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한국사회 인권 지표 상향의 척도”
“법 제정, 한국사회 인권 지표 상향의 척도”
  • 박아름 기자
  • 승인 2017.05.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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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문가들이 바라 본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종단 행보에 교계 전문가 및 활동가들은 환영을 표했다. 다만 대사회적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선 구체적인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종단 내 차별 요소를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불교계 불교계 역할에 대해 정호 스님(이주민), 효록 스님(성소수자), 류상태 목사(종교), 이용권 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장애인),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여성)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인종, 피부색 등 차별 묵인 갈등 범죄 촉발 원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정호 스님

이주민 200만 시대, 한국 땅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한국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인 자세로 맞이하고 있을까. 모두에게 ‘차별 없는 세상’이면 좋으련만 이주민에 대한 욕설,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걸 보면 이주민 인권 감수성이 아직은 부족한 듯하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이하 마주협) 상임대표 정호 스님은 “한 흑인 이주노동자가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했을 때와 미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같은 흑인도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과 미국에서 온 흑인이 차별받는 세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유럽이나 북미에서 온 이주민과 동남아, 저개발국가에서 온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이중 잣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호 스님은 “이주민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지 않고 대중매체를 통해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면서 의도치 않게 이주민을 차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종, 피부색, 출신국가 등이 차별과 혐오의 근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호 스님은 이러한 이주민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한국사회 내 산재한 전반적인 차별을 해소키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호 스님은 “사회구성원과 시스템의 차별에 대해 묵인, 방치하는 것은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범죄를 촉발할 수 있다”며 “한국사회 인권지표를 상향시키는 척도로써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조계종의 역할에 대해 정호 스님은 “마주협을 비롯해 종단 내에는 여성, 장애인, 종교 등 관련 단체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종합해 토론회를 열고 정책을 생산,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차별금지 인식 개선 교육 및 캠페인 등 실시해야한다”며 “이를 위해선 개별 단체들에 대한 종단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식 부족, 승가교육 실시 필요”
성소수자 불자 모임 지도법사 효록 스님

“성소수자 불자 모임은 많지만 부처님 법을 전해주고 마음을 위로해줄 지도법사가 없습니다. 전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스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승가교육이 실시돼야겠지요.”

현재 성소수자 불자 모임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효록 스님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관심이 없으니 지도법사로 나서는 스님이 없는 게 당연한 귀결이란 지적이다.

효록 스님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는 불교가 보듬어야할 대상이란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조계종 교육원에서 인권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승가교육을 실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효록 스님은 종단 지도층의 역할이 절실하다고도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면 이를 교계 내에 적극 홍보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세워야한다는 것.

효록 스님은 “조계종이 2015년과 2016년 각각 성소수자와 그 부모님들을 초청해 법회를 열었다. 조계종의 개방적 태도에 성소수자들이 매우 기뻐했다”면서 “하지만 법회 당시 종단 지도층 스님들이 나와서 성소수자를 격려하는 법문을 해주셨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더욱 적극 나서야한다. 종단 지도층 스님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대외적으로 큰 홍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 갈등 증폭 可… 범종교 연대 절실”
류상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청하는 범종교계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조계종 뿐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도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의 지지 표명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류상태 목사(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종교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뿔뿔이 흩어진 목소리를 한곳에 집중시킬 때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단 의견이다.

류 목사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 집단을 제외하면 개신교 내에서도 의식 있는 진보 교단이 있다. 이들과 조계종, 가톨릭 전부가 연대해야한다.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등 종교 지도자 모임이 대외적으로 활동하며 차별 금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웃종교끼리 뜻있는 일에 연대할 때 진정한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룩하고, 종교간 차별도 해소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사회 내 종교차별과 관련해 류 목사는 언제든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잠재된 폭발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종교 충돌을 예방해야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된 경우가 많았던 점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종교 갈등이 아주 심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불교가 자비의 종교로서 이웃종교를 배척하지 않는 것이 갈등 완화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웃종교인으로서 깊이 감사합니다. 하지만 종교차별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다종교, 다문화 사회로 가는 시점에 언제든 갈등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시급히 제정돼 종교차별 문화를 철폐해야합니다.”

 

“장애인 신도 분리 차별적 감정 출발”
이용권 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

“현재 사찰 구조를 보면 일반 신도 법회에 장애인 불자가 참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반 법회’와 ‘장애인 법회’를 구분지어 놓기 때문이죠. 이런 분리 구조로부터 장애인들은 차별을 느끼게 됩니다.”

이용권 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키 위해 불교계 내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장애인 복지와 관련 주목받고 있는 탈시설화(脫施設化)의 일종이다. 탈시설화란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폭행과 인권유린 등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필요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관장은 “분리로부터 느끼는 차별적 감정이 장애인들에겐 엄청나다. 현재 불교계에서도 모든 사업, 법회 등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실시하고 있는데 이제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일반 신도들의 인식 개선 교육과 사찰 내 장애인 시설 확충이 선행돼야한다며 사찰 내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등 확보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관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불교계가 나서야하는 이유는 너무 당연하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신도들에게 널리 홍보해야한다”며 “또한 대사회적으로도 확장시키기 위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행동강령’ 등 구체적인 실천도 병행돼야한다”고 말했다.

 

“여성차별 철폐해야 대사회적 확장 가능”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한 스님이 남성불자에겐 정중히 높임말을 쓰면서 저에겐 다짜고짜 반말을 하시기에 ‘왜 제 일행에겐 높임말을 쓰면서 제겐 반말을 쓰십니까’라고 여쭌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여성은 태생적으로 근기가 낮다. 수행을 더 해야 한다. 요즘 여자들은 기가 너무 세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아직도 그때 당황스러움이 잊히지 않습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서 종단 내에 차별금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과제라고 설명했다. 종단 내에 산재한 차별적 분위기를 먼저 해소하고 대사회적으로 실천할 때 더욱 효과를 얻을 수 있단 것.

옥 소장은 “종단 내 여성차별 현실이 암울하다. 종단 주요 교역직은 비구 스님만 가능하도록 규정된 종헌종법 뿐 아니라 교리적으로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또 스님이 법문 시간에 ‘여성이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라면서 “요즘 여성들이 절에 와서 이 얘기를 들으면 과연 절에 오려고 하겠냐”고 지적했다.

특히 옥 소장은 여성 차별을 철폐하지 않을시 한국불교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현재 신도 비율이 여성이 높기 때문에 여성차별 실태가 지속된다면 여성 불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게 옥 소장의 설명이다.

옥 소장은 이러한 종단 내 노력을 펼친 후 대사회적인 실천에 나설 때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보단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게 더욱 좋겠죠. 예를 들면 불교계 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서명운동을 펼친다거나, 승가 내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해 공론을 모으는 겁니다. 교계 내에서 이런 움직임이 대사회적 움직임을 촉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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