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요한 소리, 15일 창립 30주년 법회·중도포럼

(사)고요한 소리 회주 활성 스님이 4월 15일 열린 고요한 소리 창립 30주년 기념법회서 법문을 설하고 있다. 일체 외부에 나오지 않고 수행에 힘쓰던 활성 스님의 첫 대중 법문이라 눈길을 끌었다.

부처님이 초전법륜을 통해 설한 사성제와 핵심인 팔정도, 이를 실천하는 사상인 중도의 의미를 되짚고 현대적 구현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초기불교 대중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불전원전 번역단체인 (사)고요한 소리(공동대표 하주락·변영섭)는 4월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창립 30주년 기념법회와 중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법회에서는 (사)고요한 소리 창립자이자 회주인 활성 스님이 처음으로 대중 법문을 설해 눈길을 끌었다. 스님은 자신의 출가 인연담, (사)고요한 소리 창립 이유를 설명하고 사성제·팔정도·중도 등 불교의 핵심에 대해 설했다.

활성 스님 첫 대중법문 ‘눈길’
사성제·팔정도·중도 등 설해
‘중도’ 주제로 한 포럼도 열려
초기불교·과학 등서 중도 이해


 

활성 스님의 법문. 500여 대중은 스님의 쉽고 명료한 법문을 경청했다.

선지식이 전한 중도의 의미
먼저 활성 스님은 자신의 출가 이야기 등을 풀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하던 활성 스님은 휴가를 받아 경봉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통도사 극락암에 갔다. 당시 경봉 스님은 “한 생 안 난 셈치고 살아라”라는 말을 해줬다. 휴가를 마치고 부산에서 친구를 만나 회포를 풀고 다시 상경했다. 하지만 2일 뒤 화재로 친구와 일가족은 전부 사망했다.

활성 스님은 “신문 기사를 보며 ‘사는 것이 무상하다’, ‘이런 것도 삶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 난 셈치고 살아라’라는 경봉 스님의 말이 걸렸다. 결국 출가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사)고요한 소리 창립에 대해서는 ‘불교 중흥’과 ‘동량’이라는 두 키워드로 풀어냈다. 활성 스님은 “경봉 스님은 사미계를 주면서 ‘불교 중흥의 동량이 돼’라고 했다. ‘중흥’과 ‘동량’은 내 원력”이라면서 “봉암사 산문 폐쇄와 10.27법난 수습 등은 출가사문으로서 종단에 대한 빚을 갚은 것이고, 부처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시작된 게 (사)고요한 소리”라고 밝혔다.

동·서양 각 문명권마다 ‘중(中)’의 개념은 존재했음을 전제한 스님은 중도와 중용을 혼재해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스님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메소테스(Mesotes)’는 중간에 치중하다보니 산술적으로 외연이 확장됐고, 물리학적 과학기술로 발전해 세상을 이끌었다. 중국의 ‘중용’은 ‘중을 항상 견지하는 것’인데 이는 추상적 개념으로 당위론적 가치로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상화되고 극단으로 가는 것은 중의 숙명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 속성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면서 “부처님이 설한 ‘맛지마 빠띠빠따(majjhima patipada)’는 ‘중을 지향하는 걸음(中道)’이다. 중이 추상화·극단화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팔정도’를 따를 것도 당부했다. ‘중도’는 중과 도, 두 개념이 결합된 것”이라고 말했다.

길 위에서 일생을 보내며 깨달은 바를 시연했던 부처님의 생애에 주목했다. 활성 스님은 “부처님은 궁이 아닌 길에서 태어나고, 길을 향해 뛰쳐나갔다. 길에서 수행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은 것을 길 위에서 평생 가르치고, 길 위에서 열반했다”면서 “부처님은 처(處)와 도(道)를 구분했다. 처는 집이고 도는 집을 벗어나서 향상일로를 걷는 것이다. 향상의 삶이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도를 실천하는 길은 무엇일까. 스님은 팔정도에서 해법을 찾는다. 모든 것은 ‘고(苦)’을 상기시킨 활성 스님은 “지구온난화, 사막화, 지진 등 재해뿐만 아니라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다.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바둥거리는 게 전부”라며 “팔정도는 고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며, 구체적 문제해결의 길”이라고 설했다.

또한 팔정도가 팔정도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념’ 즉 마음 챙김이며, 이를 통해 극단을 가져오는 ‘상(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스님은 강조했다.

창립법회 이후에는 중도의 현대적 구현과 실천 등을 논의하는 중도 포럼이 열렸다.

전문학자들이 말하는 중도
기념법회 이후 열린 중도포럼에서는 현대사회의 제반 문제에 대한 중도적 고찰부터 초기불교 안에서 중도 실천·수행 등이 조명됐다.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진화하는 자연의 시공간적 연기구조와 중도’를 통해 현대과학의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의 중도 사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살폈다. 그는 “무상이고 무아인 존재자가 상입하며 펼치는 창발적 연기에 의해 진화하는 세계가 펼쳐진다”면서 “이런 자연세계에서 보여주는 시공간적 연기구조가 무상이고 무아며, 연기고 화엄이며, 중도”라고 밝혔다.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는 ‘화쟁과 정도 그리고 중도’에서 최대 다수 중생의 최고 깨달음 산출의 원리가 현 시대에 맞는 중도의 원리임을 주장했다.

홍 교수는 “서양의 공리주의와 법칙주의 그리고 불교의 이상을 화쟁해 도달한 ‘깨달음 산출의 원리’를 중도를 찾는 구체적이면서 포괄적 원리로 제안한다”면서 “최대다수 중생의 최고 깨달음 산출의 원리는 자연스럽게 팔정도를 포함하며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불자로서의 길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이끌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긍정성 과잉의 문제와 중도’를 주제로 발표한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대량실업, 취업난, 트럼프 쇼크, 브렉시트, 국정농단 등의 현 상황을 되짚고 “중도는 ‘지금 여기’를 일깨움과 더불어 거룩한 진리를 완성해 나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또한 백도수 능인대학원대학 불교학과 교수의 ‘중도의 이해 틀에 관한 고찰’, 이유미 스리랑카 캘라니야대학 불교철학 박사의 ‘니까야를 바탕으로 한 생활 속의 중도 실천’,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의 ‘중도와 초기불교 수행’ 등도 주제 발표됐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