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화합의 법등(法燈)이 불을 밝혔다.

올해 광장을 밝힌 봉축장엄등은 국보 제11호 미륵사지석탑을 원형으로 한 것으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탑등이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오고, 대통령 탄핵정국을 보낸 한국사회의 현 상황에 맞춰 ‘대국민 화합’이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점등식에는 세월호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등이 설치됐으며, 점등식 참가자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지난 3년 동안은 아픔의 시간이었다. 고등학생과 일반인 300여 명이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중 9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촛불 민심을 불러일으켰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냈다.

아픔의 시간에서 시민들이 나왔던 곳은 ‘광장’이다. 광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주장했고,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노래했다.

이제 광장은 화해와 화합의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광장에 불을 밝힌 법등은 아픔을 넘어 화해와 화합으로 나가자는 서원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온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표어는 ‘차별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다. 부처님이 탄생 직후 일곱 걸음을 걷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한 것은 하늘과 땅 사이 가장 귀중한 것이 인간이라는 ‘인본주의 평등 선언’이다.

올해 봉축은 아픔을 넘어 상생과 화해를, 그리고 차별 없는 세상을 기원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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