졌다. 이런 것을 이용해서 인간의 삶은 풍요로워 질 수 있다. 인공지능과 스피커·휴대 전화·TV·사무실 등이 연결돼 스케줄 관리와 쇼핑 등이 이뤄진다. 인간에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잉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인간 생활에 어떤 문제와 영향을 가져올 것인가. 우선, 강한 인공지능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볼 수 있겠는가. 사고하고 감정이 있는 로봇을 이성적으로는 인격체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인격체로 인정한다.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 문제 차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인간이 많은 혼란을 겪을 것은 분명하다.

양극화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 역시 해결하며 4차 산업기술이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은 도래하지 않았다. 훗날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었다는 평가도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변화는 시작됐다는 것이다. 변화를 부정하고 폐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인류가 받을 수 있는 이득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성찰과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

“임박한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영적인 대응’”이라는 저스틴 웰비 성공회 대주교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폐해를 해결하고 진보해 가는 지혜는 종교계에서 제시해야 한다.

* 이글은 한국종교교육학회의 '4차산업과 종교교육' 주제 세미나에서 진행된 기조강연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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