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조계종 첫 사부대중공사가 끝났다. 3년차에 접어든 대중공사는 초창기에 비해 규모를 많이 축소했다. 그간 위원들의 낮은 출석률을 감안할 때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고, 핵심적인 위원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백년대계본부 출범과 함께 힘차게 문을 연 대중공사는 극심하게 낮은 출석률로 ‘올해 첫’이라는 의미를 무색케 했다. 오전에 진행된 출범식에는 100여 위원 중 8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지만 정작 중요한 토론에 절반만이 참여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심지어 한 모둠은 5명밖에 모이지 않아 다른 모둠과 통합해 토론해야 했다. 6개 모둠별 배정인원이 15명 이상이니 충격적인 참석률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더욱이 몇몇 위원은 모둠토론 중간에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뜨기도 하면서 흐름이 끊기는 일도 있었다. 결국 종합토론에는 40여 명의 위원들만 자리를 지켜 텅 빈 회의장이 연출됐다.

이 때문에 행사 말미에는 저조한 참석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구에서 올라온 현각 스님은 “지방에서 올라올 때는 큰 기대를 갖는데 내려갈 때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간다. 대중이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前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대중공사는 한국불교가 살아갈 길을 열어가는 자리다. 보통자리가 아니다. 결코 빠지지 않겠다는 원력 없이는 조계종이든 한국불교든 바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 역시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인원 차이가 크다. 마음에 있는 얘기를 터놓고, 고심한 내용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대중공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번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위원들은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 스님들이 대다수였다. 이들이 사부대중공사에 며칠 앞서 비슷한 주제로 열린 종단주요소임자 대중공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면 차라리 사부대중공사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이다.

2015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시작하며 대중이 낭독한 발원문에는 여법한 토론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비우자”는 내용이 담긴 ‘동참자의 약속’이 명시돼 있다. 물론 지금의 발원문에서는 빠진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다는 뜻은 아니리라.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지혜가 생겨난다.’ 사부대중공사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이기도 한 이 문장은 바꿔 말하면 문수지혜가 생겨나기 위해선 일단 바보 셋이 모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하고, 백년대계를 모색하려면 대중이 뜻을 모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출석률로 과연 문수지혜가 나올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사부대중공사는 분명 한국불교계 토론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부대중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상대방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에 밑바탕이 됐다. 적극적으로 대중공사에 참여하는 위원들도 이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물론 토론시간 부족이나 광범위한 주제, 제도화 미흡 등 지적도 뒤따르지만 이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바로 위원들의 의지가 아닐까.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데 고작 3년차에 동력이 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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