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 열린 자세로 과학과 적극 만나라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제 눈앞에 와 있다. 이미 사회 각 분야에서는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관련 기술을 활용할 지를 논의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처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4차 산업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혁명적 변화가 예상된다. 불교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스님과 재가 학자들은 각각마다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인공지능로봇의 불성 연구’로 2008년 조계종 승가대학 학인 논문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보일 스님은 폐쇄성이 사라져 선의 대중화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보일 스님은 “현재 참선 시간을 재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시간을 세팅하고 참선하면 인터넷이 연결돼 전 세계에 나와 같은 시간에 몇 명의 사람들이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정서적 친밀감과 연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진다”며 “전문 수행집단이 승가와 비전문 수행집단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수행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지승도 한국항공대 교수는 4차 산업기술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장점 등을 예상했다.
지승도 교수는 “가상현실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마음의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재현할 수 있고, 수행의 효과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이용하면 불교신도 관리나 포교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의 현대적 방편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움이 중요하다”면서 “지혜의 측면에서는 거꾸로 불교의 도움이 결정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과학의 핵심은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기술은 초연결성·초지능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어떻게 불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화엄·연기에 대한 해석들을 제시했다.

박수호 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아함경>에서 이야기하는 연기가 4차 산업기술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이론적 토대를 만든다”면서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에 따라 존재가 규정되고, 연기적인 그물망 타고 밖에 영향 미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4차 산업기술의 기본적 틀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세종대 교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초연결망의 특징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회”라면서 “연결망 사회를 쉽게 이야기하면 세상 만물이 상호작용을 하며 연기 법칙 안에 있는 것이다. 연기는 연결망 사회 세계관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보일 스님은 화엄의 ‘상즉상입(相卽相入)’을 통해 설명했다. 모든 현상의 본질과 작용은 서로 융합하여 걸림이 없다는 ‘상즉상입’은 4차 산업기술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스님은 “4차 사업기술은 모두 연기적 세계관으로 확장해 인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각각의 꽃을 피우고 있으나 근원은 하나임을 잊지 않고 연대하는 소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윤리나 가치관 변화·발전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가지고 올 폐해로 지적되는 것이 대량실직으로 인한 양극화와 생명 경시 등이다. 이미 대량실직은 눈앞에 닥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지승도 교수는 과학과 문명의 발전이 행복과 비례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는 색(色)의 본성 때문”이며 “문제는 본질인 공성을 모른채 색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의식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던 원자력이 병기로 전환될 때의 무서움을 예로 든 박수호 연구위원은 “기술은 항상 양면성이 존재한다. 결국 ‘사람이 어떻게 사용·활용하는가’만이 문제로 남는다”면서 “불교도 같은 맥락에서 기술의 본질과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의 예상하면서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헌 교수는 “기술 발전은 인간의 필요가 아닌 욕망서 기인된다”면서 “욕망으로 특정 개인, 집단에 종속된 기술을 따듯한 기술,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일 스님은 과학 기술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 성난 말의 비유를 들었다. 성난 말의 다리를 부러뜨려 조복시킬 것이 아니라 성난 말의 등에 올라타서 길들여 초원을 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 기술에 대한 유익한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폭주기관차 같은 과학 기술을 브레이크로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정속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불교와 과학이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충돌하는지를 학자와 스님들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학 기술의 활용에 있어서도 욕망의 증진이 아닌 공공성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나왔다. 보일 스님은 “과학 기술의 동기와 발전이 인류의 공공선, 자비에 귀착하는지, 아니면 자본 증식에 목적이 있는지를 살피면 답은 간단히 나온다”면서 “자비심을 잘 살피면 충분히 해악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상헌 교수도 “분명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극대화 될 것이다. 문제는 향상된 기술 혜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다”며 “대량실직을 야기할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이야기되고 있다. 다 같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눈 앞에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까.

지승도 교수는 불교가 열린 자세로 과학과 적극적인 만남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지승도 교수는 “4차 산업시대를 필두로 서서히 드러날 미래 과학은 한마디로 ‘공성’”이라고 단언하며 “지금이야말로 불교의 과학화에 매진할 때다. 젊은이들에게 불교야말로 첨단과학이자 궁극의 과학임을 바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마인드&라이프 학회는 뇌공학·인공지능·양자역학·심리학·인지과학 등 관련 학자들과 스님을 비롯한 불교학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실질적인 연구와 실험 그리고 토론 등을 통해 불교와 과학 간의 간극을 줄여 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미래과학의 토대를 세우는 일임과 동시에 불교 포교의 현대적 모습이다. 한국불교도 그와 같은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호 연구위원은 “불교가 기술 변화에 대해 무조건 수용 아닌 선별적 수용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불교는 외부적인 변화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면서 흐름들을 주도하지 못했던 게 한계였다. 4차 산업혁명은 함께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불교 나름대로의 논리와 전략과 흐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일 스님은 시대에 맞는 불교로 거듭날 것을 제안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유훈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니 수행과 정진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부처님의 법을 전함에 있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경고였다”면서 “결국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업데이트, 자기 쇄신이 있어야 부처님 법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승가도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뇌과학 등 첨단 학문을 배우고 밖에서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외전을 본다고 비판할 일이 아니다”며 “이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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