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특집] 불교계 4차 산업 현황은

㈜다나에서 개발한 ‘360VR’을 불교박람회 참석한 대중이 체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연 올해 한국사회의 화두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이에 대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 인식이 근본부터 변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불교계의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불교는 ‘잰걸음’으로 쫓고 있다.

불교학계
불교학회, 매달 관련 포럼
오는 12월 국제학술세미나
교불련 등도 강좌·학술행사

관련 산업체
동국대서 AR 동화책 선봬
불교 콘텐츠 기반해 ‘눈길’
다나 ‘360VR’ 박람회 호평

불교, 문화 콘텐츠의 寶庫
관련기술 만날 플랫폼 필요

당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곳은 불교학계다. 한국불교학회(회장 성운)는 지난 3월 25일부터 오는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불교와 4차산업’을 주제로 월례 포럼을 개최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기술 △스마트 시티 △가상 및 증강현실(VR·AR) 등 4차 산업기술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한국불교학회의 월례 포럼은 관련 불교학 연구자들의 기술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불교학회는 오는 12월 1~2일 ‘불교와 4차 산업’을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국내외 관련 학자 5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인 학술대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 기술에 대한 불교적 해석, 응용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른 학술단체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심익섭)는 4월 20일 ‘전환기 한국불교-4차 산업혁명과 한국불교’를 주제로 불교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각범 KAIST 명예교수가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한국불교학회가 오는 7월까지 개최하는 ‘4차산업과 불교’ 월례 포럼의 모습. 불교학계에서 4차 산업혁명 논의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종교교육학회(회장 김세곤)는 4월 21일 ‘4차 산업혁명과 종교교육’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불교를 대표하는 학술계간지 〈불교평론〉은 올 겨울호 특집으로 ‘4차산업’을 다룰 예정이다.

사회적으로 4차산업에 대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적용되는 상황에서 이를 불교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불교학계의 대응은 고무적이다.

‘인공지능로봇의 불성 연구’로 2008년 조계종 승가대학 학인 논문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던 보일 스님(해인사 승가대학 강사)은 “불교는 세상의 이야기며, 변화에 맞춰 시대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종교다. 불교학계의 ‘4차산업’ 관련 논의는 늦은 감은 있지만 충분히 고무적”이라며 “한국불교도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기술이 불교 문화콘텐츠와 접목되는 사례들도 아직 초보 단계지만 시도되고 있다.

동국대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원장 김정환)은 최근 불교 동화 증강현실(AR)-BOOK ‘불국사를 지킨 황금돼지 금황이(기획·개발 이영숙)’를 개발했다.

교육부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개발된 ‘황금돼지 금황이’는 불국사 대웅전에 있는 황금돼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동화의 내용은 다른 돼지들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던 황금돼지 금황이가 이무기로부터 불국사를 지킨다는 것으로 관련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스마트폰을 동화책 관련 페이지에 가져가면 AR 동화가 보여진다.

‘황금돼지 금황이’는 불교를 기반한 스토리텔링과 AR이 결합된 복합적인 콘텐츠로, 기성 도서업계에서도 찾기 어려운 시도다.

김정환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이번 AR-BOOK 발간으로 불교 철학이 현대적 콘텐츠로 개발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면서 “불교를 기반한 후속 AR-BOOK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불교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이 개발한 AR-Book ‘불국사를 지킨 황금돼지 금황이’의 구동 모습. 관련 어플과 책이 있으면 볼 수 있다.

불교계 IT 전문 업체인 ㈜다나는 가상현실을 기반한 ‘360VR’을 2016년부터 불교박람회서 선보이고 있다. VR기기를 통해 불국사, 마곡사 등 사찰 문화재와 발우공양 등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360VR’은 스님부터 재가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스님과 불자도 막상 체험하면 모두 놀라운 경험이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심지어는 합장을 하는 불자들도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에는 연등축제 전통문화마당에도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불교와 4차 산업기술의 접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불교는 문화콘텐츠의 보고(寶庫)로 4차 산업기술과 만날 때 대중적 파급력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4차 산업기술과 자본, 그리고 불교 문화콘텐츠가 만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불교계가 조성할 것도 제안했다.

‘황금돼지 금황이’를 개발한 이영숙 동국대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 교수는 “불교의 다양한 연기 설화를 스토리텔링하고 캐릭터를 발굴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면서 “미래 기술인 AR 등에 불교 문화콘텐츠를 접목하면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대성 ㈜다나 대표는 “불교를 기반한 문화·힐링 콘텐츠는 강점이 있지만, 관련 경제 규모가 적어 자체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본과 관련 기술을 가진 검증된 업체들이 불교 콘텐츠와 접점을 이룰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불교계가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4차산업 적용 사례는

VR 명상부터 로봇까지
불교 관련 콘텐츠 ‘다채’

불교와 관련해 4차 산업기술들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곳은 명상 인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서구 사회다. 특히 가상현실(VR) 기술과 접목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유서가 깊은 콘텐츠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이다. 미국 린든랩에서 개발한 온라인 VR 플랫폼인 ‘세컨드 라이프’는 전 세계 870만 명이 10년 넘게 즐기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 접속, 자신의 아바타를 지정해 플랫폼에 들어서면 그곳이 자신의 새로운 세상이 된다. 공부를 해도 되고,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린든 달러’라는 화폐가 통용돼 경제 활동도 할 수 있다. 그 가상공간 안에서 붓다 센터라는 대규모 불교 명상 사원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전 세계의 불자들은 설법을 듣고 수행을 하며, 사찰 재정을 위한 보시도 한다.

VR 기어를 활용해 실제 명상을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은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제작자들이 게임업체라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것은 창작 에이전시 ‘큐비클 닌자스’에서 개발한 VR 명상 게임 ‘가이디드 메디테이션 VR(Guided Meditation VR)’이다.

좌선, 와선, 행선까지 모두 지원해 VR 명상의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주위 환경들도 변화가 가능하다. 울창한 나무숲, 청정한 개울가, 고요한 동굴, 영험한 사원, 풀들이 우거진 정글 등 17개의 다양한 장소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명상 분야도 설정이 가능하다. 선(禪)부터 무브먼트, 컴패션, 릴렉세이션 등 다양한 명상법을 분류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공하며, 긴장 이완·집중력 향상, 활력 증진과 같은 자신의 상태에 맞는 명상법도 선택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불교와 만남은 중국서 처음 시도됐다. 중국 베이징 용천사에는 일명 ‘알파승’ 인공지능 동자승 로봇 ‘셴얼 스님’이 있다. 약 60cm의 동자 로봇은 노란 가사를 입고 가슴에는 터치스크린을 부착했다. 2족 보행이 가능하며, 바퀴는 7가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동자 로봇은 불교 또는 용천사 관련 20여 가지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지능도 가졌다.

향후 용천사는 동자 로봇의 기능을 개선해 새로운 승려 로봇의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디지털 문화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용천사 주지 셰청 스님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불교는 명상과 자기 수양을 통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 뿐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뉴미디어·인터넷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불교 교리와 지혜, 자비를 더욱 쉽게 전하는 것 또한 그 역할”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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