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차별 없는 세상 첫 걸음

삽화-최주현

얼마 전 한 한국인이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어깨를 부딪쳤단 이유만으로 한국인은 백인으로부터 피가 철철 나도록 수차례 맞아야만 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분노의 감정이 샘솟았는가? 이 이야기는 사실 뉴욕이 아닌 지난해 7월 1호선 양주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때린 사람은 백인이 아닌 50대 한국인 남성이고, 맞은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미얀마 노동자다. 맞은 사람이 한국인이 아니란 사실에 분노가 사그라졌다면 그것이 바로 차별적 감정이다.

우리 사회에 차별이 얼마나 만연한지는 오래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키가 작아서, 외모가 잘나지 않아서, 장애가 있어서, 출산한 여성이라서, 조금 여성스러운 남성이라서, 국적이 달라서 등 차별받는 이유가 수두룩하다. 이 중에서 당연히 차별받아야하는, 또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이 있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은 탄생게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 외쳤다. 이 땅의 모든 인간이 그대로 존귀하다는 인본주의의 천명이다. 차별적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지배한 인도사회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평등사상을 깨친 것이다.

이러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현재 한국불교는 ‘차별 없는 세상’을 발원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자승 스님은 봉축사에서 “세상의 풍요를 위해 땀 흘린 노동자의 옷깃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기업가의 열린 미소에서, 자연과 더불어 뿌린 대로 거두는 농민의 손길에서, 상처받은 이웃을 얼싸안은 시민들의 아름다운 품에서 우리는 부처의 세상을 본다”며 “가정과 일터, 거리와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부처로 대하는 것이 우리가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이제는 불자들이 답할 차례다. 차별 없는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차별 있는 세상의 ‘적’으로 남을 것인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차별치 않는 세상을 만들어갈 열쇠는 우리 모두가 쥐고 있다. 본지는 봉축 특집 ‘차별금지법, 차별 없는 세상의 첫걸음’을 통해 그 답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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