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소도 칭찬을 좋아한다

탁실라(북인도의 문화증심지. 현재 파키스탄 펀잡주) 나라에 내기를 좋아하는 장자가 있었습니다. 황소 한 마리를 길렀는데 크고 힘센 소로 자라났습니다.

“이만하면, 탁실라에서는 우리 소를 당할 소가 없다. 내기를 걸어야겠어.”
자신이 생긴 장자는 한길에다 100채의 수레를 이어 놓고, 외치며 다녔습니다.
“누구든지 힘센 소가 있거든 나서시오! 이 100채의 수레를 끌 수 있나 내기를 합시다! 황금 1000량을 걸고 하는 내기요!”

탁실라에는 힘센 소를 가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힘센 소 임자 10명이 내기에 나섰습니다. 황금 1천량을 모아놓고 이긴 소 임자가 그 돈을 가지는 시합입니다. 

10명의 소 임자 중에는 소를 사랑하기로 이름난 바라문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 이름이 ‘한뿔잡이’었습니다. 바라문은 한뿔잡이를 몹시 사랑해서 날마다 좋은 먹이를 주고, 쓸어주고, 만져주고 했습니다.

그렇게 소와 친하다보니, 소의 말을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소임자인 바라문이 소에게 말했습니다. “한뿔잡이야. 우리도 100채 수레끌기 내기에 나서보자. 네가 힘이 세거든.”

“좋아요. 자신 있어요. 해봅시다. 움무우!” 한뿔잡이가 사람의 말, 소의 말을 섞어가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바라문의 소 한뿔잡이가 수레끌기 내기에 나섰습니다. 탁실라 온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힘센 소의 힘자랑을 구경했습니다. 차례를 정해놓고 수레 끌기 내기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소가 나섰습니다. 힘을 다해서 끌었으나 100채의 수레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소도 100채의 수레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셋째도 넷째도 그러했습니다. 다섯 번째 소도 그러했습니다. 한뿔잡이 차례가 되었습니다.

“끌어라 끌어라! 한뿔잡이야. 한뿔잡이야! 끌어!” 옆에서 소임자 바라문이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바라문이 너무 서두는 바람에 한뿔잡이가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것도 못 끄느냐? 힘을 내봐. 힘을 내봐. 끌어! 있는 힘이 그것 뿐이냐? 끌어! 끌어!”

수레 100대가 움쩍 움직였습니다. 얼마쯤 움직이다가 그만, 더 구르지 못했습니다. “실망이다 이놈아. 끌어 끌어!  그것도 못 끄느냐? 실망이다 이놈아!”

아무리 다잡아도 수레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실망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장자의 소 차례입니다.

장자의 소는 100채의 수례를 끌고 여러 걸음을 움직이다가 멈추었습니다. 내기는 장자의 소 승리였습니다. 황금 1000량은 장자 차지가 되었습니다. 장자와 장자의 소는 의기양양하게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바라문은 크게 뉘우쳤습니다.      

“내가 우리 한뿔잡이에게 칭찬을 아꼈기 때문이야. 칭찬을 해야 힘을 내는 건데 수레를 끌지 못한다고 나무라기만 했어.”

소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칭찬에 약해요. 꾸중만 하시니 힘을 낼 수가 없죠. 움무우!”

소의 말 절반, 사람의 말 절반으로 소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크게 깨달은 바라문을 그날부터 소를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먹이를 주며 소를 칭찬했습니다. “오늘부터 한뿔잡이를 ‘좋은뿔’이라 부르기로 한다. 많이 먹고 힘내라. 좋은뿔아!”

그리고 장자를 찾아가서 ‘100수레 끌기 내기’를 한 번 더 해보자고 제의했습니다. 자신이 있는 장자가 마다할 리는 없지요. 이번에는 상금을 배로 올려, 황금 2000량으로 했습니다.

얼마 뒤 탁실라 나라 사람이 모두 모인 가운데 두 번째 ‘힘센소 100수레끌기 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상금 2000량이 걸렸습니다. 자신 없는 소와 임자는 나오지 않고, 장자의 소와 바라문의 소만 시합에 나왔습니다.
두 소만의 시합이 되었습니다. 바라문의 소 좋은뿔이 먼저 멍에를 메고 100채 수레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좋은뿔 잘 끈다. 좋은뿔 장하다. 영차 잘 끈다! 힘차게 끌어라!”

그러자 100채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둘둘둘둘, 수레가 힘차게 굴렀습니다. “잘한다. 좋은뿔! 장하다 좋은뿔! 힘세다 좋은뿔! 끌어라 좋은 뿔!”    

100채의 수레가 소리를 내며 계속 굴렀습니다. 빠르게 멀리까지 끌었습니다. 탁실라 사람들이 같이 손뼉을 치며 좋은뿔을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뿔 힘세다! 좋은뿔 이겨라!”

좋은 뿔은 힘이 부쩍부쩍 솟아 더 멀리까지 끌었습니다. 다음에 나선 장자의 소는 좋은 뿔처럼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승리는 좋은뿔 차지였습니다. 구경 나온 탁실라 사람들이 “좋은뿔 만세”를 같이 불렀습니다.

상금 2000량은 바라문 것이 되었습니다. 100수레를 힘차게 끌었던 좋은뿔은 이름난 소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비구스님들에게 좋은 말 쓰기를 가르치기 위해 들려주신 동화예요. 부처님이 말씀하셨죠. “좋은 말을 할 것이요, 나쁜 말은 삼가야 한다. 축생에게도 그렇거든 하물며 사람에게랴!”
출처: 〈사분률(四分律)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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