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매년 봄 찾아오는 미세먼지
이젠 삶을 위협하는 ‘환경난제’
원인은 중국·국내 모두 있어

한국 정부 미세먼지 특별대책
관련 예산 감축 ‘말잔치’ 불과
화력발전, 20기 추가 건립 예정

종교 기후변화 대응 불교 ‘꼴찌’
불교, 재생에너지 도입 고민해야

봄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산과 들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고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보는 눈도 듣는 귀도 즐겁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연이 선물한 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있다. 바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중국 발 미세먼지이든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이든 우리 정부가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정부는 지난해 6월 특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대책이라는 것이 말잔치에 불과했다.

미세먼지 관련 올해 정부 예산을 보면 낡은 경유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조기 대체하기 위한 예산은 11.8%, 노후 건설기계 저공해화 예산은 30.9%나 줄어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석탄화력발전 대책회의’를 갖고 낡은 발전소 10기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폐기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신규 석탄발전은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SK의 당진에코파워 발전소가 주민과 지자체의 강한 반발에도 승인 고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앞으로 5년 동안 20기의 신규 발전소가 건립될 계획이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제1의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한국은 2015년 파리기후총회에 참여하면서 2030년 BAU(배출전망치, Business As Usual) 대비 37% 라는 자발적 감축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런데 올해 3월 중순 OECD에서 발간된 〈한국의 환경성과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대비 2013년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9% 증가하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전기를 절약하고 가정에서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종교환경회의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종교간 대화마당을 진행했다. 발표 자료 중에는 종교별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제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 불교만 유난히 낮게 나타났다. 이웃종교인 원불교에서는 햇빛발전소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태양광전기를 사용하는 교당이 100곳을 넘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불교환경연대는 몇 년 전부터 에너지공단 경기본부와 사찰에너지진단을 실시하고 에너지 절감방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시설을 한 사찰은 없다. 생명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불교의 관점으로 볼 때,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와 불안한 미래의 후손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종단에서는 사찰에 맞는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사찰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도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또 불자들은 이웃주민들과 마을마다 햇빛발전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에게 온전한 봄을 다시 선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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