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국가 부탄의 부처님오신날은?

기념일, 부탄달력 4월 보름
총본산 따시최종서 성대한 축제
연 1회 공개되는 괘불 모셔놓고
기도하고 수행하며 가르침 숭상

올 봉축행사는 6월 21일
아이들 전통의상 입고 사찰 방문
축제서는 흥겨운 춤사위 이어져
채식하고 진언 염송하며 즐겨

둑걀뽀 부탄국왕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괘불 앞에서 렉돌 의식을 올리는 모습. 광장을 가득 메운 부탄국민들의 진중한 표정이 엄숙함을 자아낸다.

탄생·성도·열반재일 한꺼번에
불교에서 부처님오신날의 기원은 비크럼삼밧 달력의 바이삭(Baisakh) 달을 기준으로 삼는다.

남방불교 전통에서는 보통 5번째나 6번째 음력월의 보름날을 부처님오신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을 ‘붓다 푸르니마(Buddha Prunima)’라고 부르는데, 푸르니마가 바로 산스크리트어로 보름을 뜻한다. 다른 이름으로 부처님오신날(Buddha Jayanti)이라고도 부른다.

동아시아 중에서도 중국과 한국만이 중국음력의 4월 8일을 부처님오신날 기준으로 삼고 있고, 일본은 1873년부터 양력 4월 8일을 부처님오신날로 하고 있다. 대만은 부처님오신날을 양력 5월의 둘째 일요일로 정해 각자의 문화에 따라 부처님오신날을 기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대승불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불교왕국 부탄에서는 어떨까? 한국은 탄생재일(음력 4월 8일), 성도재일(음력 12월 8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을 각각 따로 모시지만, 부탄은 부탄달력 4월 15일에 세 기념일 모두를 한꺼번에 묶어 큰 축제를 연다. 올해 부탄의 부처님오신날은 양력 6월 21일이다. 이날을 ‘뒤첸응아좀(Duechen Nga Zom)’이라 부르며 태어남도, 깨달음도, 열반도 하나라고 여긴다. 적멸을 뜻하는 것으로 생사윤회를 벗어난 최고 깨달음의 경지를 가리키는 말이니 곧 하나가 아니겠는가.

부탄불교 총본산 따시최종. 부처님오신날을 기리기 위해 부탄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이 모여든다.

부탄 전 지역의 종(Dzong, 지역의 정부종합청사와 교구본사가 함께 있는 요새형태의 성)에서는 큰 행사가 펼쳐진다. 부탄불교의 가장 중요한 행사일인 만큼 학생과 어린이들은 부처님 설법을 처음 들은 5대 비구처럼 꼴나데장뽀(Khor Ngade Zangpo)라고 불리는 옷을 꾸며 입고 종과 사찰을 다닌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 위치한 중앙종합청사이자 부탄불교의 총본산인 따시최종(Tashichh-odzong)에서는 네텐추두돌(Neten Chudru Thongdroel)이라 불리는 거대한 석가모니부처님과 16나한도 괘불을 모신다. ‘돌’이라는 의미는 직역하면 ‘해탈을 보다’라는 뜻으로써 이 괘불을 봄과 동시에 3업을 청정히 하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괘불이 모셔지면 바로 부탄의 국왕(둑걀뽀)과 국사 스님(제켄포)이 차례로 나와 괘불 앞 불단에 머리를 지긋이 대고 가피를 청하며 렉돌(Regdrol) 의식을 올린다. 이로써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된다.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괘불의 가피를 받기 위해 전 국민들이 모여들고, 기도하고 버터램프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국왕과 국사 스님이 렉돌 의식을 한 후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이 차례로 나와 괘불에 렉돌 의식을 올린다. 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국민들이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기린다. 국사 스님과 부탄승단의 5대 장관급 고승들 및 20대 방장, 회주 스님 등이 앉아서 법회를 집전하며, 국민들은 차례로 큰스님들에게 자신의 신구의(身口意) 3문을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

괘불 네텐추두돌.

선·악행 100만배 되는 날
네텐추두돌 괘불을 살펴보면 석가모니부처님과 두 상수제자를 표현한 상게초꼴쑴(Sangay Tsokhor Sum)이 눈에 띤다. 한국불화에서는 석가모니불과 함께 선교를 상징하는 노인 형상의 마하가섭존자와 젊은 형상의 아난다존자를 주로 모시지만, 부탄에서는 지혜제일 사리불존자와 신통제일 목건련존자를 모신다. 그 다음으로 16나한을 나타낸 네텐 추둑(Neten Chudrug), 부처님의 치아사리 상게이 외성(Sangay Yeosungs), 부탄 창건주 샵둥나왕남걜을 그린 샵둥 캄숨 질논(Zhabdrung Khamsum Zilnon)이 모셔진다.

렉돌 의식이 계속되는 가운데 부탄의 국사 스님인 제켄포는 툽왕네텐추둑(Thubwang Neten Chudrug)이라 불리는 16아라한 의식을 집전한다. 아울러 전 세계 불교국가들이 함께 기뻐하는 이날을 위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제켄포와 부탄 승단의 웅장한 염불음악이 울려 퍼진다. 따시최종의 중앙광장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리기 위해 다음의 순서대로 탈춤이 진행된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탈춤.

△샤참(사슴탈춤) △펠링징숨(3종의 징춤) △파참(노란치마와 금색왕관을 쓴 영웅의 춤) △샤와샤치(사슴과 사냥개의 춤) △담옌헴(류트의 춤-긴 검정치마, 노란 셔츠, 황색 코트를 입고 추는 칼춤) △즈샤나(흑모춤) △즈샤나 응아참(북과 함께 추는 흑모춤) △케참(노란 스커트, 동물탈, 오른 손에 칼을 들고 추는 춤) △뽀래이보레이(귀족과 숙녀의 춤) △다미트시 응아참(담치의 북춤) △두르닥(하얀 치마를 두른 해골탈춤) △퉁암(분노존의 춤) △락샤 망참(염라대왕의 춤) △최오세이(종교음악) △붐땅뗄참(붐탕의 탐싱춤-하얀 탈, 노란 치마, 요령과 북) △두르닥(지신의 춤) △깅당최링(호랑이 가죽 둘러쓰고 북을 쥐고 있는 분노존의 탈춤) △구루쩬계(파드마삼바바의 8변화신 춤) △릭마추둑(16나한의 춤)

이날은 모든 선행과 악행의 업이 100만배가 되는 날이라고 하여 부탄 전역에서는 국민들이 축제에 참가 후 고기를 먹지 않고, 진언을 염송하거나 염불을 하면서 축제를 즐긴다. 또 기도하고 수행하며 선업을 쌓는 계기로 삼는다.

대승불교국가 부탄에서 국왕부터 국사 스님, 장관단,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한자리에서 진정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기리는 ‘뒤첸응아좀’ 같은 날은 부처님의 자비광명 아래 부탄인들을 하나로 화합하는 아름다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