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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연재 지안 스님의 ‘선화의 향기’
無位眞人의 경지를 내보이다
  • 지안 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 승인 2017.04.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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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의현(臨濟義玄:?~867) 선사는 스승 황벽(黃蘗) 선사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매를 맞고 깨달음 얻었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는 스님이다.

매를 맞은 것이 도를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선수행 세계에 있는 불가사의한 이야기이다. 임제 선사의 행장(行狀)에 구체적으로 나오는 이 이야기를 삼도피타(三度被打)라고 말하기도 한다. 임제 선사가 같이 공부하던 스님의 권유로 법을 물으러 황벽 선사의 방에 들어갔다가 다짜고짜 방망이에 스무번이나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세 차례에 걸쳐 모두 60대를 맞았다고 한다. 그는 황벽 선사의 이러한 처사에 회상에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대우(大愚) 선사를 찾아가 전후의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황벽 선사가 임제 선사를 친절히 가르쳤다는 대우 선사의 말을 듣고 확철대오하고 다시 황벽 선사에게로 돌아와 법을 이었다. 임제 선사는 나중에 중국 선종 중 가장 독특한 선풍을 드날렸던 임제종을 세우게 된다.

선사들이 남긴 말을 수록하고 있는 책을 일반적으로 〈어록(語錄)〉이라 부른다. 글자 그대로 말씀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중국 선종의 선사들이 남긴 어록이 수없이 많다. 〈선종전서(禪宗全書)〉, 혹은 〈선장(禪藏)〉이란 이름으로 집대성 되어 편찬된 책들이 대장경 가운데 삼장(三藏)의 한 장(藏)을 훨씬 능가한다.

그 수많은 어록 가운데 〈임제록(臨濟錄)〉을 예로부터 ‘어록의 왕’이라고 불렀다. 어록 가운데 가장 뛰어난 어록이라는 말이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따 끼더로(西田幾多郞)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이 세상의 모든 책이 불에 타 없어져도 〈임제록〉만 남아 있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말 중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는 말이 있다. 무위(無位)란 처해 있는 위치가 없다는 말로 상하(上下), 귀천(貴賤), 빈부(貧富), 범성(凡聖), 미오(迷悟) 등 어떤 지위나 차별이 없다는 말로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다는 뜻이다. 깨달음의 궁극적이 경지에 들어가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는 참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내 자신의 정체가 파악되었을 때의 자기 주인공을 말하는 것이다. 진인(眞人)이라는 말은 원래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지만 임제에 의하여 선가에서 새롭게 제창된 말이다.

〈임제록〉에 의하면 어느 날 임제 선사가 법좌에 올라 말했다.

“벌거벗은 몸뚱이에 하나의 무위진인이 있어 항상 그대들의 면문(面門)에 드나들고 있다.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은 자세히 살펴보라.”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 “무위진인이란 어떤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임제 선사가 선상(禪床)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말해봐라. 말해봐.” 스님이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자 임제 선사가 잡은 손을 놓고 밀치며 “무위진인이라니!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 같은 소리냐!”하고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무위진인이 면문으로 드나들고 있다. 면문이란 얼굴에 있는 눈, 귀, 코, 입 따위의 감각기관을 말하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하는 여기에 무위진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속전등록〉 ‘원련전(元璉傳)’에는 이런 대화도 있다.

“무위진인이란 어떤 것입니까?” “위는 나무요 아래는 철로 되었느니라.” “그렇다면 죄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재판관이 죄상을 적는 붓을 던져버렸느니라.” 이에 묻던 스님이 절을 하였다. 참으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대화다. 선은 알 수 없는 데서 시작되고 알 수 없는 데서 끝난다.

서산 대사의 〈선가구감〉에서 임제가풍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해 놓았다.

“임제가풍은 맨손에 단칼로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인다. 고금의 현요(玄要)를 가리고 용과 뱀을 주인과 손님으로 시험한다. 임제를 알려 하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파도가 일어난다.”

임제 법문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말은 “어디서든지 주인이 되라. 서있는 자리가 진실하리라.”(隨處作主 立處皆眞)이다. 견성한 사람의 본래면목에 대하여 설파해 놓은 말이다.

지안 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hyunbulnews@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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