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희 작가 6번째 개인전 ‘관음32응신’

지켜봐야 할 중생이 얼마나 많았으면 관세음보살의 눈이 천 개나 되었을까, 32×30.5cm. 환견에 천연석채와 천연염료, 금박.

4월 26일~5월 2일 인사동 라메르갤러리

여성화된 관세음보살의 모습은 왠지 더 자비롭고 인자하다. 가늘게 뻗친 손이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에게 닿아 마침내 내 슬픔도 보듬어줄 듯하다. 반듯한 선과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된 양선희 작가의 관세음보살상은 마치 내 어머니인양 그 품에 안겨 보고픈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한국 불화의 세계화, 현대화를 추구하는 양선희 작가(국가무형문화재 단천장 전수교육조교)의 ‘관음32응신’ 展이 4월 26일~5월 2일 인사동 라메르갤러리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양 작가의 6번째 개인전으로 관세음보살 작품 42점이 소개된다.

‘관음32응신’은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수많은 기도에 응답하는 32가지 다른 모습을 전통과 현대의 이중기법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대중의 아픔과 고뇌, 질병, 소원 등을 대하는 관세음보살의 다양한 상징과 자비심이 깊이 표현됐다. 특히 현대인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관세음보살의 헌신과 연민의 모습을 담아냈다.

양 작가는 “무불(無佛) 시대인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 모습을 시대적인 화상으로 구현하고자 붓선을 잡았다”며 “전통불화의 계승이 과거엔 원형유지에 집중됐지만 이젠 기법은 유지하되 현대에 맞게 발전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화된 관음상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서로 의지하면 두려울 게 없단다'

관음보살은 어원적, 교리적으로 남성으로 전해진다. 대승의 <비화경(悲華經)>에서 관세음은 무량정 전륜성왕의 왕태자로, <80화엄경>에선 용맹장부 관자재로 나타난다. 그러나 힌두신앙의 여신들을 포섭해 밀교화하는 과정에서 여성화의 가능성이 극대화돼 여성보살로 알려진 것이다.

양 작가는 “관세음보살이 여성으로 표현된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때 느낀 환희가 가슴에 남아 작품 속에도 여성성으로 많이 표현됐다”면서 “관세음보살은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분으로 꼭 한 번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작가의 ‘관음32응신’ 展은 6월 중 미국 뉴욕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양 작가의 ‘관음32응신’ 작품 42점 중 20점은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관음기도>에도 실린다. 민족사가 5월 1일 발간하는 이 책은 스토리를 따라 읽고, 경전을 베껴 쓰고,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색칠하며 관음기도에 임하는 책이다.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지장기도>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다.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이 글을 쓰고, 양선희 작가가 그림을 맡았다.

지금 누가 기도를 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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